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너굴이가 1년에 한번 음악회 초대를 해준다. 작년엔 소프라노 임선혜 공연을 함께 관람했는데, 올해에도 잊지 않고 초대장을 보냈다. 평일 저녁에 공연을 본다는 게 친구 입장에서는 어려웠는지 가지고 있는 2장을 모두 주었다. 초대장이지만 좌석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 차이코프스키 라는 주제의 두 협주곡을 연주하는 기회를 듣는 게 좋아서 덥석 받았다.
나는 주로 혼자 음악회장에 간다. 옆 사람을 챙기는 에너지를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서 혼자 가는 편이다. 그래도 티켓 한 장을 어찌할까 싶다가 남편에게 티켓이 있음을 알렸다. 역시나 잘 모르지만 같이 가주겠다고 말하는 남편을 보며, 그가 진짜로 음악에 관심이 생긴 것인가 싶은 착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베토벤은 들었으니 이번엔 차이콥스키로 음악의 지평(?)을 좀 넓혀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학습을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퇴근을 마친 남편에게 주차를 하고 8층 잠실 롯데 콘서트 홀로 오라고 했다. 사전 정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미리 4시간 할인권을 결재 해놓으면 편하게 귀가할 수 있다. 정산을 하는 도중에 이곳엔 처음 와봤다는 남편의 말이 신경이 쓰였다. 부부가 함께 공연을 본지 얼마 안 되었지만, 롯데콘서트홀이 처음이라는 건 그가 여기서 공연을 나와 함께 보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내심 또 마음이 쓰였다. 역시나 음악보다 사람에 마음이 더 간다.
공연 주제는 '더 차이코프스키'다.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1840~1893) 탄생 184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Vadim Repin(바딤 레핀), Sergey Tarasov(세르게이 타라소프)가 연주한다.
사실 두 분다 나는 잘 모르는 연주자였다. 특히 너굴 말로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진짜유명하대 라는 말만 들었다. 그럼에도 곡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초보 클래식 애호가들도 쉽게 접근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P.I.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 인터미션 -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P.I.Tchaikovsky, Violin Concerto in D Major
바딤 레핀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선율 안에 내 얼굴은 헤벌쭉 웃고만 있었다. 너무 좋아서 남편 옆에 두고도 너무 멋있다고 ㅋ. 중년의 중후함을 모두 머금으신 얼굴로 바이올린을 켜시는 레핀 연주자는 화려하면서도 소리를 한없이 위로 올리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 시간이 아까울 정도.
세르게이 타라소프는 거침없는 러시아적 감성이 좀 묻어 있달까. 아시아 여성이 느끼는 러시아적 피아니즘? 그런게 있다면 향내 나는 텁텁한 피아노를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새롭게 들렸다. 좀 예쁘게만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요즘은 좀 거칠게 치는 게 좋아지니 계속 귀의 감성이 달라지는 중이다. ㅋ
사진에 없지만 프라임 필을 지휘한 에프게니 블린스키 지휘자는 굉장히 귀여운 분이셨고, 호응도 좋았다. 프라임 필오케를 처음 듣는데, 파트 수석으로 보이는 분들이 제일 열심히 하시는 게 눈으로 보였다. 좌석이 가까우니 사람이 보인다. 음악이 들려야 할 순간에.
공연 중간에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있었다. 악장 간의 박수를 쳐준 청중들에게 나는 약간의 실망을 했고, 공연 중간에 부스럭거리면서 가방 안에서 생수를 꺼내 물을 벌컥 마시는 분. 아무리 앙코르 영상이지만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모두 녹음한 분. 공연이 너무 좋았음을 실시간으로 생방송하며 이야기를 전달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