여호수아 7장 11절
여리고 전쟁에서 크게 이긴 이스라엘 백성들은 들뜬 얼굴로 돌아오며 입을 모아 말했어요.
“성이 한 번에 무너졌어! 우리 눈앞에서 와르르~!”
그 기쁨의 물결 속에서,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장막 쪽으로 몸을 숨기는 한 남자가 있었어요. 재빨리 장막 안으로 들어가더니, 땅을 파기 시작했죠. 그는 땅속 깊숙이 무언가를 조심조심 묻은 다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밖으로 다시 나갔어요.
장막 속에 묻힌 보물들은 갑갑한지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니?” 장막이 땅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어요.
“우린 여리고 성에서 온 보물이야. 이 아름다운 외투는 시날산에서 왔고, 옆에 있는 친구는 금덩이야. 저기 누워 있는 건 은이래. 전쟁이 끝나서 이제 좀 살겠다 싶었는데, 네 주인이 우릴 덥석 챙기더라. 좋은 곳에 오는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답답한 장막 안, 그것도 땅속이라니…” 화려한 무늬가 수 놓인 시날산의 외투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어요.
“그래도 네 주인이 날 보던 눈빛은 잊을 수 없어. 저 외투보다 더 반짝였달까?” 금덩이가 번쩍이며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근데 왜 날 제일 밑에 묻은 거야. 무거워 죽겠어!” 은 세겔들이 덜그덕대며 불평했어요.
“그래도 우리 주인 눈엔 너희가 참 멋져 보였나 봐. 탐낼 만도 하지. 아무튼, 이곳에 온 걸 환영해.” 장막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그 무렵, 여호수아는 아이 성을 정탐하러 병사 몇 명을 먼저 보냈어요. 정찰병들이 돌아와 말했죠.
“아이 성은 작아요. 다 올라갈 필요도 없겠어요!”
그래서 전쟁에는 단 3천 명만 나가기로 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지난번처럼 쉽게 이길 거라 믿고 있었죠.
“이번에도 금방 끝나겠지. 여리고 성도 무너뜨렸는데, 아이 성쯤이야!”
장막도 편하게 마음을 놓고 주인을 기다렸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스라엘 군대, 진짜 강하더라고.”
외투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전쟁에 나갔던 병사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왔어요. 그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보다, 뭔가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죠.
“설마... 졌다고? 여리고 성도 무너뜨린 사람들이?” 외투가 몸을 쭉 펴며 물었어요.
“여호수아랑 장로들이 궤 앞에 엎드려 울고 있어. 전쟁에서 진 이유를 물어보는 것 같아.” 장막이 조심스럽게 밖을 엿보며 말했어요.
“이제 다른 부족들이 이스라엘을 우습게 볼 텐데… 큰일이야.” 금덩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속삭였어요.
한참 뒤, 장막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시 말을 꺼냈어요.
“전쟁에서 진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긴 죄 때문이래. 누군가 전리품을 몰래 숨겼대. 그걸 찾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계속 질 거래… 그 물건은 다 불살라야 하고, 훔친 사람도 죽여야 한다고 해.”
“아니, 누가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걸까? 아무리 욕심이 나도 그렇지! 감히 하나님의 물건을 훔치다니!!" 반짝이는 금덩이가 여전히 빛을 내며 말했어.
“저.. 저기.. 그거 혹시 우리 말하는 거 아니야...? 설마...” 외투가 바들바들 떨자, 은과 금도 입을 꾹 다물었어요.
“다른 장막에도 있을 수 있잖아! 우리 주인만 그랬을 리 없어…” 장막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지만, 속마음은 조마조마했어요.
그날 밤, 아무도 잠들 수 없었어요. 보물들은 말없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떨었고, 장막은 계속 중얼거렸어요. “설마 우리 주인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다음 날,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뽑힌 지파를 하나씩 불렀어요.
“유다 지파가 뽑혔대!” 장막이 놀란 듯 외쳤어요.
“어…어? 우리 주인, 유다 지파잖아!” 외투가 벌떡 일어났어요.
“세라 족속… 삽디 가문… 아간…” 장막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말았어요.
“아간?! 우리 주인이잖아!” 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자백했대. 자기가 훔친 거라고… 곧 우리도 들키겠지...” 장막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어요.
곧 사람들은 장막 안으로 들이닥쳤고, 땅을 파헤쳐 외투와 금, 은을 꺼냈어요. 장막은 울먹이며 그들을 바라봤지만, 결국 함께 끌려가게 되었어요. 아간과 그의 가족, 모든 소유물도 함께였지요.
“너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 외투가 슬픈 눈으로 장막을 바라보았어요.
“아골 골짜기로 간대. 우리는 거기서... 죽게 되겠지.”
힘없이 꺾여버린 장막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담담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내 아름다움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줄이야…”
외투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어요.
“한 사람의 탐욕이 이렇게 큰 화를 부르다니… 우린 아무 잘못도 없지만, 이스라엘이 다시 일어나려면, 우리도 함께 사라져야 해.”
장막의 마지막 말에,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게 그들은 하나님의 진노 아래 사라졌고, 이스라엘은 다시 회복될 준비를 하게 되었답니다.
[여호수아 7장 11절] 이스라엘이 범죄하여 내가 그들에게 명령한 나의 언약을 어겼으며 또한 그들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져가고 도둑질하며 속이고 그것을 그들의 물건들 가운데에 두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