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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Dec 01. 2024

한의학으로 우주의학에 도전하다, 전유전 한의사

#우주의학 #부비동 #한방신경정신과

광활하고도 냉혹한 우주. 그곳에서 한의학은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우주의학 분야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신 전유전 한의사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NASA 초빙을 꿈꿨던 대학 시절부터, 한국 우주인 선발대회 참가, 우주 학술대회 발표를 통해 한의학의 가능성을 알리기까지. 전유전 한의사님의 여정은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한데요. 전통과 첨단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그 여정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약력]

•  전유전 만년설 통합의학 원장

•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과 박사과정

•  티벳의학 수료

•  제1회 우주학술대회 발표 (2023)

•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회원

•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원

•  한국항공우주의학회 회원

•  마이크로중력학회 회원우주로 245 회원



들어가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한의사 전유전입니다. 한방신경정신과학 박사로서, 임상에서는 온전한 잠과 숨을 만들어 환자들의 건강한 뇌와 건강한 삶을 찾도록 돕고 있으며, 대학원에 다시 진학해 코와 부비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고 있어요.


Q.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의사’라니 굉장히 설레는데요. 원장님께서는 어떤 꿈을 갖고 계시나요?

A. 대학 시절에는 나사(NASA)에 초빙되어 우주의학을 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또한, 어렸을 때부터 ‘나는 죽고 나서도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인류에 기여하고 제 이름을 후대에까지 길이 남기고 싶어요.


Q. 최근 일과와 대략적인 한 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한의원 진료와 대학원에서의 연구가 주된 일정이에요. 그 밖에 최근 출간한 책과 관련된 업무를 보고 있고, 호흡과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해요.

임상에서는 진료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진 설문지를 개발하여 수정 보완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수면의 질이나 호흡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탐색하고 있어요.  또 병태 생리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된 공부를 진행하고 있어요.  대학원 연구는 매주 학교에 가서 교수님 강의 및 지도를 받고요. 틈틈이 논문을 검색하고 있어요.


Q. 기계공학과 대학원은 어떻게 진학하게 되셨나요?

A. 어느 날 “노트 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라는 이재영 교수님의 강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평소 쓰기의 중요성을 늘 체감하면서 살아왔던 터라, 이 강의는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고 거의 열 번도 넘게 반복해서 시청했어요. 그러다 교수님을 직접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포항으로 찾아가 뵈었어요. 만나서 제 이야기를 드리던 중 부비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드리며 꼭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마침 교수님께서 유체역학과 열전도 분야의 전문가이셔서, 제 연구를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죠.

처음에는 제 아이디어로 바로 실험하고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구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논문들을 조사하고 과학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법을 찾는 일이 얼마나 방대하고 중요한 과정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논문을 찾아보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며 연구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에요.

물론 제 가설을 증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려운 점도 많겠지요. 하지만 한의원을 접더라도 나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Q. 환자 진료와 더불어 굉장히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책을 출간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A. 네, 최근 ‘노화를 늦추는 뇌 건강법’이란 책을 출간했는데요. 건강 100세 시대의 도래를 맞아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다루었어요.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은 코호흡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굉장히 중요한 장치이고, 코호흡, 즉 부비동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다양한 노화현상을 일으키게 된다는 점이에요.

뿐만 아니라 체액 순환을 다루는 한의학, 정신을 강조하는 티베트 의학, 감정의 가치와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EFT), 뇌과학적 관점의 수면과 호흡, 그리고 우주의학을 아우르며 발견한 통찰을 담았어요. 또 한의학을 전통 한의학적 용어 대신 압력, 온도, 체액 순환 등으로 설명하여,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학부시절


Q.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A.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인형을 갖고 놀아도 꼭 다 분해했다가 다시 붙이곤 했죠. 고등학교 때부터는 우주소년단을 하며 항공 우주 과학자의 꿈을 꿨지만, 한 번도 한의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Q. 천체 및 항공우주과학이라는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대학교는 전혀 다른 전공을 선택하셨는데요. 어떤 연유로 한의학과에 진학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 아버님이 대전대학교 사학과 교수님이셨는데, 고등학생 때 갑자기 “넌 대전대학교 한의대에 가야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절대 보내주시지 않겠다고 하셨죠. 아버님이 굉장히 엄하신 분이라, 반항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한의대에 들어갔어요.


Q. 학부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A. 한문 수업 때마다 재시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 학생이었어요. (웃음) 제 의지로 간 게 아니다 보니, 예과 때는 공부를 전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본과 1학년 진단학 시간에 교수님께서 “한의학은 동양 철학이 아니고, 환자를 치료하는 응용과학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 이후로 한의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Q. 한의사로서 우주의학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 하게 되셨나요?

A. 소아과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자기 꿈에 대해 써보라고 하셨어요. 저는 무엇을 쓸지 고민하다가,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항공 우주에 로망이 있던 터라 나사(NASA)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나사에 초청을 받아 우주의학 분야에 한의사로서 기여를 하자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Q. 학부 시절에 우주와 관련된 경험을 많이 쌓으셨나요?
A. 밤마다 별을 열심히 올려다봤어요. 별을 보다 보면 뭔가 늘 짠했어요. 그곳에 가고 싶었고요. (웃음) 때때로 천문대에도 별 보러 많이 다녔고요.



한국 우주인 선발대회 참여


Q. 우주인 선발 대회에 참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그때 제가 서울 노원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하루는 노원구청을 지나서 한의원으로 출근하는데, 노원구청에 ‘우주인 선발대회’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나를 위한 거잖아! 당연히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참가했어요. 얘기할 필요도 없이 당연했던 거였죠. 우주인 선발대회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의아할 정도였어요.


Q. 우주인 선발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A. 4만 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지원했고, 오래 달리기와 서류심사, 상식과 영어 필기시험, 신체검사를 통해 245명이 1차로 선발됐어요. 2차 시험은 1박 2일 동안 치러졌어요. 오전에는 적성 시험이라고 해서, 성격 테스트 같은 문항을 1,000문제쯤 풀었어요. 많은 문항을 오랫동안 보니까, 더 좋은 답을 고르는 것을 넘어 자기 속내가 솔직하게 나오게 되더라고요. 이어서 오후에는 영어 면접을 봤고, 이후 고강도 체력 검사가 진행됐어요.


Q.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2차 시험 오후에는 영어 인터뷰가 있었어요. 그 인터뷰에서 “우주에 나가게 되었다고 가정하고, 개인 용품 하나를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죠. 그때 저는 ‘다이어리’를 가져가겠다고 대답했어요.

제 순서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캠코더 같은 디지털 장비들을 대답하는 걸 들으면서, 저 혼자 다이어리라고 대답한 것이 굉장히 창피했어요. 그 후로도 이 대답을 한 것이 두고두고 창피한 기억으로 남아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쓰기’라는 행위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인터뷰 당시 다이어리라고 대답했던 것이 정말 나다운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오히려 뿌듯함과 자부심까지 느꼈어요. 만약 또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망설이지 않고 ‘다이어리’라고 답할 거예요.


Q. 우주인 선발 대회에 참여하셨던 것이 원장님께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요?

A. 먼저 도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게는 우주인 선발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도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제 마음속에 우주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고요. 또 우주인 배출 사업 당시 1차 합격했던 분들이 ‘우주로 245’라는 단체를 조직했거든요. 그분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우주인 선발대회가 준 귀중한 자산이에요. 우주로 245 회원들과 우주라는 키워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커요.



우주 학술대회 발표


Q. 우주 학술대회에 참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우주로 245 회원분들 중에, 항공우주연구원에 계신 박사님들도 몇 분 계세요. 그중 최준민 본부장님께서 우주 학술대회가 처음으로 열리는데, 우주 의학에 관심이 많으니 발표를 해보라고 제안해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Q. 우주 학술대회에서는 어떤 발표를 하셨나요?

A. 마이크로 중력에서 부비동의 순환 저하가 우주에서의 빠른 노화를 일으키는 핵심이라는 내용을 비롯해, 한의학으로 우주의학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발표를 했습니다.


Q. 우주 학술대회를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우주에서는 중력이 매우 약해서 상체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얼굴이 부어요. 얼굴이 부으면 내부에 있는 부비동도 함께 부을 것이고, 그로 인해 코골이가 더 심해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발표를 준비하며 논문을 찾아보니, 우주에서는 코를 안 곤다고 하더라고요. 제 가설이 다 틀렸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더 찾아보니 우주에서는 코골이 ‘소리’만 나지 않는 것이었어요. 또한, 마이크로 중력에서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우주에서는 코로 아무리 호흡해도 부비동의 공기 순환이 뇌열을 식혀주지 못하는 거죠.


Q. 우주의학, 한의학, 그리고 부비동과의 연관성을 듣다 보니, 굉장히 새롭고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느껴집니다. 원장님의 발표를 들었던 다른 분들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A. 우주 학술대회 발표 이후 감사하게도 여러 곳에서 발표 제의를 받았어요. 또 어떤 학회에서는 저를 궁금해하고 기다렸다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고요. 나름의 관심받는 인사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하면서도 굉장히 뿌듯했죠.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실험해서 증명을 해야 한다는 큰 과제는 남아있어요.

2023년 우주학술대회에서 체액 순환에 기반한 한의학으로 우주의학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계신 모습입니다. 한의학과 우주의학이 만나 열어갈 가능성에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우주의학


Q. 우주의학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우주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신체의 변화나 질환을 분석하고 대처 방안을 연구하는 게 우주의학이에요. 대표적으로 나사(NASA)에서는 우주 방사선, 격리 및 감금, 지구로부터의 거리, 중력장, 적대적/폐쇄된 환경을 우주 비행의 5가지 위험 요소로 정리하고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마이크로 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포커스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Q. 마이크로 중력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지구에서는 뼈와 근육이 중력에 대항하기 위해 강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마이크로 중력 상태에서는 중력이 거의 미미하기 때문에 중력에 대항하는 작용이 필요 없게 되면서 골밀도가 줄어들고 근육이 빠져요. 그리고 혈액도 몸의 상부로 더 많이 이동하게 되면서 얼굴도 붓고, 심혈관계에도 부담이 가죠. 그 밖에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빨리 늙게 돼요.


Q. 그렇다면 한의학은 우주의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A. 한의학은 우주에 나갔을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인체의 변화에 전체적이고 유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마이크로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뼈·근육·심혈관계의 변화를 개별적인 요소로 분석하기보다는 ‘노화’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거죠. 치료 면에서도 개별 증상에 대응하기보다는 노화와 연관된 전반적인 증상에 동시에 대처할 수 있고요.
또한 한의학적 치료는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제약회사는 우주에서 발생하는 근육 손실을 유전자 변형으로 접근하기도 해요. 어렸을 때는 근육이 많이 늘어나잖아요. 근데 성인이 되면 이전처럼 늘어나지는 않고요. 그 이유가 성인이 되면 근육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유전자가 발현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우주에 나갈 때 그 유전자를 조작해서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거예요.  신선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왔을 때 그 유전자를 다시 되돌리는 건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형에 따른 부작용도 리스크가 있어요. 반면, 한방치료는 효율은 조금 낮더라도 인체가 받는 부작용은 훨씬 덜하다는 이점이 있죠.

이미 중국에서는 중의학을 활용한 우주의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아직은 ‘우주 멀미에 내관을 쓰면 효과가 있다’ 등의 단편적인 연구에 불과하지만요. 그래서 새로운 시각(종합적 관점)으로 우주의학에 접근한다면, 분명 한의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해요.


Q. 부비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우주 환경에서 일어나는 노화의 가속화는 부비동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요?

A. 우주에서는 마이크로 중력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지 않아요. 게다가 혈액이 상부로 몰리면서 얼굴도 붓고, 안면 내부에 위치한 비강과 부비동에도 부종이 생겨요.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하면서 부비동의 순환이 크게 저하되는 거죠. 그런데 제 가설에 따르면, 부비동을 순환하는 공기는 뇌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우주환경에서는 코로 아무리 열심히 숨을 쉬어도, 뇌의 열을 식히는 부비동의 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거죠. 이 기능이 저하되면 불면증과 우울증뿐만 아니라 노화를 가속화시키게 돼요.


Q. 최근 우주의학에서는 어떤 토픽에 주목하고 있나요?
A. 2023년 가을에 인하대에서 한미 우주의학 포럼이 열려 참석했어요. 우주 환경에서 일어나는 신체 변화와 관련된 분야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직 정신·심리적인 부분은 연구가 많이 안 되어서,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가 절실한 실정이에요. 또한 우주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약물이 수면제인데요. 수면제는 건강한 수면을 만들어주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우주인의 불면도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그리고 여성 우주인에 대한 우주의학 연구도 아주 미미한 상태예요.


Q. 한의학으로 우주의학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량적 데이터의 축적이에요. 한의학이 유사과학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수 있도록 명확한 데이터를 무수히 쌓아가야 해요. 물론 한의학이 가진 전체를 보는 관점, 유기적 관점을 잃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한의학의 용어가 아직도 몇 백 년 전의 고전적인 언어에 갇혀 있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불면증을 ‘심장의 화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는 경우를 자주 듣는데, 이러한 표현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심장의 화는 뇌의 과열이죠. 과거에는 뇌를 몰랐기 때문에 그걸 심장의 화라고 표현했던 건데, 지금까지 그런 용어에  매여있으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학을 보다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같은 맥락에서 진단 기기 분야에서도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고요.



한방신경정신과 전공에서 부비동 연구까지


Q. 한방신경정신과학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 저 스스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전공하게 되었어요. 정신과를 전공한 많은 선생님이 저처럼 불안정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 내부의 문제에서 기인하여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죠.

또 심리 기법을 배우기 위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참여했었는데, 그중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의 동생이 조현병을 앓고 있었어요. 어느 날 교육을 받으러 왔을 때, 그분이 매우 힘들어 보이길래 물어보니 길거리에서 동생을 만났다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조현병 환자들이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었는데, 그분의 어머니도 매우 걱정하고 힘들어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까운 사람의 가족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조현병 환자들은 암이나 불치병처럼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와는 달리,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 소통하며 사는 것이 매우 어렵잖아요. 이 점이 저에게 크게 다가왔고, 조현병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소담한 한의원을 운영하시다가, 2012년 정신의학의 뿌리를 찾아 티베트로 떠나신 원장님


Q. 뇌과학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A. 사실 티베트로 떠나기 전부터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하고 있었고 뇌과학 공부도 하고 있었어요. 궁극적으로 좋은 잠이 정신질환 예방과 치료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특히 불면증 치료에 주력해왔고요. 여러 공부와 경험이 쌓이면서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있었죠. 그래서 티베트에 다녀온 이후에는 강의도 들으며 뇌과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Q. 부비동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되셨나요?

A. 뇌과학을 공부하며 임상에서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던 중, 호흡과 관련된 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책에 프리다이버가 자신의 코를 인위적으로 막고 열흘 동안 지내면서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실험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첫날부터 잠을 못 자기 시작해서, 이후 야간뇨, 구취, 혈압과 맥박 상승, 신체 내부 온도 저하, 머리가 멍한 느낌, 극심한 불쾌감, 그리고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까지 나타나는 등 일련의 증상들을 겪게 돼요.

그 부분을 읽는 순간 제가 이전에 치료하다가 실패했던 환자들이 떠올랐어요. 그들은 모두 코호흡이 망가진 지 오래된 환자였던 거죠. 이후 코호흡과 부비동 연구를 계속할수록 환자들의 증상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다 하반신 마비 환자를 치료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부비동 연구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네요.


Q. 뇌의 온도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바가 없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심각한 뇌 병변을 가지고 있는 중환자실의 환자들의 뇌 온도를 측정한 연구가 있어요. 연구 결과, 하루 중 뇌 온도의 변화가 있는 환자는 하루 중 뇌 온도 변화가 없는 환자에 비해 생존율이 21배가 높았어요. 이를 통해 연구진들은 뇌 내부 온도가 중요한 지표가 될 거라고 예상했죠.

그러나 당시에는 정상인의 뇌 내부 온도에 관한 연구가 전무했어요. 그래서 뇌 내부 온도를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연구가 진행된 거죠. 연구는 20대부터 40대까지 건강한 참가자 40명을 대상으로 아침, 오후, 밤 하루 3회 MRS를 이용해서 진행됐어요. 그리고 2022년 여름, 마침내 건강한 사람의 뇌 내부 온도를 수술 없이 정확하게 측정한 논문이 발표되었어요.

연구 결과, 건강한 사람들의 뇌 내부 평균 온도가 38.5도, 뇌 중심부인 시상과 시상하부는 40도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또한, 여자는 남자보다 뇌 온도가 좀 더 높고 호르몬 주기에 따라 온도가 좀 더 상승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뇌 온도는 아침이나 오후에 가장 높고 밤 후반부에 낮아졌어요. 특히 하루 동안 뇌 온도의 편차는 20대보다 40대에는 더 감소했어요. 나이가 들면 뇌를 식히는 효율이 떨어지는 거죠. 결국 이러한 뇌 온도 조절 능력의 저하는 노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Q. 원장님의 부비동 가설에 대해 간단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부비동의 기능 중 이미 밝혀진 것 외에도, 부비동의 공기 순환이 뇌의 열을 식혀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 제 가설이에요. 부비동의 이 기능이 저하되면, 앞서 언급한 뇌 온도 연구처럼 뇌의 열이 제대로 식지 않게 되어 다양한 노화 현상이 발생해요.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변화도 이와 관련이 있어요. 또한, 부비동 기능이 약화되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호르몬, 자율신경, 온도, 식욕, 일주기, 면역, 감정 등 여러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쳐요. 특히 갱년기에는 상열감을 많이 호소하시는데, 이는 노화로 인해 부비동이 시상하부의 열을 제대로 식히지 못해 시상하부의 온도 센서가 고장 나면서 체온 감각에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이에요. 동일한 원리로 안면홍조 같은 증상도 부비동의 기능저하라고 유추할 수 있어요.


Q. 부비동 가설의 실제 적용 사례가 궁금합니다.

A. 제 환자 중에서 자고 일어나면 두통을 겪는 분이 계셨는데, 수면 테이프를 사용한 후 바로 다음 날부터 두통이 사라졌어요. 이 환자는 자는 동안 입으로 호흡하면서 두통이 생겼던 것인데, 수면 테이프를 사용해 입호흡을 막고 코호흡을 유도하자 두통이 사라진 거예요. 또 골반 온도가 낮은 환자에게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체로 콧물 코막힘 등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신경정신과 환자 중에서도 공황장애 환자들은 대개 코에 문제가 있었고, 특히 코로나 이후 공황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은 대부분 비염을 오래 앓아왔던 사람들이에요. 이런 환자들에게 코 호흡을 돕는 수면 테이프와 뇌열을 식혀줄 수 있는 한약재를 적절히 가감하여 치료하니, 제 임상 경험상 많은 환자들이 크게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대만드 공통 질문


Q. 한의사 그리고 우주 한의학자로서, 원장님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우선 대학원에서 부비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그 후에도 연구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아서,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야겠죠. 궁극적으로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서 의학에 큰 기여를 하고 싶어요. 


Q. 원장님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최근에는 우주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것이 가장 뿌듯했어요. 제 연구 논문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꿈만 같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만약 부비동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저희 교수님과 함께 사이언스지에 발표하게 된다면, 그때도 매우 뿌듯할 것 같아요.


Q. 혹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과 그때의 극복 방법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A. 가장 최근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작년 12월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였어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출근하는 것도 너무 괴롭고 진료도 너무 힘들었죠. 극복한 방법은 역시나 글쓰기였어요. 하루에 일기를 다섯 장씩 몰아서 며칠간 쓰고 나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평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편이지만, 어쩌다 우울한 시기가 오면 꼭 글을 쓰곤 해요. 생각해 보면, 한의대에 가야 해서 방황했을 때도, 한의원 운영으로 힘들었을 때도 늘 무언가를 열심히 쓰면서 이겨냈던 기억이 나요. 글을 쓰면서 조금씩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거든요.  


Q. 한의대생이나 우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꿈을 꾸고 그 꿈을 간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꿈을 꾼다면, 그 꿈이 언젠가 자신이 원했던 곳으로 데려가 주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꿈을 놓지 않고 계속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쓰는 습관’이 정말 중요해요. 머릿속은 산만하고 복잡하며 빠르게 변해요. 그런데 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잖아요. 쓰다 보면 생각이 점차 느려지면서 정리되고, 감정도 안정돼요. 정리된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더 잘 떠오르죠. 용기와 희망, 꿈을 주는 글쓰기는 한마디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환자들에게도 글을 쓰라고 권하고 있고, 실제로 환자분들께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세요.


Q. ‘대신 만나드립니다’가 다음에 만나 뵀으면 하는 분이 있나요?
 A. 제 스승이신 이학로 원장님을 추천합니다.



우주의학 분야에 대한 도전과 한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시는 원장님의 여정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진솔하고도 열정적인 이야기로 귀한 시간을 나눠주신 전유전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대만드는 앞으로도 한의학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Interviewer. 백조

Writer & Editor. 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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