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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Aug 17. 2023

한의사 출신 개발자, 이현호 박사님!

#개발자 #마이크로소프트 #한의사 #미국 #코딩

한의학! 미국! 코딩! 마이크로소프트! 왠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단어들이 연결되면?
머나먼 미국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한의사 출신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한의대시절, 유학시절, 그리고 미국 생활까지 박사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들어보겠습니다:)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박사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프린서플 엔지니어링 매니저 (애저 컴퓨트 플랫폼 팀)

(현)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강사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본사에서 애저(Azure) 컴퓨트(Compute)팀에서 수석 엔지니어링 매니저(Principal Engineering Manager)로 일하고 있는 이현호입니다. 저는 경희대 한의대를 1996년에 졸업했고, 이후 캐나다 토론토대학(University of Toronto)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MS에서는 2012년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해 오다가 올해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또 노스이스턴 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의 시애틀 캠퍼스에서 알고리즘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현재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A. 보통 오전에는 주로 회의가 잡혀있고, 오후에는 주로 개발, 코드리뷰, 스펙 작성 등 개인적으로 할수 있는 일을 합니다.  월요일 저녁은 6시에서 9시까지 강의를 나갑니다.

 

<학창시절>

Q.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한의대 시절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봉사동아리 녹원, 학술동아리 본초학회, 그리고 학생회 산하 학술위원회 이렇게 3가지 동아리에 소속되어 활동을 했었습니다. 원래 노는 것을 좋아해서 게임도 좋아했고 당시 PC통신에서 야구동호회 활동도 했었습니다.


Q.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A. 한의대 시절 학교 공부보다 동아리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봉사동아리 회장직을 맡으면서 시간이 부족해서 본초학회와 학술위원회 활동은 본1때 그만 두었습니다. 봉사동아리는 봉사 지역을 정하고 선배들에게 지원금을 받아야 해서, 생각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주말마다 의료 봉사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제가 실력이 없는 학생인데도 환자분들이 저를 붙잡고 고맙다고 하실때는 죄송한 생각도 많이 들어서, 꼭 실력있는 훌륭한 한의사가 되어야 겠다는 사명감에 불타기도 했습니다.


Q. 어떻게 컴퓨터공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A. 제가 한의대 다닐때에 1차 한약분쟁이 터져서 한의대생들이 단체로 수업거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학기 이상 공백이 생겼는데, 동기 친구들은 학교 커리큘럼때문에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원전 공부나 사상의학, 사암침법 등 다들 평소 때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만 그 기간동안 컴퓨터 게임만 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웃음). 오랜 시간 밤새 PC통신이나 게임만 하다가, 문득 내가 한의학보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은 이유가 한의학이 내 적성에 맞지 않아서가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이면 실력있는 한의사가 되기 힘들 것 같다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필즈메달을 수상한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내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수학을 다시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공학의 기본이 수학이고, 수학보다는 컴퓨터공학이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에,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Q. 졸업 후에 유학을 결심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A. 의대 졸업 후 다른 공부를 해보자는 결심은 한의대에서 보아온 ‘나사’(한의대에 입학한 4수 이상의 ‘나이 많은 사람들’의 줄임말)분들을 보고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의대를 다닐 때에도 다른 전공으로 공부를 마친 후 뒤늦게 한의대에 다시 들어온 분들이 꽤 있었는데, 늦은 나이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에는 따로 시기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대 졸업 후에 다시 수학과나 컴퓨터 공학과로 진학하려는 생각을 본3때 즈음부터 갖기 시작했는데, 이공계 공부를 하려면 어차피 유학을 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Q. 유학 준비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전공을 바꿔 학부부터 시작하였기 때문에, 대학원 유학처럼 GRE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점 그리고 토플 점수만으로 쉽게 갈 수 있었기에 토플 준비에만 집중했고,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학부를 마친 후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유학 생활과 마이크로소프트>

Q. 박사님의 유학생활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한의대를 졸업하고 결혼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기에 다른 유학생들과는 상황이 다소 달랐습니다. 토론토 대학은 한국 유학생들도 꽤 있었지만, 저는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았기에 다른 한국 학생들과 교류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처음엔 영어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에세이를 써야하는 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과 과목이어서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토론토 대학은 학점이 아주 짜기로 유명한데, 전 한의대 다닐 때보다 오히려 학점이 훨씬 좋았습니다(웃음).


Q. 컴퓨터 공학과를 공부하면서 흥미로웠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컴퓨터공학은 절반은 수학이고 절반은 코딩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학부때는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더 재밌었습니다. 코딩 과제는 대부분 밤을 새우고 코딩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당시엔 PC가 느려서 학교 랩실에 비치된 컴퓨터로 코드를 짜야 컴파일도 빨리 되었기에, 주로 랩실에서 밤을 새웠던  같습니다. 대학원때는 분산처리 이론을 전공했는데, 이론쪽을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수학의 비중이 크고 코딩의 비중이 작아서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이론은 수학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서 난제도 많고, 이쪽 분야에는 워낙 천재들이 많아서, 대학원 시절에는 좀 공부가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에 한계도 느꼈고 나이도 꽤 있었기에, 박사학위를 딴 후엔 인더스트리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Q. 한의학과 컴퓨터 공학 공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한의학을 공부했던 것이 컴퓨터 공학 공부에 도움이 된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두 학문은 딱히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분야인데,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논리적으로 딱딱 떨어지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컴퓨터에 관심이 컸던 것도, 저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확실히 되는 것을 좋아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최근에는 오히려 한의학과 컴퓨터 공학에서 비슷한 부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변증시치는 어떻게 보면 패턴매칭과 비슷한데, 컴퓨터의 전통적인 알고리즘은 이런 패턴매칭에 약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컴퓨터가 패턴매칭 같은 분야에도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공지능의 단점이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한의학과 비슷하게 되었습니다(웃음). 


Q. 캐나다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오게 되셨는 데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캐나다는 대학 수준이 높고 좋은 대학도 많지만, 캐나다 IT 업계는 업다운이 심한 편입니다. 블랙베리나 ATI처럼 캐나다에서 성공했던 IT회사들이 결국에는 미국회사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미국회사에 인수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취업시장이 그리 크지 않고, 또 연봉수준도 미국에 비해 꽤 낮았습니다. 제가 박사 마칠때 즈음에 미국 MS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캐나다 회사들보다 대우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주저없이 미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Q. 미국과 캐나다의 생활을 비교하면 장단점이 있을까요? 

A. 미국과 캐나다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다른 나라입니다. 미국은 모든 시스템이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나라이고, 캐나다는 유럽식 사회주의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흔히들 돈벌기는 미국이 좋고, 살기는 캐나다가 좋다고 말합니다. 특히 총기사고 등은 미국이 훨씬 많아서, 캐나다가 훨씬 안전하고 빈부격차도 미국보다 적습니다. 반면 기업활동은 미국이 좋고 세금도 주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이 캐나다보다 적은 경우가 많아서, 일자리도 미국이 더 많은 편입니다.  


Q.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생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A. 흔히 북미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천천히 돌아가고 경쟁이 심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적은 것이 북미 생활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미 사람들은 가족 위주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개인주의가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많이 존중해 줍니다. 미국에서는 회사일보다는 가족일이 우선이기에, 가족 중에 급한 일이 생겨서 회사에 못 나온다면, 언제든지 회사에서 이해해줍니다. 오히려 가족일보다 회사일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기도 합니다. 또 교육도 한국처럼 경쟁이 심하지 않아서, 학원에 굳이 보낼 필요도 없고, 아이들도 공부보다 운동이나 예능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라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인종이나 나이, 성별 등의 차별도 적어서 이력서에 나이를 기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늦은 나이에도 취업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 회사들이 나이를 전혀 보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과 비교해 미국 생활의 단점이라면, 생활이 단조로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저와 같이 나이가 들어서 온 경우엔 영어도 힘들고, 아무래도 여전히 한국문화가 더욱 익숙하기 때문에 미국식 파티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곳의 사람들과 업무 외에 일상적인 대화를 할때, 여전히 어색한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Q.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신지 11년이 넘으셨어요!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장점 말씀해주세요.

A. MS는 흔히 윈도우와 오피스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10년간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고 지금은 MS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MS의 사훈은 ‘To 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on the planet to achieve more’인데, ‘Empowering’은 MS의 핵심 기업 철학입니다. MS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지만, 거의 모든 제품들이 다른 일을 더 편하고 효과적으로 하게 돕는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회사들과 협력과 상생을 아주 중요시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업철학은 사내문화에도 똑같이 반영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기부를 장려해서 직원이 기부를 할때마다 회사에서 같은 액수를 같은 곳에 똑같이 기부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또, 다양성과 소속감을 중요시해서 다양한 구성 속에서 모든 직원이 소속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해 줍니다. 직원 평가 시에도 얼마나 다른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는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참고로 90년대 말에 MS가 독점 지위를 악용해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MS에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2014년에 CEO가 바뀐 이후로 MS는 오픈소스를 장려하고 비단 윈도우만이 아니라 리눅스도 지원하는 등, 지금은 상당히 다른 회사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경쟁보다 협력과 상생을 강조한 이후, MS의 주식도 10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Q.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복지는 무엇이 있나요? (특히 직원 건강 차원에서의 복지가 궁금합니다.)

A. MS사는 미국에서 최고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의료보험이 상당히 좋습니다. 미국은 한국이나 캐나다와는 달리 국가의료보험이 아니라서, 직장이 의료보험을 지원해 줘야 하고, 의료보험으로 나가는 비용도 상당히 큽니다. MS의 직원 의료보험은 보험료의 100%를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보험 플랜이 아주 좋아서, 회사가 1년에 직원 1명당 내주는 보험료가 2만불이 넘습니다. 또, 치과보험, 안경보험, 생명보험 등도 회사에서 해줍니다. 미국은 또 401K라는 은퇴저축 제도가 있는데, 이는 은퇴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세금이 공제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50% 매칭을 해줍니다. 즉, 직원이 1달러를 이 구좌에 저축(혹은 투자)를 할때마다 50센트를 회사에서 추가로 더 넣어줍니다. 이 외에도 직원은 MS 주식을 10% 할인해서 살수 있고, 운동기구나 피트니스 클럽 비용 등에 1년에 1500불까지 지원해 줍니다. 또, 휴가는 매니저의 동의하에 무제한으로 쓸수 있고, 직원의 정신건강을 위해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따로 자유롭게 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클리닉이 있어서, 물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를 출산 했을 때는 남자는 3개월 여자는 5개월까지 유급 출산휴가를 줍니다. (그런데, 휴가제도가 무제한으로 바뀌었기에, 매니저가 동의만 한다면 그 이상도 쉴 수 있습니다.)


Q.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지원해주시는 보험에서 침이 커버되기도 하나요?

A. 아쉽게도 침은 아직 커버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한의학을 말하다>

Q. 미국에서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되나요?

A. 미국에서 한의학은 대체의학 중 하나로 인식이 되다보니, 한국보다는 좀 인식이 떨어집니다. 다만 미국은 대체의학 시장 자체가 꽤 큰 편이고, 한의학의 관심도가 점점 증가하고는 있습니다. 침이나 부항은 꽤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Q. 미국에 와서 한의원에 간 적이 있으신가요? 한국 한의원과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미국에서 선배가 하는 한의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한국에서 한의사를 하시던 분이어서, 한국 한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환자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한인사회도 한국 출신 한의사를 선호하긴 합니다.


Q.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A. 이런 문제는 제가 한의대 다닐 때도 많은 분들이 고민해 왔고, 또 노력해 왔던 부분입니다. 사실 제가 한의대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많은 부분이 세계화가 된거 같습니다. 여러 교수님들과 선후배 한의사분들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느끼다시피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한의학적 용어라던가 학문, 학회 등은 많이 세계화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도 한의학이 외국 일반인의 인식에는 여러 대체의학 중 하나 정도로만 인식되는 것이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계에서 벗어나 더욱 크게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성과를 계속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한의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A. 한의학의 커리큘럼과 교육은 수십년간 많은 의견이 있었고 아직도 변화∙발전 중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면, 커리큘럼도 이제 세계화에 맞춰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유학생이 한국 한의대에 유학을 와서 배워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한의사가 영어가 서툴러도 어느정도 외국 환자에게 설명해 줄수 있는 정도로 교육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한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침과 한약을 처방한 것이 외국 의사가 봐도 이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표준화된 교육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외국 의대 중에는 PBL(Problem-based Learning)이라고 해서, 문제 케이스를 통해 스스로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교습법이 예전부터 널리 적용되었는데, 요즘 한국의 한의대에도 이런 식의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옛날 한의학의 교육방식도 일종의 PBL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제 생각엔 한의학 교육에 꽤 적합한 교육방식이라 생각이 드는데, 이런 교육 방식의 연구도 잘 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

Q. 박사님의 장단기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사실 저는 딱히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타입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그때 그때 저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선택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은퇴하면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를 하고, 한국, 북미, 유럽 등에서 돌아가면서 살고 싶은 계획은 있습니다.


Q. 지금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저는 MS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일만 해왔는데, 클라우드 컴퓨팅만 봐도 지난 10년간 엄청나게 세상을 바꿨습니다. 물론 저는 그 큰 변화에 아주 작은 먼지만큼 정도만 기여했지만요. 제가 MS에 입사했을 때 클라우드 컴퓨팅의 매출은 보잘 것 없었고, 그 당시 비전은 아주 컸지만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클라우드 매출이 수백배가 늘었습니다. 이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없다면 온 세상 모든게 멈춰버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리모트로 일을 하고 (Remote Work, 원격근무-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업무방식), 사람들이 집에만 있어도 모든 IT 서비스가 정상으로 돌아간 것도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 덕분에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클라우트 컴퓨팅의 파워로 예전에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인공지능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가장 큰 화제인 ‘챗GPT’도 모두 MS의 애저 클라우드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Q. 유학을 생각하는 한의대생들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우선 저처럼 전공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같은 경우는 시간 낭비를 엄청 하고 많은 시행착오로 돌아 돌아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저의 경우는 하나의 사례로만 알아 두시고,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목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학을 꿈꾸신다면, 왜 유학이 필요한지 유학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건지 생각해 보세요. ‘한의학’만 따지자면, 우리나라가 한의학에서 가장 뛰어난 나라이기에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와야 합니다. 한의사를 하기 위해 북미로 한의대생이 유학을 가야 한다면, ‘경영학’과 같은 학문은 말이 되는거 같습니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등의 운영도 엄밀히는 경영이기에, 이런 분야의 유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의학에만 머물지 않고, 통합의학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의학 분야로 유학을 하는 것도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다만 의대 유학은 다른 전공 유학보다 훨씬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의대 선배 중에 미국 의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거나 포닥, 교환교수 등으로 간 경우는 많으니, 그런 분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한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A. 사실 어쩌면 한의대생이야말로 진로의 고민이 가장 적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제 동기들도 99%는 한의사 혹은 한의대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한의사가 되기로 생각하고 한의대를 들어왔다면, 좋은 한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환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시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면, 취미로 관심이 있는 것인지 혹은 깊이 있게 전문적인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좋아하던 취미도 직업이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막상 진지하게 그 분야에 진입해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들도 많습니다. 다행히 한의대 선배들 중에는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 많아서, 찾아보면 여러 분야로 진출한 선배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대만드의 공식 질문입니다!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나요?

A. 저처럼 한의대를 나왔지만, 한의사를 안하고 다른 길로 완전히 간 후배를 한 명 알고 있습니다. 한의대 졸업 후 MIT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하고 보스턴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임소연 후배님을 추천합니다.

이현호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한의대를 졸업한 후에도 다양한 진로를 개척해가는 분들이 많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박사님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투어하며 현대 과학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 그리고 미국 생활, 한의학에 대한 소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겠습니다! 

Interviewer. 꽃사슴

Writer & Editor. 꽃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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