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치관, 방구석에서 간단하게 찾기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 방향성을 예상하는 간단한 방법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누가 자신을 칭찬해 줘야만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이내 자기를 의심한다.
소중했던 이가 지나가며 했던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려 읽게 된 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와닿았던 구절이었다. 타인의 평가에 연연했던 당시의 내 모습을 누군가 글로 써놓은 것 같아서 한동안 문장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의 나는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과만 어울리려고 했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한 작게나마 지금까지 내가 믿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진정한 자아 정체성'이 아닌 학교와 회사가 만들어 낸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학생이자 회사원으로 성장했기에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었는데, 그것을 나의 진짜 모습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진짜 모습은 반대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내 존재가치를 확인하며 살아가지 않기 위해 진짜 자아 정체성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차올랐고, 책에서 추천하는 '나를 새롭게 인식하기 위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른 질문들에는 어느 정도 답을 써내려 갈 수 있었는데 나의 '가치관'을 묻는 질문 앞에서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펜이 갈 곳을 잃고 머뭇거렸다. '진짜 내 가치관이 뭐지? 이걸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있었나?' 과거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냥 있어 보이는 단어들로 대충 답변했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나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네이버에 무작정 [가치관 찾는 법]을 검색하니 신기하게도 제법 잘 정리된 문서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가이드라인을 따르며 내 가치관 탐구를 시작했다.
가치관(Values)
개인이나 집단이 중요하게 여기고 추구하는 원칙, 신념, 이념, 목표 등.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내 마음속에 맴도는 가치관들은 무엇이 있을까?나의 가치관 pool 만들기
아래 150가지가 넘는 가치를 나타내는 단어들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골라본다. 계속해서 좁혀 갈 것이기 때문에 까다롭게 필터링하지 않고 느낌이 오는 것들 위주로 쏙쏙 골라낸다. 너무 많이 뽑는 것 정도만 지양하되 개수는 신경 쓰지 않고 진행했다. (읽을 때를 위한 편의 상 가나다 순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가족, 감사, 개인, 건강, 결과, 겸손, 경쟁, 경험, 계획, 공감, 공경, 공동체, 공손, 공정, 공존, 과정, 관계, 관대함, 관용, 권력, 권위, 규범, 근면, 긍정, 기쁨, 기여, 꿈
나눔, 낙관, 능력, 능숙
다양성, 대담, 도덕, 도움, 도전, 독립, 돈
만족, 명성, 명예, 모험, 목표, 몰입, 물질, 미래, 믿음
박애, 배려, 배움, 변화, 보답, 보람, 봉사, 부
사랑, 성공, 성실, 성장, 성취, 소박, 소속감, 소신, 수양, 수용, 순응, 순종, 신뢰, 신앙, 실내, 실외, 실용
아름다움, 안보, 안전, 안정, 애국, 야심, 양보, 양심, 업적, 여유, 연대, 열정, 영적인, 영향력, 예의, 온화, 완벽, 용기, 용서, 우정, 위대함, 유능함, 유대감, 유연, 유쾌, 윤리, 의리, 의미, 이해, 인정, 일
자극, 자비, 자신감, 자아, 자유, 자율, 자존감, 재미, 재치, 전통, 절약, 정의, 정직, 조화, 존경, 존중, 주도, 중용, 즐거움, 지능, 지식, 지혜, 진리, 진취, 질서
창의, 창조, 책임, 청결, 체험, 충성, 친구, 침착
쾌락
통찰, 팀
평등, 평범, 평판, 평화, 포용, 품위, 풍요
행동, 행복, 헌신, 혁신, 현실, 협동, 호기심, 환경, 효율
나는 아래와 같이 20개 정도를 골랐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가치관 pool이라고 이해해도 좋겠다.
가족, 감사, 건강, 경험, 관계, 긍정, 꿈, 낙관, 독립, 돈, 배움, 사랑, 성장, 소박, 영향력, 일, 자아, 자존감, 체험, 행동
여기서 10가지를 다시 골라내야 한다. 어떤 단어들은 어느 정도 의미가 비슷한 것 같지만 디테일이 달라 보여서 토너먼트 식으로 붙여보고 골라보기로 했다. 경험과 체험, 긍정과 낙관, 배움과 성장, 자아와 자존감. 똑똑한 chatGPT에게 물어보며 나름 고심해서 골라본다.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나는 '경험'을 선택했다.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한 나는 '긍정'을 선택했다.
배운 것을 넘어 적용하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나는 '성장'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인식하는 능력이 평가보다 중요한 나는 '자아'를 선택했다.결과적으로 아래와 같이 10개로 추려졌다.
가족, 건강, 경험, 긍정, 독립, 돈, 성장, 일, 자아, 행동
1년 전과 지금, 가치관이 달라졌을까?
가이드에 이렇게 작성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그것들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은 항상 배우고 성장하고 또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가치관이 변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나는 1년 전에 한 번,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며 한 번. 총 두 번을 똑같이 해봤다. 비교해 보니 이렇다.
- 똑같은 것 : 가족, 건강, 경험, 돈, 성장, 일 (이것들은 변함없이 내게 매우 중요한 것들인가 보다)
- 달라진 것 : 긍정, 독립, 자아, 행동 (1년 전에는 감사, 영향력, 유대감, 자존감을 선정했었다.)
긍정=감사, 자아=자존감은 유사한 가치관이라 그러려니 하고. 독립, 자아의 경우 올해의 내가 꽂혀있는 키워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Top10까지 살아남은 것 같다. 작년 이맘때에는 회사 밖에서 나의 영향력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에 집중했던 것이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선정하게 했던 요인 같은데, 신기하게도 올해는 영향력에 대한 온도는 다소 낮아진 것 같다. 장기적인 목표에는 물론 포함된 가치이지만 지금은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렇게 내 가치관의 변화를 트래킹 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지금 내 삶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가치관'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딱 잘라 정리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이제 1부터 10까지 줄을 세워봐야 한다.
가족 > 건강 > 자아 > 긍정 > 성장 > 일 > 돈 > 경험 > 독립 > 행동
중요한 것들을 2~3개 순서대로 배치하고 나머지 단어들이 어디와 어디 사이에 낄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니 가족과 건강, 자아가 Top3가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가 보다. 현재 나의 가족과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갈 가족이, 지금 나의 인생에서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만큼 서로 잘 노력하고 보듬어서 행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자아에 대해서는 스스로 느끼는 갈증이 많다. 나의 내면을 더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준한 탐구와 경험을 지속해야겠다.
현재 내 삶을 가치관 별로 평가하기
선정한 10개의 가치관 키워드에 지금 내 삶을 순서대로 대입하면서, 추구하는 삶과 현실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1~10점까지로 평가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감각적으로 점수를 매겨봤을 때 아래와 같았다.
건강, 성장, 경험, 행동 : 8점 (만족스러운 수준인 것 같다.)
일, 돈 : 6점 (만족도가 약간 애매하다.)
가족, 자아, 긍정, 독립 : 5점 (개선이 필요하다.)
8점 항목들의 경우, 크고 작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기에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다. 일과 돈의 경우에는 내가 추구하는 목표 수준이 높은 편인지, 현재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당장 크게 아쉽지는 않기에 6점을 배점했다. 가족, 자아, 긍정, 독립의 경우에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고 스스로의 태도와 마인드를 다잡아야 한다고 느껴져서 더 낮은 5점을 주었다. 내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5점부터. 그리고 6점은 장기전으로 준비해야겠다고 느꼈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해 볼 수 있었던 위키하우 가이드 덕분에 앉은자리에서 조금만 집중해 나의 가치관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내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떠올렸을 때 모호한 물음표가 많았던 분, MBTI가 아닌 색다른 방식으로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은 분이라면 내 방 안에서, 조용한 카페에서 작은 가치관 토너먼트를 열어보면 어떨까? 이번 글에서 소개하지 않은 챕터들도 꽤 남아있으니, 조금 더 나아가서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