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코 Dec 09. 2020

Day17. 나를 괴롭히는 장애물

제가 다 할 수 있어요.


"상아님,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요."

“그래도 제가 하면 다른 분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잖아요.”

“다른 일 할 것도 많잖아요. 그러다가 상아님이 지쳐요. 나눠서 해야죠."


제가 다 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책임감’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인력은 부족하고 일은 넘쳐났다. 더불어 초반에는 매일 사고가 뻥뻥 터졌다. 서버 개발자가 없는데 서버가 멈추거나, 정보 수집을 서버가 아닌 모바일 폰으로 하고 있었다거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키워온 이 프로젝트가 나에겐 자식 같았다.


두 번째는 거절하지 않았다. 개발 회사라고 해서 개발 업무만 있는 건 아니다. 개발을 하기 위해 기획과 디자인이 필요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발표를 해야 했다. 해외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영어 번역이 필요했다. 회사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거절하지 않았던 작은 일들이 쌓여갔다.


이중에는 내가 잘하는 일도 있었지만, 못하는 일도 있었다. 못하는 일에 대한 자괴감이 쌓여갔고 능률은 떨어졌다. 못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못한다는 말이 나를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안 하면 누가 한단 말인가?


결과는? 번아웃이 왔다. 우리가 하는 일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이다. 온 힘을 다해 질주하다가 나는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책임감’, ‘거절하지 않음’의 결과로 해당 업무에 전문가를 구하는 시기도 늦춰졌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나의 사용설명서


이를 통해 내가 배운 건 ‘나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발견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 힘을 한 번에 다 쏟아내고 전사할 것이 아니라면, 내가 잘하는 것으로 오래 달리기를 해야 한다.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일을 줄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잘’ 하는 것 정도이지만, 함께하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는 개발 외에 다른 개발자와의 업무 조율 및 스케줄 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서 최대의 효율을 뽑을 수 있는 일을 믿고 맡겨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우거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나는 이런 나의 특성들을 객관화하고, 문제를 찾고 있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나의 사용설명서"를 만들고 있다.

이전 09화 Day18. 내 인생의 세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