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8장 8절
3월 23일, 왕궁의 서기관들은 얼굴이 잔뜩 굳은 채, 모르드개가 불러주는 말을 허둥지둥 받아 적고 있었어요. 모르드개는 조서 내용을 꼼꼼히 살핀 다음, 왕의 인장 반지를 꾹 눌러 도장을 찍었지요. 그리고는 왕이 타는 특별한 말을 모는 전령들을 급히 불렀어요.
“어머나! 보통 네가 찍히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데, 대체 우리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조서가 빛나는 인장 반지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응, 지금 아주 급한 일이 생겼어. 너희는 인도에서부터 구스까지, 127개의 모든 지방에 있는 유다 사람들과 총독들, 대신들과 관리들한테 이 소식을 전해야 해. 저기 밖에 보이는 말들 보이지? 왕을 위해 특별히 기른 말들이라 엄청 빠르거든.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하자!” 인장 반지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어요.
“근데 대체 무슨 일이야? 우리도 이유는 알고 가야지!” 조서는 인장 반지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하만이 전에 각 지방에 조서를 보낸 일이 있었거든. 한마디로 말하자면, 12월 13일에 페르시아 제국에 사는 모든 유다 사람들을 죽이라는 끔찍한 내용이었어. 재산도 다 빼앗고.”
“엥, 뭐라고?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하라고 한 거야?”
“하만이 모르드개를 너무 싫어했거든. 그래서 모르드개가 속한 유다 민족을 통째로 없애버리려고 한 거야.”
“아니, 모르드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전에 아하수에로 왕이 하만을 국무총리로 세웠었어. 모든 사람은 그에게 절하라는 명령도 내렸고. 그런데 모르드개는 절하지도 않고 무릎도 꿇지 않았거든. 그는 하나님만 섬기는 유다 사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민족 전체를 없애려고 했다고? 말도 안 돼. 그런데 너, 전에는 하만이랑 함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드개 편이네? 하만은 어디 간 거야?”
“자,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게. 하만은 모르드개가 너무 미워서, 집에 23미터나 되는 장대를 세워서 거기에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했어. 말 한마디면 죽일 수 있다고 으스대며 말이지.”
“그런데 모르드개는 아직 살아 있잖아. 그럼 계획이 실패한 거야?”
“그렇지! 모르드개는 하나님이 지켜주시는 사람이니까, 하만 마음대로 될 수가 없지. 아, 이 전에 아하수에로 왕후였던 와스디가 왕의 명령을 어겨서 폐위되었고, 대신 모르드개의 사촌 동생인 에스더가 왕후가 된 일이 있었어.”
“어? 궁 안에 유다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던 거야?”
“응. 하지만 그건 비밀이었지.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유다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 말라고 했거든. 사실 에스더는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모르드개가 딸처럼 키웠지.”
“그랬구나. 그런데 하만의 계획은 에스더가 어떻게 알게 됐어?”
“어느 날, 하만이 유다 사람들을 다 죽이려고 한다는 소문을 들은 거야. 에스더는 마음이 무너졌지. 그래서 사흘 동안 밤낮으로 금식하며 기도하고, 목숨을 걸고 왕에게 나아가기로 결심했어.”
“와… 진짜 용감하다! 하나님이 미리 에스더를 왕후로 세우신 게 분명하네.”
“맞아. 에스더는 왕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도, 바로 말하지 않았어. 먼저 왕과 하만을 잔치에 초대했지. 그런데 그때도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일 생각밖에 없었어. 장대까지 세워 놓고 말이야.”
“하이고야… 얼마나 미련했으면!”
“결국 두 번째 잔치 자리에서, 왕이 다시 에스더에게 소원을 물었어. 그때 에스더는 용기 내어 말했지. ‘저와 제 민족이 하만의 계략으로 죽게 생겼습니다’라고.”
“하만 얼굴이 얼마나 하얘졌을까!”
“맞아. 왕은 너무 화가 나서 잠시 정원으로 나갔는데, 하만은 그 틈에 에스더에게 목숨을 구걸했어. 그런데 왕이 돌아왔을 때, 그 모습을 보고 하만이 에스더를 겁탈하려 한다고 오해한 거야.”
조서는 눈이 커지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어요.
“결국 하만은 자기가 세운 그 장대에 매달리게 되었어. 그리고 에스더는 모르드개가 자기 가족이라는 걸 왕에게 고백했지. 그래서 왕은 그 반지를 모르드개에게 넘겨주었고, 하만의 재산도 모두 모르드개가 관리하게 되었단다.”
“와, 진짜 놀라운 반전이다!”
“그래서 말인데, 너희는 지금 전국 각처로 서둘러 떠나야 해. 하만이 내렸던 첫 번째 조서는 내가 찍은 도장이라, 없었던 일로 만들 수가 없거든. 하지만 새로운 조서를 보내면 유다 사람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돼.”
“자신을 지킨다고? 목숨만 보장되는 게 아니라?”
“응. 자신을 해치려는 대적들을 되갚을 수 있고, 그들의 재산을 가져갈 권한까지 주는 내용이야.”
“그러면 유다 사람들은 우리가 전하는 소식에 정말 깜짝 놀라겠네! 죽을 날을 받아놓고 있었을 텐데…”
“그렇지. 하지만 이제 12월 13일은 절망의 날이 아니라, 기쁨으로 역전하는 날이 될 거야!”
“하만의 사악한 계획은 무너지고, 하나님께서 유다 사람들을 구하신 날이 되는 거네! 와… 하나님은 정말 놀랍도록 완벽하게 일하시네. 나 어서 친구들과 함께 이 기쁜 소식 전하러 갈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해!”
[에스더 8장 8절] 너희는 왕의 명의로 유다인에게 조서를 뜻대로 쓰고 왕의 반지로 인을 칠지어다 왕의 이름을 쓰고 왕의 반지로 인친 조서는 누구든지 철회할 수 없음이니라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