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살 떨리고 숨 떨리는 자기소개 시간

by 글쓰는 몽상가 LEE


치열한 수강신청 티켓팅을 마치고, 드디어 첫 오리엔테이션 겸 개강시간이 다가왔다.


첫 강의는 정신병리학(pathopsychology), 저녁 7시 수업이었다.


정신병리학은 내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과목이라 많은 기대가 있었다.

첫 오리엔테이션은 온라인 줌으로 진행됐는데, 온라인임에도 긴장이 어찌나 되던지 줌에 접속하기 전부터 물을 들이켜고 카메라 각도와 조명은 괜찮은지 체크하기 바빴다.


6:55분쯤 접속하자 이미 교수님과 많은 동기들이 화면에 좌르르 보였다. 개강 전에 동기들과 실물로 만난 적은 없어서 나의 공식적은 만남은 랜선으로 이루어졌다.


참여자 화면을 보는데 이제 막 학부졸업을 마치고 입학한듯한 앳되보이는 동기부터 나처럼 직장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동기들까지 다양한 연령이 느껴졌다.


온라인이지만 어색함과 불편함이 카메라를 뚫고 전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서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7시 정각이 되었고, 교수님께서 마이크와 화면을 켜고 인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인자한 모습과 목소리, 위트 있는 말솜씨로 교수님은 학생들의 긴장을 금세 풀어주셨다.

역시 인기 있는 강의인게 납득이 되었달까. 심리학 전공 교수님들은 농담하면 안 될 거 같은 조금은 딱딱한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왜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는지는 비밀이다), 그와는 너무나 반대되는 첫인상이라 안심이 되었다.


오히려 학부 때 교수님들보다도 더 자상한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은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가 배울 정신병리학이라는 과목에 대한 개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셨다.


과연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목차와 PPT자료, 교재라서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가 되었다. 모든 수업이 그렇지만 발표수업은 필수였는데, 한 챕터씩 담당해서 PPT자료를 만들고 내가 동기들에게 수업하듯이 발표하는 것이다(이때만 해도 내가 발표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이제 첫 강의이고, 개관만 들었어서 '그래 그냥 하면 되겠지.'라는 편한 마음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화면을 천천히 보시더니 '여러분들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해보자'라고 하셨다.


첫 만남이니까 자기소개를 하는 게 어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긴 한데, 온라인에서 그것도 자기소개를 해본 적이 처음이다 보니까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라갔던 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는 존칭을 써가며, 한 명씩 호명했다.


교수님: "자, OOO 선생님, 반갑습니다. 아, 우리는 기본적으로 학부를 다 졸업했고 연령대도 다양할 걸로 예상되어 호칭은 선생님으로 부르려고 합니다. OOO선생님, 자기소개나 인사, 하고 싶은 말 해볼까요?"





이미지 출처: unplash



학생: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학부 때도 심리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어떤저떤 일을 하고 있으며,~ 교수님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발표한 동기는 청산유수처럼 자기소개를 멋들어지게 했다. 소개를 마치고 교수님과 농담까지 해낸걸 보니 정말 부러웠다.


몇몇 동기분들은 예상대로 학부를 갓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한 분들이었고, 대부분은 직장인이 많았다. 사실 긴장되고 초조해서 동기들의 자기소개가 귀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점점 내 순서가 다가올수록 초조함으로 괜한 손가락만 쥐어뜯고 있었다.


교수님: "자, 선생님들 모두 일과 학업 병행하시느라 고생이시군요. 이번에는 글몽이 선생님? 글몽이 선생님 반갑습니다."


내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숨이 턱 막혔는데, 최대한 티 나지 않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교수님께 인사를 했다.


글몽이(나): "교수님, 안녕하세요! 23학번 석사과정 글몽입니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나와서 그런지 목소리가 음이탈이 되면서 나왔다. 교수님과 동기들은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었지만 나 혼자 머리부터 얼굴까지 열이 확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다 생략하고 '한 학기 동안 잘 부탁합니다.' 하고 황급히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소개를 더 이어갔다.


글몽이(나): "저는 학부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그때 교양과목으로 수강한 심리학 과목을 듣고 심리학에 매료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빨리 말하고 끝내자 싶었는지 말에 속도가 붙어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자기소개를 듣다가 "교육학을 전공하셨는데, 가르치는 것에는 흥미가 맞지 않았나요?"라고 질문을 하셨다(교수님, 질문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그저 말하는 감자인걸요).


솔직히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역량이 되지 않았고, 적성에도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 말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말을 해야 할까 싶었다.

그렇지만 이미 긴장한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미션처럼 느껴졌던 터라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글몽이(나): "제가 누군가에게 교육을 하고 이끌어간다는 것에 역량이 부족하고 적성에도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서.. 하하.."


결국 말 끝을 흐리고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나도 동기들처럼 깔끔하게 소개를 마치고 싶었는데 더듬더듬 음이탈 하며 소개를 마치고 말았다.


교수님: 교육학과 심리학은 어느 정도 교차점이 있으니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 있으실 거예요. 글몽이 선생님 소개 잘 들었습니다.






인자하신 교수님은 그렇게 말하는 감자의 소개를 잘 마무리 지어주셨고, 어느덧 동기들의 자기소개가 다 끝났다.


교수님: 선생님들 모두 잘 부탁드리고요. 다음 시간부터 정신병리학 1강 시작하겠습니다. 학업과 직장 병행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쉽지 않으시겠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신 분들은 다 열심히 해내시더라고요. 모두 파이팅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죠.


긴장과 초조함이 가득했던 오리엔테이션이 무사히 끝났다.

내가 발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떨면서 불편해할 줄은 나도 몰랐다.


앞으로 모든 수업에서 발표수업은 필수인데 첩첩산중이구나!

그런데 뭐 어쩌겠어. 그럼에도 해야지!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즐길 수밖에.






그런데요 교수님, 조별 발표는 좀 안 하면 안 될까요.

제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다음 이야기는 바로 조별 발표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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