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이야기

느헤미야 4장 9절

by 리오라

기원전 538년, 하나님의 약속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에서 70년의 포로 생활을 마치고 고향 땅으로 돌아왔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돌아온 스룹바벨은 무너진 성전을 다시 짓기 시작했죠. 수많은 어려움과 방해가 있었지만, 결국 성전은 다시 세워졌고, 그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그로부터 어느덧 백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요. 그리고 예루살렘의 성벽인 나는 여전히 무너져있었죠. 성문이 불에 타버린 채로요. 나는 언제나 누군가가 와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길 간절히 바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낯선 남자가 나귀를 타고 몇 명의 수행원과 함께 조용히 나를 찾아왔어요. 그는 말없이 나를 한참 둘러본 뒤, 골짜기 문을 통해 성 안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 드디어 시작되었어요!


가장 먼저 대제사장 엘리아십과 다른 제사장들이 힘을 모아 양문을 세우고 문짝을 달기 시작했어요. 무너지고 부서졌던 곳들이 하나둘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자, 내 마음은 설렘과 감동으로 벅차올랐어요. 하지만 기쁜 일에는 언제나 방해도 함께 오는 법이죠.


어느 날, 저 멀리서 한 무리가 다가와 우리를 비웃고 조롱하기 시작했어요. “저 성벽은 여우가 올라가도 무너질걸!” 그들은 계속 우리를 괴롭혔죠.

하지만 나는 경계에 선 창과 방패, 활들과 마음을 다잡았어요.

“이제 절반쯤은 다시 세워졌어.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 모두 조심하자.”

“저기 봐! 칼들의 눈이 반짝이잖아. 사방을 살피느라 눈도 깜빡이지 못하는 것 같아.” 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정말 미안해. 나를 고치는 일에 이렇게 많은 방해가 있을 줄 몰랐어. 근데 저기 저 사람들, 왜 저렇게 앞장서서 반대하는 거야? 혹시 너희는 아는 사람들이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러자 창이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어요. “저 사람은 산발랏이야. 사마리아의 총독인데, 이름 뜻이 ‘달 신이 생명을 주었다’래.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고통만 주고 있어. 그리고 저 옆에 붙어 다니는 건 도비야야. 자꾸 유대인이 힘을 얻을까 봐 불안해서 우리를 방해하는 거지.”


방패가 조용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도 비웃음은 참기가 힘들더라. 널 무너뜨릴 수 없으니까 사람들의 마음이라도 꺾으려는 거지.”

“우리도 그 말 들었어. 도비야는 여우가 올라타도 성벽이 무너질 거라며 놀렸지. 느헤미야만 아니었으면 우리도 참지 못했을 거야.” 활들이 분노를 꾹 눌러 담으며 말했어요.

“근데 느헤미야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지” 방패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지요.

“우리 대신 기도하더라고. 싸우지 않고 하나님께 맡기겠다며, 간절히 기도했어. 정말 소문대로 대단한 분이야.” 나는 감탄하며 말했어요.

“맞아. 느헤미야는 늘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느헤미야가 아니었으면, 벌써 큰 싸움이 났을 거야. 그럼 네가 또 무너졌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었겠지.” 방패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적들이 내 틈이 메워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라비아 사람들, 암몬 사람들, 아스돗 사람들까지 끌어들였대. 나를 또 무너뜨리겠다고 말이야.” 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더 기도하고, 이렇게 밤낮으로 파수꾼들이 지키고 있잖아. 걱정 마.” 창이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칼을 차고 벽을 쌓는 사람들, 갑옷을 입고 지키는 사람들, 지도자들도 뒤에서 힘을 보태고 있어. 정말 고맙고 감동이야.” 나는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건축하는 사람들, 짐꾼들… 한 손엔 일 도구, 다른 손엔 무기! 그 모습이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마워.” 나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희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근데, 넌 뭐 하고 있는 거야?” 창이 나팔을 향해 물었어요.

“나는 느헤미야 곁에서 나팔을 불고 있어. 사람들이 멀리 흩어져 있어서, 내가 불러야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일 수 있거든. 목은 좀 아프지만 괜찮아.” 나팔이 쉰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나는 따뜻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았어요.

“아침 해가 뜰 때부터 별이 뜰 때까지… 정말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워.”

“경비병들도 집에 못 간 지 오래래. 밤새 근무까지 서고 있고.” 창이 안타깝게 말했지요.

“그래도 너희들 덕분에 나도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느헤미야의 그 말, 정말 잊을 수 없어.”

“뭐라고 했는데?”


“우리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싸우시리라!”

[느헤미야 4장 9절] 우리가 우리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들로 말미암아 파수꾼을 두어 주야로 방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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