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강의 콘서트 티켓팅

다른 말로 수강신청이라고도 한다.

by 글쓰는 몽상가 LEE

우스갯 소리로 수강신청은 몇백만원짜리 강의 콘서트에 치열한 티켓팅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

맞다. 인기있는, 듣고싶은 교수님 수업을 듣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학부 졸업한지 오래돼서 잊고 있다가 대학원에서 1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새삼 치열한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마다 졸업할 때,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이 있을것인데 그 수업이 학기마다 열리면 참 고맙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학기마다 수업에 변동이 있을수도 있고 전공필수라고 해서 매학기마다 열리는 것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한 해당학기에 커리큘럼을 보고 빠르게 듣는 것이 유리하다.


내가 진학한 학교는 일반대학원이 아니라서 각자 회사생활이나 다른 일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각자도생으로 수강신청하는 스스로 학습하는 구조였다. 물론 과대가 있어서 굵직굵직한 정보는 교류가 되었지만 학부생때 느낄 수 있는 친밀한 관계와는 또 다른 직장과 학교의 교집합 느낌이 들었다.

(나는 원채 혼자 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편해서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


안내를 받아 입학과 동시에 1학기 수강신청을 할 시기가 되었는데, 초반에 들어두면 좋을 과목을 선점하는게 제일 중요했다. 우리 학교는 정규과정이 5학기지만 졸업요건을 충족하고 논문이 통과되면 4학기 조기졸업이 가능한 시스템이였다.


그렇기에 조기졸업을 생각한다면 전공필수를 3학기안에는 채워야 신청하고 진행할 수 있으니 전략적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 당시에 조기졸업을 생각하진 않았었다. 논문을 쓴다는 것 자체에 많은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규과정 5학기졸업에 '논문을 쓰지 않을 경우' 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옵션도 있었기 때문에 논문을 쓰지 않고도 졸업은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안심했었다.


무튼, 조기졸업 여부를 떠나서 졸업요건을 빨리 충족하고 싶었기에 내 전략은 1학기에 전공필수 3과목 총 9학점을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였다.


전공필수 과목에는 보통 교수님 두 분정도 배정되어 있었지만, 시간대가 낮에 수강해야 할 때가 있어서 직장인 학생이라면 저녁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같은 과목이어도 교수님 한 분에게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수강신청은 10:00 정각에 학교 시스템에 접속해서 신속하게 눌러야 했다.

콘서트 티켓팅하는 것 만큼이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10시에는 일하고 있을 시간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들었는데 회사에서 수강신청을 하기엔

위험요소와 예측치 못한 변수들이 많았다.






마음 편하게 집에서 수강신청하고 출근하기로 결정하고, 초조하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수강신청을 기다렸다.

(정말 콘서트 티켓팅하는것처럼 티켓팅 서버시간까지 열어두었다)


드디어 수강신청 카운트 다운! 10. 9. 8. 7. 6. 5. 4. 3. 2. 1. !!!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학번 입력하고 엔터를 눌렀는데 화면이 바로 뜨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내 손은 F5(새로고침)을 누르려고 했으나 새로고침을 누를수록 뒤로 밀린다는 소리가 있어서 일단 화면이 뜰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자에게 화면은 응답하듯이 수강신청 화면을 빼꼼 보여줬다. 눈을 굴리면서 전공필수 과목 3개를 하나씩 찾아 클릭했다.


이제 3분 정도 지났는데 정원에 금세 도달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몰릴까 생각해보면 나 처럼 신입생도 있지만 중간에 휴학했다가 복학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졸업을 앞두고 전공학점을 채우지 못한 선배들도 있을것이다. 정원은 매 학기마다 한정되어 있는데 이들을 다 받을 수는 없으니 치열할 수 밖에.


전공과목 2개까지 신청은 무사히 마쳤는데, 정말 듣고싶고 들어야 하는 수업에서 렉이 걸려버렸다.

새로고침했다가 들어오면 신청 못할게 보여서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그냥 기다렸다.


결국 될일은 된다고 기다리다보니 화면은 다시 기다림에 대한 응답으로 수강신청을 허락해주었다(처음부터 잘되게 해줄 순 없었니).






나름 출근까지 미루고 수강신청했는데 무사히 잘 신청해서 뿌듯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재학생 단톡방에는 전공과목 티켓팅에 실패한 동기들과 선배들이 정원을 늘려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교는 교수님께 상의하고 알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치열한 수강 티켓팅 현장은 잠정 마무리되었다. 나는 원하는 과목을 신청했기에 마음이 놓였지만, 이 과목을 듣지 못하면 졸업을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나 스트레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수강을 원하는 학생을 전부 받으면 교수님이 감당이 안될거 같기도 했다.

지금도 한 과목 최대 정원이 25명 정도였으니 말이다.



교수님: 내 수업 원해요? 원하면 소리질러!!



그래도 학교는 교육의 장이고, 배움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던가.

융통성을 발휘해서 교수님은 정원을 좀 더 늘리고, 수강요일을 조정하는 것으로 그렇게 협의가 된듯했다.


물론 그럼에도 수강신청을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인데 모두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 학기에 더욱 치열한 티켓팅으로 돌아오겠지)


내 돈 주고 배우는 것임에도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듣는 것이 쉽지 않은게 맞나. 싶다가도

교수님은 한 분이고 원하는 학생은 수십명인데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도 너무 많은 학생은 교수님이나 수업을 듣는 학생 모두에게 좋은 방향은 아니니까.


치열한 기억을 남긴 1학기 수강 티켓팅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고, 나는 이제부터 약 3개월간 교수님 토크콘서트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원생으로서 공부 시작이다.

강의 첫 시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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