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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첫 내담자

by 글쓰는 몽상가 LEE

학위논문제출자격시험과 중간고사를 치르고, 수업과 논문주제를 틈틈이 신경 쓰다 보니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할 일이 많아질수록 시간은 비례해서 더더욱 빨리 흐르는 듯하다.

나는 중간고사+과제를 망쳤기 때문에 기말과제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한다.






심리평가 과목의 하이라이트이자, 2학기 핵심 과제인 '심리검사 후, 종합보고서 작성하기'!

교수님께서 검사에 꼭 들어가야 할 몇 가지를 지정해 주셨고, 학교에서 검사도구의 대여가 가능했기에 진행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검사를 실시할 내담자를 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히 아직 검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일반 내담자에게 실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행검사K-WAIS-IV(지능검사), MMPI-2(다면적 인성검사), SCT(문장완성검사), Rorschach test(로르샤흐 검사), HTP(사람, 나무, 집 그리기 검사) 총 5가지와 행동관찰 및 태도 등을 포함하여 실시했다.


나는 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는데, 검사에 ㄱ자를 겨우 익히고 있는 애송이에게 생애 첫 심리검사를 받는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보다 괜한 미안함이 들었다(이미 한번 검사에 노출되면 다음 검사 때는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순서는 K-WAIS-Ⅳ(지능검사)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시행했고, Rorschach test(로르샤흐 검사), MMPI-Ⅱ, HTP 검사 순으로 상대적으로 피로도가 적은 검사는 뒤에 배치하였다. 검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SCT(문장완성검사) 같은 경우는 친구에게 미리 작성해서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내 첫 내담자와의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사장소는 최대한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기에 스터디카페의 미팅룸을 빌려서 진행하였다.


친구는 호기심과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나를 보며 즐거워했는데, 실제로 검사하는 것처럼 진행하자 어느덧 진지하게 임해주었다. 최근 심리상태 및 문제에 대한 면담부터 시작해서 행동관찰과 검사 태도 등을 틈틈이 기록하고 살펴보면서 검사를 시작했다.


* 참고:

K-WAIS-Ⅳ(지능검사)는 웩슬러 지능검사라고 하며,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 4가지 인지영역을 소검사별로 측정한다. 지능지수는 평균 100, 표준편차 15의 정규분포, 최고 160점·최저 40점까지 산출한다.
이미지 출처: 인싸이트


실시 매뉴얼과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있었음에도 첫 검사를 시행하다 보니 긴장이 돼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검사시간이 꽤나 지루하고 힘들었을 텐데도 힘든 내색 안 한 친구에게 고마웠다(임상현장에서 이렇게 진행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었음).


다음 검사는 대표적인 투사검사인 Rorschach test(로르샤흐 검사)이다. 친구에겐 검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카드를 보여주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친구: 글몽 선생님, 잠깐만! 근데 이거 진짜 잘 모르겠는데? 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무엇으로 보이는지, 무엇과 같이 생각되는지 말해주면 돼! 자, 무엇으로 보이더라도 상관없으니 보이는 대로 주저하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로르샤흐 카드는 검사의 오염방지를 위해 이미지를 첨부하진 않았음(이전 글에서 소개한 이미지와 유사함)


투사 검사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정해진 답이라기보단 보편적으로 많이 대답하는 답이 있을 뿐) 자유롭게 보이는 대로 말하면 된다. 나는 수업을 이미 듣고 난 뒤에 검사를 받았어서 아쉽다(아니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친구는 낯설어했지만 10장의 카드를 보이는 대로 성실하게 잘 대답해 주었다.

지능검사와 로르샤흐 검사로 힘들어 보이는 친구에게 이제는 부담이 덜한 MMPI와 HTP그림 검사가 남아있다고 설명했지만 MMPI-2는 567개 문항을 읽고, 답안지 같은 종이에 체크해야 하는 시간이 꽤나 걸리는 검사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MMPI-2 검사중인 나의 내담자님


친구는 차분히 567개의 질문을 다 완수해 주었다. 질문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은 뭐라고 해야 해? 라며 웃기도 했는데 내 친구이지만 귀여웠다. 최대한 친구라고 생각 안 하고 내담자로 바라보며 행동관찰을 하였는데, 나도 몰랐던 친구의 행동이나 표정들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음은 마지막 검사인 HTP(집, 나무, 사람 그림검사)이다. HTP검사는 내담자에게 A4용지와 연필, 지우개를 제공하고 집, 나무, 사람을 차례로 그리게 안내한다. 집, 나무, 사람은 각각 종이에 따로 그리도록 해야 하며 사람 같은 경우는 팔과 다리를 다 갖춘 인물로 그리도록 한다(*주의: 졸라맨처럼 그리면 안 됨)


1) 종이를 가로로 제시한 후, 집을 그리도록 요청함

2) 종이를 세로로 제시한 후, 나무를 그리도록 요청함

3) 종이를 세로로 제시한 후, 사람을 그리도록 요청함

4) 종이를 세로로 제시한 후, 3)에서 그린 성별과 반대되는 성별을 그리도록 요청함


친구가 그린 나무


친구는 그림검사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그럴 만도 한 게 앞선 검사들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을 테니까).

그림을 그린 후에는 각 그림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마무리한다.


Q. 그림에 그린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설명해 주세요.

Q. 몇 년 된 나무인가요?

Q. 나무의 건강상태는 어때요? 등등


* SCT(문장완성검사)는 제시된 문장 뒤에 __________ 빈칸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채워 넣는 것이다.


출처: 구글


문장완성검사 같은 경우, 인싸이트(Insight of psychology, INPSYT)에서 채점 분류표가 제공되어 있어 있으나 단독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다른 심리검사와 함께 활용된다. 친구에게 작성을 해서 가져와달라고 해서 검사시간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어설픈 검사자에게 흔쾌히 주말을 내어준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저녁을 함께 했고, 그렇게 나의 첫 내담자와의 검사는 잘 마무리되었다.


이번 심리검사 과제를 하면서 내 친구는 나의 과제를 도와주러 온 요정이기에 매우 협조적이었지만, 일반 내담자들에게 심리검사를 수행하고 해석하는 것은 훨씬 더 섬세한 태도와 전문성이 요구될 것인데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검사를 끝냈으니 검사 자료를 통해 해당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통합적으로 해석하여 기술해야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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