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단강 이야기

열왕기하 5장 14절

by 리오라

나는 헐몬산에서 시작되어 갈릴리와 사해까지 흘러가는 강, 요단강이에요. 늘 하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죠. 하늘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 같아요. 또, 때로는 비도 내려주며 내 갈증도 씻어주죠.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은 아주 높은 데서 세상을 내려다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궁금한 게 있을 땐 슬며시 물어보곤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내가 한가로이 쉬고 있을 때였죠. 몸집이 크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남자가 나한테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온몸에 부스럼이 가득한 걸 보니 딱 봐도 피부병이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 밖으로 나갈 때는 그 부스럼들이 말끔히 사라지고, 어린아이 피부처럼 뽀얗고 깨끗해진 거예요!


“그때 너도 그 사람 봤지? 정말 놀라지 않았어? 도대체 누군데 나한테 와서 몸을 씻은 거야? 난 그냥 씻은 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병이 나았지? 넌 알고 있겠지? 내가 보기에는 그냥 물에 몸을 담갔다 나온 게 전부였거든!”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호들갑을 떨었어요.

“후후, 또 말이 빨라진다. 너 원래 놀라면 말 엄청 빨라지잖아. 그러다 사람들 홍수 나는 줄 알겠다.” 하늘은 웃으며 나를 다독였어요. “넌 유명한 사람들 많이 봤잖아. 이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니?”

“음… 예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기 건너갈 때 내가 쫙 갈라졌었지. 그때도 신기하긴 했지.”

“엘리야가 겉옷으로 널 치고 제자랑 같이 마른 땅을 걸었던 것도 기억나? 그리고 얼마 안 돼서 불말과 불병거가 하늘에서 내려와 엘리야가 올라갔잖아.”

“맞아, 그 장면은 정말 잊을 수 없어! 그리고 예수님도 여기서 세례받으셨잖아.”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하듯 말했어요.


하늘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죠.

“사실 말이지, 난 그날 병이 나은 것도 놀랍긴 했지만, 그 사람이 네게 와서 몸을 씻은 것 자체가 더 놀라웠어.”

“왜? 내가 별로 맑지 않아서?”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그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거든. 아람 왕의 군대 장관, 나아만이라고.”

“정말? 그런 높은 사람이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아람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병이 아무리 해도 낫지 않아서 사마리아에 있는 엘리사 선지자에게 왔대. 아내의 여종, 이스라엘에서 잡혀온 어린 소녀가 그에게 엘리사를 소개했다나.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스승이었던 엘리야 선지자보다 능력을 갑절이나 더 많이 받았다고 했거든.”

“그 여자아이는 참 믿음이 깊었구나. 근데 나아만이 그냥 찾아온 게 아니라, 병거에 돈주머니랑 옷도 잔뜩 실어 왔었어. 진짜 부자거든.”

“아람 왕이 이스라엘 왕에게 편지도 보냈다니까. 그 사람 병을 고쳐달라고 말이야.”

“와, 이스라엘 왕은 그 편지 보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전쟁을 일으키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겠네.”

“정말 옷을 찢으며 괴로워했대. 그러자 엘리사가 소문 듣고, 자신에게 보내라고 했지. 그래서 나아만이 병거를 이끌고 엘리사의 집까지 찾아왔고.”

“근데 왜 엘리사는 직접 안 나온 거야?”

“엘리사는 얼굴도 안 비치고, 사람을 시켜서 ‘요단강에 가서 몸을 일곱 번 씻으라’고만 했대.”

“그럼 나아만 엄청 화났겠네! 자존심 상했을 텐데.”

“맞아. 그냥 돌아가려 했대. ‘이럴 바엔 우리 나라 강에서 씻지’ 하면서. 그런데 종들이 말렸어. 쉬운 일인데 왜 안 하냐고. 그래서 결국 마음을 바꾸고 너에게 왔지.”

“그래서 그 뾰로통한 얼굴로 들어왔던 거구나. 사실 여섯 번까지는 아무 변화도 없었거든.”

“일곱 번째 몸을 담그자마자, 깨끗한 피부로 변했잖아! 그 순간, 나아만의 얼굴 봤지? 눈이 동그래지더니, 감동에 젖더라고.”

“진짜 신기했어. 그냥 일곱 번 씻은 것뿐인데!”


“응, 그게 다야.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말 한마디를 믿고 순종했을 뿐이지. 만약 그가 화내고 돌아갔다면, 아직도 병을 앓고 있었을 거야.”

“순종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다음에 내 곁에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꼭 크게 말해야겠어. ‘망설이지 말고 얼른 들어오라고!’”

“그래! 그게 가장 빠르고도 완전한 방법이니까.”


[열왕기하 5장 14절] 나아만이 이에 내려가서 하나님의 사람의 말대로 요단 강에 일곱 번 몸을 잠그니 그의 살이 어린아이의 살 같이 회복되어 깨끗하게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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