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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21. 2016

그림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얼마 전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배운다기보다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취미를 늘리는 개념이랄까. 
어릴 때부터 글과 그림은 나랑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 글이 잘 쓰고 싶었고, 글이 취미가 되었고 생활이 되었다.
그랬으니 그림도 가능하지 않을까.

매일매일 그린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사진을 보고 그리기도 하고, 실물을 보고 그리기도 한다. 그림을 조금 그린다 싶은 사람들의 손놀림을 보면 색칠이 너무나도 쉽다. 그들이 마법의 손을 가진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쉬운 걸 그리나 싶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에 색을 입히는데 분명 비슷한 색깔을 칠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색이 표현이 안된다. 이 색도 섞어보고 저 색도 섞어보고 진하게도 칠해보고 연하게도 칠해봤지만 표현이 안된다. 따라 그린건 어쨌든 어떻게든 다르다. 색을 칠하면서 간단해 보이는 것들의 복잡함을 배웠다.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과자 팩이 막상 그림으로 그리니 생각보다 많은 색이 필요했다. 쉬워 보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했던가. 정말 그렇다. 단색이라 색이 다르면 표시가 더 잘난다.

심플해 보이는 과자 팩이었지만 디테일함이 살아있었다. 하늘이 몇 가지의 다른 색으로 표현이 되어있다. 따라 그리다 보니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는 것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리는 대상의 본질을 느끼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누군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아름다움에 감동한다. 무심코 지나친 누군가의 예술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그림을 그리며 인간 능력의 한계와 무한함을 느낀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그림.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대체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지금도 인간의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싶다. 반대로 자연의 색을 표현할 때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아무리 위대한 일을 해냈다고 하지만 자연을 흉내 내는 건 어렵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도 자연을 완벽하게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은 자연 앞에서 우리 존재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매일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내 그림이 느는 게 보인다. 발전하고 싶으면 가장 필요한 게 실행력과 끈기다. 일단 시작해야 변화가 생기며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하면서 '쌓아가는'과정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꾸준히 하면 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꾸준함을 이기는 재능은 없다. 스스로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고 믿어왔지만 내가 안 그린 것이었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시도를 안 했던 것이었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 꾸준히 하면 발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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