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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단걸 Sep 13. 2021

유기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사지 말고입양하세요!



한동안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듯한 발언이 담긴 프로그램이 방송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SNS스타견인 ‘경태’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나도 시작부터 그 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중간쯤이 되자 별 재미가 없었던지라 나는 넷플릭스를 켜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그 문제의 발언을 추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 발언을 한 출연자보다는 그 문제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유기견 출신으로 보호자의 지극정성으로 스타견에 오른 경태를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견 입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발언을 편집 없이 방송으로 내보낸 경솔함에 감탄했다. 과연 그 출연진이 말하는 전문가들이 누구인지, 펫 샵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은 아닌 것인지, 강아지 공장에서 새끼만 낳다가 생을 마감하는 강아지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닌 것인지, 과연 어떤 강아지 전문가가 유기견 입양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 것인지 나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그 모든 발언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복길이는 정확히 유기견은 아니었지만 유기견이 될 수도 있는 아이였다. 복길이의 이전 보호자는 복길이가 다른 강아지들과 적응을 하지 못한다며 파양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 글을 본 나와 내 동생이 입양을 했더랬다. 복길이는 보호자에 대한 보호본능이 유난한 강아지였다. 나와 동생이 장난을 치고 웃다가 서로를 때리면서 웃으면 우리에게 뛰어와 때리지 말라고 사이에 자리를 잡는 아이였다. 봄이는 십 년 전, 길에서 만난 아이였다. 주차장에서 추운 겨울을 보냈던 스트릿 출신 강아지였다. 복길이와 봄이는 처음에 많이 싸우긴 했지만 싸우면서 정이 들었던지 시간이 지나자 서로가 없으면 불안해했고, 출장 등으로 호텔링을 맡기면 두 녀석이 꼭 붙어 다녔더랬다. 복길이가 수술을 하고 힘없이 누워있으면 봄이는 복길이를 핥아주며 일어나서 놀자고 졸랐고, 봄이가 수술을 하고 누워있어도 마찬가지였다. 꽃님이는 강아지 공장 출신으로 추정되며 뒷다리 양쪽 모두 슬개골 탈구가 와서 버려진 아이였다. 보호소에서 구조되었고, 임보자의 지극정성으로 수술도 받고 치료도 받으며 보호를 받다가 나를 만났다. 


나는 펫 샵에서 강아지를 사 본 적이 없으므로 정말 펫 샵에서 사 온 강아지가 더 키우기 쉬운 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유기견이라서, 길거리 생활을 했다고 해서, 버려진 아이라고 해서 키우기 어려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버려진 강아지들은 어디엔가 문제가 있어서 버려진 것이 아닐까라고.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강아지들에게 문제가 있어서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들이란 대략 이런 것들이다. 강아지가 배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경우, 물건을 물어뜯는 경우, 시끄럽게 짖는 경우, 공격성이 있는 경우, 지나치게 활동량이 많은 경우 등등. 그러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없게 하려면 인형을 사면 해결이 되는 문제들이다. 펫 샵에서 사 온 강아지들은 처음부터 배변을 제대로 가리고, 물건을 물어뜯지 않고, 짖지 않고, 공격성이 없는 걸까? 


복길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까지 배변을 완벽히 가리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대략 70%만 가렸다. 나는 그런 복길이의 행동에 짜증이 났지만 뭐 어쩌랴. 배변패드를 본인이 배변하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복길이가 배변을 했으면 하는 곳에 깔아주었으니 내 잘못이 있음을 인정했다. 복길이가 배변을 하고 싶어 하는 곳엔 내가 패드를 깔아놓고 싶은 곳이 전혀 아니었으므로 나는 순순히 복길이가 배변 실수를 한 곳을 청소했다. 그에 비해 봄이는 길거리 생활을 오래 했지만, 우리 집에 오자마자 패드로 가서 배변을 했었다. 지금도 봄이는 99% 배변패드에 배변을 한다. 셋째 꽃님이는 낯을 가리는 강아지였는데, 우리 집에 오자마자 꼭 내 침대 근처에만 배변을 했다. 내가 치우고 있으면 눈치를 보다가 이내 코를 골며 잠을 자는 강아지였다. 지금도 목욕을 시킨 날에는 내 앞에서 카펫에 오줌을 갈겨놓는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이불 빨래를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배변 실수를 한다. 


유기견이어서, 길거리 생활을 했기 때문에, 버림받은 기억으로 인한 상처로 보호자에게 적응이 힘든지 나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내 강아지들은, 나의 용감한 스트릿 출신 강아지들은 나를 처음에 만나자마자 나에게 그들의 모든 애정을 쏟아주었다. 낯가림이 있던 꽃님이 조차도 내가 만지는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에도 꽃님이는 멀찍이 앉아서 두 사람을 관찰하다가 이내 엄마의 얼굴을 핥아주었더랬다.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서 새로운 보호자에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아마도 한 번도 유기견을 만난 적 없었던, 그때의 내가 그러했듯이, 모두 사람이 만든 편견일 뿐일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에게 학대를 당했거나 끔찍한 일을 겪었던 강아지들이라면 사람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일지라도 보호자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옆에 있어준다면 이내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상처가 있는 유기견은 보호자에게 적응하는데 오래걸릴 것이므로 '상처가 없다'고 믿는 펫 샵 강아지들을 사는 사람들에게 비약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강아지를 찾아 상처를 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그 발언은 애초에 방송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펫 샵에서 파는, 진열되어있는 강아지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 지 한 번이라도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펫 샵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는 사람들은 펫 샵에서 강아지를 살 수 없을 것이다. 한 번도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호르몬제를 주사해서 강제로 교배를 시키고, 귀여운 강아지들만 빼내고, 투자 대비 수익만 따지는 사람들이 어미개들에게 제대로 된 사료를 줄 일도 없고, 병원 진료도 볼 일이 없을 터이므로 당신이 사는 그 강아지는 분명 지옥에서 온 것일 테다. 그렇다면 가정 분양은 어떨까.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는 불법이다. 대다수의 가정 분양은 가정 분양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강아지 공장이다. 당신이 강아지를 펫 샵에서 사 온다면 많은 강아지들이 계속해서 지옥에서 살아야 하고, 가정 분양의 경우 대다수가 불법이므로 당신은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다 보면 어떤 날엔 동네 강아지들의 반상회가 열린 것처럼 다양한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강아지들은 서로 인사를 하느라 바쁘고 보호자들은 각자 강아지들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시키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는 보호자들도 있고, 슬개골 탈구를 걱정하는 보호자들도 있다. 우리는 작은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한다.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 이 아이들은 몇 살이냐고. 그럼 나는 답한다. “유기견 출신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봄이는 이제 열네 살 정도 된 거 같고, 꽃님은 네 살 정도로 추정한다고” 그런데 그 누구도 ‘우리 강아지도 유기견 출신’이라고 답하는 보호자를 본 적이 없다. 유기견의 재분양률은 대략 30%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 한 번도 강아지를 펫 샵에서 사 올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나는 유기견의 재분양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 사실에 아득해지고 만다. 길에서 만나는 다른 강아지들의 대다수가 당연히 입양한 강아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펫키지’를 보고 나서야 아,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구나. 그러니 방송에서 편견 어린 시선이 담긴 발언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강아지의 생애에서 작고, 귀여운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강아지의 수명은 15년에서 길게는 20년 정도이다. 지금의 당신의 삶에서 플러스 15년, 20년을 해보고 그때까지 이 강아지를 사랑할 수 있는지, 이 아이가 아플 때 병원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는지, 매일매일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할 수 있는지,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을 시킬 수 있는지, 내 인생의 단계가 변할 때마다 이 강아지와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스트릿 출신인 내 강아지들에게, 버림받았던 내 강아지들에게 나는 항상 고맙다. 힘들고 무서웠을 길거리 생활에도 묵묵히 밥을 얻어먹고, 추위를 막아줄 무언가를 찾아 겨우 잠들며 지냈던 시간을 용기 있게 이겨냈음에, 강아지 공장에서 새끼를 빼내는 삶을 살다가 슬개골 탈구를 이유로 버려졌을지라도 발랄하게 그 시간을 버텨내어 나를 보호자로 선택해준 강아지들을 보며 나도 힘을 내게 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끝까지 용기를 내보자고, 끝까지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보자며 나를 다독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미 유기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이야기한다. 


"유기견을 입양하세요! 그들에게 문제가 있어서 버려진 게 아닙니다. 재수가 없어서, 운이 없어서, 강아지를 버리는 보호자를 만났던 것뿐입니다. 그들은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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