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송아지 이야기

출애굽기 32장 4절

by 리오라

어느 날이었어요.

누군가 돌판 두 개를 들고,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우리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죠. 그 순간,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던 이야기가 번개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설마… 그 사람? 40일 넘게 깜깜무소식이었다는 모세?’ 맞았어요. 바로 그였어요.


모세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보더니, 갑자기 손에 든 돌판을 쾅! 하고 바닥에 던져버렸어요. 돌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나는 너무 놀라서 도망가고 싶었답니다. 깨진 돌판 사이로 “우상을 만들지 말고…”라고 적힌 글자들이 살짝 보였어요.


아, 그 순간부터였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들은 멈춰 섰고,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어요. 모세의 눈빛은 무섭고 단호했거든요. 그 눈을 보고 있자니, 나도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죠….


사실, 나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나는 귀걸이에서 태어났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사람들이 달고 있던 반짝반짝 금 귀고리들 말이에요. 그들은 모세를 따라 이집트를 떠나, 이곳 시내 광야까지 왔지요. 기적적으로 탈출한 지 이제 겨우 석 달 정도 되었죠. 하지만 모세가 호렙산에 올라간 뒤 한참 동안 내려오지 않자, 모두 불안해졌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모세의 형, 아론에게 가서 말했대요. 협박이나 다름없었죠.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주세요!”

아론은 결국 사람들에게 금 고리를 다 모아오라고 했어요. 그 금을 불에 넣어 녹이고, 도구로 슥슥 다듬더니… 짠! 바로 내가 나타난 거예요! 그렇게 나는 세상에 처음 나왔어요.


그런데요, 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하나님’이 되어버렸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죠. 나는 한 번도 이집트 땅에 간 적도 없고, 아무도 구해준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 물론, 이집트에서도 나처럼 생긴 소가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사람들이 왜 소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환영받는 존재라는 건 알았어요. 그래도요, 사람들이 내 앞에 제단을 쌓고 절을 하며 춤을 추는 걸 보니… 왠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그냥 번쩍이는 금덩어리에 불과하니까요.


어제는 아론이 “내일은 여호와의 절기다!” 하고 말했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사람들이 내 앞에 모여들었죠. 번제도 드리고, 화목제도 드렸어요. 화목제는 하나님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드리는 거래요. 근데… 나는 하나님이 아닌데, 왜 나한테? 혹시 하나님이 나처럼 생긴 걸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그냥 멋지게 생긴 걸 보면서 위로받고 싶었던 걸까요?


어쨌든 사람들은 내가 반짝이니까 좋아했어요. 나를 보며 “이게 우리를 인도해줄 신이야!”하며 안심했죠. 그리고 먹고, 마시고, 신나게 춤을 췄답니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뿌듯했어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고, 행복해하니까요. 하지만 점점 마음이 이상해졌어요. 사람들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내가 금이라서, 이집트에서 보던 그 소처럼 익숙해서 그런 걸까요?

‘나중에 싫증 나면 나를 버리진 않을까?’, ‘언젠가 나를 버리고 저기 커다란 나무 앞에서 다시 춤을 출지도 몰라.’, ‘혹시 다시 불 속에 던져질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어요.

모세가 나타난 거예요. 그가 나를 보는 순간, 단번에 깨달았어요. 아, 나는 진짜 하나님이 아니구나!

나를 바라보며 울고 떠는 이 불쌍한 사람들도 도와줄 수 없고, 이집트에서 그들을 끌어낸 것도 내가 아니죠. 나는 그냥 귀고리에서 태어난, 반짝이기만 할 줄 아는 작은 금송아지일 뿐이에요.

[출애굽기 32장 4절] 아론이 그들의 손에서 금 고리를 받아 부어서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드니 그들이 말하되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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