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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4
잘 팔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서랍은 막상 중고거래에 올리니 금세 연락이 왔다. 애물단지 같았는데, 집에 오니 어느새 아쉬웠다. 하나씩 보내려니 마음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다 보내자, 언제까지 함께 할 수는 없으니. 물건도, 사람도 그런 마음으로 대해야 인연의 끝에 매달린 끈이 지저분해지지 않고, 리본 모양으로 잘 매듭지을 수 있으니까. 서랍의 가방과 엽서들도 떠나보내기로 했다. 꺼내지 않은 채 오래 지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니. 조금 이상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우려니 첫집이 떠올랐다. 하얀 가구를 모두 보내었기에 이 가구들을 들일 수 있겄고, 짙은 원목을 더 좋아한단 것을 알게 되었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다. 또 그래야 알아가고 짙어지고, 새로운 장면을 맞이할 수 있다. 집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들. 나는 집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