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코 Dec 05. 2020

Day13. 일과 삶

사아일체 (事我一體)


나에게 일이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나를 나답게 하고, 나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나에겐 일이다. 생각해보면 기계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던 때나,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나, 개발자인 지금이나 나는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직업에 따라 풀 수 있는 문제의 종류나, 방법이 바뀔 뿐이다.

내 꿈은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일을 한다. 왜냐면 일을 한다는 것은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들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나는 공부할 때 학문 자체보다는, 이 내용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지에 먼저 생각해본다. 개발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 공부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개발적 지식과, 책임감, 성실함 등을 토대로 일을 하고 있다. 이 과정들이 나의 나다움이 표현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의 꿈을 이루는 일을 하며, 경제적 독립도 얻게 됐다. 이는 내 삶의 주도권이 모두 나에게로 넘어왔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물로 이에 따른 책임감이 더 커졌지만, 내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일하는 내모습


20대, 사아일체 (事我一體)

집중을 잘하고,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망은 나를 일과 동일하게 만들었다. 급속 성장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지나온 과정처럼 나는 오직 하나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에 수반되는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나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나의 중심이 '일'이라는 외적 요소에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루 기분은 업무가 잘 됐는지 여부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자존감은 내가 일을 얼마나 잘했는지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시간에도 일과 함께였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점점 극으로 치달았다. 사람들을 만나도 자꾸 일 얘기만 했고, 업무 스트레스를 연인에게 쏟아냈다. 근데 일하는 나만 내가 아니다. 누군가의 연인이고, 친구이고, 언니이고, 동생이고, 동료 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오는데 나의 중심이 일에 가 있으니 그 영향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까지 미친 것이었다. 멈춰야 했다.


잠깐의 멈춤

일은 나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삶의 목적이자 수단이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잠깐의 멈춤을 선택했다. 오늘도 글이 너무 안 써져서 고민을 멈추고 샤워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떻게 써야 할지 떠올랐다. 그 안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보이듯이. 대학생 때도 안 해 본 휴학을 직장인 대학원생이 되고 나서 해봤다. 회사에서도 개발 외에 이루어졌던 다양한 업무들을 정리했고, 다른 분들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최대한 일과 일상을 분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중심이 내안에서 나와야 하고,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 쉼표의 끝에는 좀 더 단단하고 멋진 그리고 더 일잘하는 내가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

이전 12화 Day14. 4년 차 개발자 회고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