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퇴사 그리고 두 번째 입사
일 년을 차마 다 채우지도 못하고 처음 입사한 회사를 퇴사했다. 도무지 내가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을 만큼 아팠기 때문이었다. 다른 회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바로 퇴사 절차를 진행했다. 마지막 출근 날이 정해졌고, 그간 나를 위로해주었던 회사 친구들과 저녁을 먹던 날, 얼마큼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매일같이 나를 병들게 했던 회사를 떠난다는 해방감보다, 지금도 왕왕 연락하는, 첫 사회생활을 함께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더없이 소중한 친구들을 더 이상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속상함이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채 추스르기 전에 다음 회사에 입사해야 했다. 입사 연수를 떠나던 일월의 다섯 번째 날, 모두가 들떠있는 공항에서, 괜히 우울한 것은 나뿐이었다. 물론 내게도 분명히 즐거웠어야 할 여행의 시작이었지만, 지난 괴로움과 아픔에 매여있던 어리석은 나에게는, 그 분명한 대비 때문에 더욱 끔찍한 시간일 뿐이었다.
비행하는 동안 어떻게든 우울감을 버려보려 했으나, 김포에서 제주까지는 겨우 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겨울의 제주에서 나는 여전히 뻔히 아리고 슬픈 마음뿐이었다. 매일 밤 울었다. 다들 놀라며 걱정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가오는 아침에 다시 웃기 위해서 밤에는 울어야만 했다. 어떻게든 나쁜 감정을 흘려보내야 좋은 감정을 다시 채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울었던 것 같다. 잘 헤어지는 방법도, 갑자기 맞닥뜨린 만남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몰라서,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겨울 제주에서, 어떤 밤부터 내가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너 때문이었다. 어떤 것도 묻지 않고 부단히 나눠주었던 너의 시간 때문이었고, 그 시간을 틈 없이 채웠던 너의 엉뚱한 이야기들 때문이었고, 그 이야기들에 어떤 것도 판단하지 않는 너의 넉넉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으로 끝낼 수 있을지 도무지 몰랐던 우울감을, 그렇게 뚝, 끊어준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끔은 네가 밉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원망할 때가 있었으나,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내가,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너의 어떠함으로 너를 사랑한 적은 없다. 그러니, 너를 말하는 소문 혹은 네 스스로가 말해준 사실로, 사랑하기를 그만두지는 않겠다. 그런 것은 사랑하는 데에 하등 쓸모가 없다. 어리석게도, 세상 수많은 아름다움을 제쳐두고, 내 앞에는 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