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불안장애,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다. 아니, 원래 기질 자체가 예민하다. 그런 나에게 불안은 일상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도 나에게는 긴장되는 일이다.

그래서 하나의 환경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작년에 지금의 직장에 적응할 땐 (불안때문인줄 그때는 몰랐는데)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았다.

불안하기 때문에 곧잘 주위에 의존하고 응석을 부리는 편이다. 나잇값 못하는게 부끄럽지만... 나를 좋아해달라고, 내 실수도 너그럽게 봐달라고 어리광을 부리게 된다. 물론 마냥 애같은건 아니고 예의와 존경을 담은 의존이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극 T들의 냉철함에 남모르게 상처받기도 한다. 나를 안좋아하나,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면서 눈치보게 된다.

사람을 믿고 싶은 것도 그런 마음때문인지도 모른다. 믿지 못하면 불안해서 죽을 것 같기 때문에 믿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그렇지만 불안은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드는 편이다.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이 있고, 사무실 사람들 이름과 얼굴이 매칭될 정도가 되면 불안이 많이 줄어든다. 적응이 불안으로부터 나를 구해준다.

최근에 사무실 구성과 환경이 좀 바뀌면서 다시금 불안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데도 처음엔 죽고 싶다고 생각했고ㅎㅎ 그 다음엔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엔 새로운 구성원과 한마디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음이 좀 풀어졌다. 새 환경이 나를 잡아먹는 괴물이 아니라는걸 내 마음과 몸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다.

불안은 약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고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내가 이번에 실천하고 싶은건 이런 나를 한심해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교성을 타고난 리트리버가 아니라 극도의 불안이 당연한 고양이과의 사람일 뿐이라는걸 인정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강아지과가 있으면 고양이과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도 이사할 때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이상행동을 한다고 해서 고양이를 다그치진 않는다. 더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나는 이상하지 않다. 내 불안은 자연스럽다. 나는 더 돌봄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