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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20. 2021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윤영주 교수님-2부

한양방협진, 의료일원화 그리고 한의학 교육이 궁금하신가요?

지난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한의계가 처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그리고 대만드 독자님이 궁금해하셨던 한의계의 학파에 대해 학생들이 가져야 할 태도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최근의 장애인 주치의 문제, 코로나 치료에서 한의계가 배제된 문제 등에 대해 저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제도권의 내용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거나, 코로나 후유증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서 좋은 결과를 자꾸 만들어내면 그 방향으로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제도적으로 코로나 중증기 환자에 대한 공식적인 진료에서 한의진료가 배제되어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시도를 하고 많은 증례를 모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주치의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분과도 인터뷰를 했었는데, 장애인 주치의를 한의사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더라도, 막상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 어떤 한의사도 지원을 안 하면 유명무실 해집니다. 물론 인센티브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만, 실제로 제도가 없는 상태이더라도 장애인을 성심성의껏 진료하는 한의사가 많아서 ‘한의원에 가면 더 진료를 잘 받을 수 있고 치료효과가 좋다.’고 장애인들 스스로가 느끼게 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일부 한의사 단체에서 장애인 진료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장애인 진료가 오래 걸린다고 수가를 더 받지는 않기 때문에 개원 한의사들이 환영할지는 의문이에요. 따라서 제도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제도가 없더라도 장애인 진료에 관심이 있다면 현재 상태에서도 봉사활동에 나가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어요. 현실에서는 경제적인 이득이 별로 없더라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어야 변화가 생겨요.



Q. 개개인의 한의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결국 제도적으로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A. 그렇죠. 주장을 하려면 어쩌다가 한 명의 장애인이 왔을 때도 정성껏 진료해서 환자가 계속 내원할 수 있게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봉사도 계속 나가야 해요. 하지만 이런 한의사들이 많지 않아서 정부에서 장애인 주치의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쪽으로 결정하더라도 한의사 수를 다 못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회의할 때 나오기도 했어요. 

 

감염병 치료 증례를 더 많이 쌓아 향후 한의계도 감염병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D


Q. 아까 교수님께서 한의계 전체가 폄훼에 대응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다고 하셨고, 또 최근에는 한의대생들도 패배의식을 갖거나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어떻게 패배의식과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한의대에 오게 된 이유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는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패배감에 젖지 않으려면 자신이 무슨 이유로 한의대에 왔는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대에 떨어져서 한의대에 입학했고 의대에 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의대에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의대에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편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한의대에 왔다면 이 경우에도 다른 길을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존경도 받고, 돈도 많이 벌고, 편하게 살고도 싶어 하는데 모두 다 가지겠다는 건 욕심일 수 있어요.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맞습니다. 

  만약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한의대에 온 친구라면, 실제 환자들을 치료해보며 성취감과 기쁨을 얻는 것이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갖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돈도 벌고, 인정도 받는 것이 목표라면 주변에서 어떤 얘기를 하든지 흔들릴 필요 없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침을 놓고 한약을 잘 써서 환자들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경험할수록 불안감이 점점 없어질 거예요. 그런데 공부는 별로 안 하고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는지로만 접근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소박하게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한의학을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점점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일부에서 ‘한무당’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한의사,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격성과 혐오 표현의 문제라고 봐요. 특히 익명성 뒤에 숨는 온라인 상에서 심하지요. 이에 대해 의사에 비해 열등하기 때문에 무시당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수준 이하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비정상으로 평가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Q: 다음은 대만드 독자분이 올려주신 질문입니다. 한의학에는 팔체질, 사상의학, 형상의학, 소문학회 등 학파가 굉장히 많은데 왜 이런 것일까요? 

A. 많은 학파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한국 한의학의 특징이죠.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요. 또 묘한 점은 한 사람을 놓고 어떤 한의사는 후세방으로, 어떤 한의사는 고방으로, 어떤 한의사는 사상체질방으로 치료하지만 모두 효과를 보고, 또 치료법에서 공통적인 부분들(예를 들면 공통 약재들)이 나오기도 해요. 이런 다양성은 한국 한의학의 특징이에요.

  일본은 한의학이 없어지면서 고방이 남아있거나 아예 후세방, 탕증이나 정병전방 무슨 병에는 무슨 약 이런 형태로 한의학이 보존되었다면, 중의학은 공산당 정권이 주도해서 국가적으로 통일이 되었어요. 그러나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과거로부터 내려온 전통이 많아서 우리가 안 쓰는 약도 많이 쓰고 다른 점이 많아요. 한국 한의학의 특징은, 철학적 논쟁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남아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계속 새로운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요. 왜 이렇게 학파가 많은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요. 



Q. 이렇게 학파가 많은 것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A. 저는 학생들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계에 학파가 많은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중의변증 위주의 교과서, 동의보감을 편집한 방식의 교과서 등 과목별로 차이가 있으니 공부하는 게 굉장히 힘들죠. 힘들지만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한국 한의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을 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따라서 현실은 현실이니까 인정을 하고,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고 졸업해서 국가고시를 통과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죠. 그런데 이것만으로 부족하고 한의대 졸업하고 바로 환자를 잘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계속 공부가 필요해요. 의대생들도 6년 과정 마치고 최소 4년의 수련을 거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 하는 거는 국시까지 착실히 따라가되 그 외에도 두루두루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선배, 어떤 교수님께 딱 꽂혀서 ‘이게 전부다’, ‘다른 건 다 틀렸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학생 때는 형상의학회 강의도 가고 소문캠프에도 가보고 학생 대상으로 하는 강의들도 경험하다 보면 자기에게 더 맞는 분야가 있어요. 그걸 위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이 필요해요. 즉 다른 공부들도 다 하면서 자기 안에서 접목시키는 거죠. 이렇게 하면 헷갈리지 않고 오히려 여러 개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꼭 후세방만 써야 한다 고방만 써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고방이 효과가 좋은 사람과 질병이 있고 사상의학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있으니까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많이 연습하고 공부하되, 다른 분야의 경우 가끔씩 쓰더라도 두루두루 알 수 있도록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윤영주 교수님 연구실에서의 모습입니다!


Q: 대만드 공식 질문입니다. 향후에 교수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A: 이제 교수가 된 지 11년째인데, 학교도 늦게 졸업하고 교수도 늦게 된 편이라서 처음엔 정신이 없었어요. 정신없이 진료하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연구과제 많이 따서 하고 그랬는데, 작년부터는 이제 슬슬 은퇴하면 뭐하지,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과제를 따서 논문을 많이 쓰는 것보다 진료에 좀 더 신경 쓰고 싶어요. 또 진료 외의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에게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얼굴이랑 이름을 잘 못 외워요. 여러 학년에 강의는 들어가는데 한 강의를 한 학기 내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여기저기 들어가니 제가 지도하는 연구과정 학생이 아닌 이상 학생들과 친해지고 그러지를 않더라고요. 강의에도 좀 더 신경을 쓰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더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또 나중에는 책을 쓰거나 유튜브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꼭 한의학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의료나 건강에 대해 내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도움을 줄 수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다음에 대만드에서 만나봤으면 하는 분들 추천 부탁드립니다!

A. 부산 요산 한의원의 김태국 원장님을 추천해요. 지금은 회장이 아니시지만 소문학회를 이끌어 오신 분이에요. 요산 한의원에 가서 분위기부터 느껴보고 원장님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경희 예당 한의원의 양주노 원장님을 추천합니다. <한방 임상 이야기>라는 책을 내신 분이에요. 저보다 훨씬 젊으신 분인데 원장님이 치료한 환자들의 증례를 굉장히 자세하게 정리해서 세권이나 책을 냈어요. 그것도 쉬운 병이 아니라 어려운 병들인데 치료 경과나 본인이 썼던 처방들도 공개를 하면서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경희 예당 한의원 홈페이지를 보면 어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 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복수면허자 중에는 안원식 교수님을 추천해요. 서울대 의대에서 교수를 하시고 국가 과제로 생체 데이터 연구를 하시던 분인데 경희대 한의대에 편입해서 2019년 2월에 졸업하셔서 한의사가 되셨어요. 현재는 한의학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프리랜서로 마취과 의사로 일하시고, 한의사로 파트타임 진료도 하시며, 통합의료 소프트웨어를 만드신다고 해요. 의대 교수까지 하던 분이 그만두고 한의대 입학을 하셨으니 굉장히 특이한 분이죠.

  마지막으로 복수면허자인데 임상을 굉장히 잘하시는 이종진 원장님이 있어요. 통증치료, 프롤로 치료에 대해 의사들에게 강의를 하실 정도로 뛰어난 분이세요. 여러 한의사, 의사들 다 가르치시고 본인도 개원을 하신 분이에요. 대구 한의대 졸업하시고 부산대 의대에 입학해 다니면서 학생회장까지 하셨어요. 꼭 만나보면 좋을 것 같네요. 


  윤영주 교수님과 한양방협진, 의료일원화, 한의학 교육 그리고 한의계가 처한 현실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며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또 향후 어떤 한의사가 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해주신 윤영주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 꽃사슴, 참새

Writer, Editor :  꽃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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