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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에 나타나는 쑥과 마늘의 의미

아로마 테라피 역사: 단군신화 한국의 향의 의미

by 이지현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건국 설화로, 고조선의 기원을 설명하는 중요한 신화다.


이 신화에서 곰과 호랑이가 인간으로 변신하기 위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며 동굴에서 지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서 쑥과 마늘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고대 한국인들의 자연관과 우주관, 그리고 신성한 변화에 대한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편(紀異篇) 단군신화 그 당시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속에 살았 는데, 항상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였다. 이에 환웅이 신령스런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너희가 이것을 먹으며 100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의 형상을 얻으리라."



쑥은 고대부터 동아시아 전역에서 약용 식물로 널리 사용되었다. 한국의 고대 문헌인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도 쑥의 약용 가치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여성 건강과 관련해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이는 쑥의 학명 '아르테미지아'가 그리스 신화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유래한 것과도 연관된다.


아르테미스는 달과 사냥의 여신으로, 여성의 건강과 출산을 관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단군신화에서 쑥은 여성성, 생명력, 정화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곰이 쑥을 먹고 인간 여성이 되어 단군을 낳는 과정은 쑥이 지닌 생명 창조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이는 고대 한국인들이 자연의 생명력과 여성의 창조적 에너지를 연결 지어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쑥의 정화 작용은 곰이 동물성을 벗어나 인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조로아스터교의 경전 '베스타'

마늘 역시 고대부터 약용 및 의례용으로 사용된 중요한 식물이다.


기원전 6세기경의 조로아스터교 경전 '베스타'에서도 마늘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마늘의 약효를 인정했다.


삼국유사 외에서도 마늘의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제23대 왕인 법흥왕이 마늘을 진상품으로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단군신화에서 마늘은 인내와 의지, 보호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강한 향과 맛을 지닌 마늘을 100일간 먹는 행위는 곧 시련과 극복의 과정을 의미한다.


고대 한국인들이 인간으로의 변화 과정에 내적 성장과 단련이 필요하다고 여겼음을 시사한다. 마늘의 항균 작용은 악귀를 물리치는 보호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곰이 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음을 상징한다.


쑥과 마늘이 함께 사용된 것은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아시아 철학의 핵심 개념인 음양사상에 따르면, 쑥은 음(陰)의 성질을 가진 여성적 에너지를 상징하고, 마늘은 양(陽)의 성질을 가진 남성적 에너지를 상징한다.


이 두 식물을 함께 섭취하는 과정은 음양의 조화를 통한 완전한 인간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고대 한국인들이 우주의 근본 원리를 음양의 조화로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동굴에서 지내는 행위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인류학자 반 겐넵(Van Gennep)의 통과의례 이론에 따르면, 이는 분리(separation), 전이(transition), 통합(incorporation)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 들어가는 것은 분리 단계, 100일간의 수행은 전이 단계, 그리고 인간으로 나오는 것은 통합 단계에 해당한다.


이러한 구조는 세계 여러 문화권의 신화와 의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단군신화가 보편적인 신화적 구조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군신화에서 쑥과 마늘의 사용은 고대 한국인들의 자연관과 우주관을 반영한다.

자연물을 통해 신성한 변화를 이루어내는 이 과정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한국인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동아시아의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과도 연결되는데,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됨으로써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나타낸다.


더불어 이 신화는 고조선이 단순한 정치적 실체가 아닌, 천손(天孫)의 혈통을 이어받은 신성한 국가임을 강조하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곰과 결합하여 단군을 낳는 과정은 고조선의 건국이 천(天)의 뜻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고대 동아시아의 천명(天命) 사상과 연결되며, 왕권의 정당성을 신성한 기원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단군신화의 쑥과 마늘 모티프는 한국의 민간신앙과 의료 전통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까지도 한국에서는 쑥과 마늘을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중요한 식재료로 여기며, 특히 출산과 관련된 의례에서 이들 식물이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는 신화적 요소가 실제 생활 문화에 녹아들어 지속되는 양상을 보여준다.역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단군신화는 고조선 시대의 실제 역사적 사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기보다는, 후대인들이 자신들의 기원과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신화에 담긴 상징과 의미들은 고대 한국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쑥과 마늘이라는 구체적인 식물의 사용, 100일이라는 특정 기간의 설정, 동굴에서의 수행 등은 당시 사회의 문화적, 종교적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단군신화는 단순한 건국 설화를 넘어 한국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문화적, 철학적 텍스트로 이해될 수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쑥과 마늘은 고대 한국인들의 자연관, 우주관,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 식물은 생명력과 정화, 인내와 보호, 음양의 조화 등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 간의 관계에 대한 고대인들의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정체성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신화는 한민족이 천손(天孫)의 후예라는 관념을 통해 민족적 자긍심과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자연과의 조화, 인내와 극복을 통한 성장이라는 주제는 한국인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결론적으로, 단군신화에서 쑥과 마늘은 단순한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대 한국인들의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이 신화는 한민족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 간의 관계에 대한 고대인들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따라서 단군신화는 한국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문화적, 철학적 텍스트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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