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제출자격시험과 중간고사
만만치 않은 수강신청 과목들(심리평가, 투사평가, DBT)과 함께 이번학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미션이 있다.
바로바로바로 '학위논문제출자격시험'이다.
논문을 쓰고 싶다고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논문을 쓰려거든 어느 정도로 학업에 노력을 했는지, 내용은 숙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험에 통과해야한다(사실 논문을 쓰던 안 쓰던 무조건 봐야 하므로 졸업하고 싶은 자! 자격을 갖춰라가 더 맞는 거 같다).
시험은 2학기 이상 재학 중(*9학점 이상을 이수)이면 응시할 수 있는데, 보통 1학기를 이수했으면 시험 볼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시험은 학위 과정에서 이수한 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그중 1과목은 반드시 전공필수 과목이어야 한다. 시험유형 정도(서술형인지 객관식인지 등등)는 알려주지만 구체적인 범위라는 게 없어서(사실 범위 전체인 게 당연한 거긴 하다) 많이 긴장됐다.
나는 정신병리학, 상담면접 과목을 선택했는데, 졸업 후 수련시험에 응시하려면 정신병리학은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하는 수준으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겸사겸사 결정했다. 상담면접 또한 중요한 과목이지만 솔직히 심리치료이론의 범위가 방대하고, 심리학자들의 각 이론을 외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개강한 지 1주가 흘렀고, 자격시험까지는 3주가 남았다. 논문자격시험공부와 함께 각종 과제를 다 완성해야 한다!
미션을 다시 정리해 보자면, 내가 수행해야 될 시험은
1. 학위논문자격시험 2. 심리평가 중간과제 및 시험 3. 투사평가 중간고사 4. DBT 중간과제 및 시험이다.
시험과 시험과 시험과 시험을 준비하면 된다.
중간과제는 교재 PPT발제와 쪽지시험이다. 1학기때도 그랬지만 발제는 모든 과목에서 필수인 듯했다. 발표알레르기 환자에게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긴장되는 과제이다. 발표 파트는 신경심리 SNSB-2 검사에 대한 소개와 검사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 SNSB-2란?
SNSB(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는 한국에서 개발된 종합 신경심리검사 배터리로, 인지기능 전반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이다. 중장년 및 노인을 포함한 연령대의 인지 기능을 평가할 수 있으며 인지기능 저하 여부 진단 및 감별(예: 정상 vs MCI vs 치매), 인지 저하가 나타난 경우 어떤 인지 영역(주의, 언어, 기억, 시공간, 집행기능 등)에 문제가 있는지 분석한다. 검사 시간은 전체 검사 시 약 1시간 45분 ~ 2시간 정도 소요된다. 5가지의 인지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별로 여러 하위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 주요 인지영역
- 주의(Attention): Vigilance Test, Digit Span Test forward/backward, Letter Cancellation 등
- 언어 및 그와 관련된 기능(Language & related functions): spontaneous speech), comprehension, repetition, K-BNT 등
- 시공간 기능(Visuospatial functions): Rey Complex Figure Test: RCFT 등
- 기억(Memory): Seoul Verbal Learning Test: SVLT, RCFT 지연회상 등
- 전두엽/집행기능(Frontal/Executive functions): Trail Making Test, Stroop Test, COWAT, Digit Symbol Coding 등
* 기타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Barthel-ADL, 한국형 IADL 등) 노인우울척도(Geriatric Depression Scale: GDS)
자료도 충분했고, 탬플릿도 다양하게 제공되어 PPT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역시나 문제는 발표랄까. 발표전 나름 리허설도 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1시간 내에 마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1학기때 발제를 경험해서인지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는 한결 나아졌다.
심리평가 쪽지시험이 의외의 복병(?)이었는데, 범위가 적지도 않았을뿐더러 각 검사마다 외워야 할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객관식과 주관식이 적절히 섞인 유형의 문제들로 '모두 고르시오', 혹은 한 문제에 답을 3가지 이상 써야 하는 문제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교재를 열심히 공부했으면 다 맞출 수 있던 문제임).
공부를 꼼꼼히 하지 못한 내 탓이지만 시험 문제를 보자마자 '와 진짜 망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기말고사에 모든 걸 걸기로 하고 심리평가 중간과제는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중간과제는 따로 없었고 중간고사가 진행되었는데, 오픈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어려웠다. 로르샤흐 검사의 실시와 채점연습이었다. 매뉴얼이 있지만 기본적 개념이 머리에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제한시간 내에 문제를 해석해서 기호화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사평가 중간고사는 시간 내에 문제를 끝까지 풀지도 못하고 제출해 버렸다. '아, 2학기의 꽃인 평가 과목을 망해버리다니' 역시나 나는 기말고사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중간과제는 교재 내용 PPT발제이다. 내가 맡은 챕터는 치료전략에 관한 내용으로 양이 꽤나 많았다(고백하자면 지금도 DBT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읽으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는 못하는 느낌이랄까. 꾸준히 반복하고 공부하는 수밖에). 발표순서가 뒤에 있기도 했고,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로 발표를 하다 보니 설명을 한다기보다 줄줄 읽기만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으니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느꼈겠지.
막판에는 내가 무슨 설명을 하는지도 모른 채 내용만 읽으면서 마무리 지었다. 중간고사는 쪽지시험 형태로 간단히 진행되어서 부담은 덜했다.
중간시험을 잘 보지 못해서 기분이 울적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 3과목의 중간과제와 시험은 그렇게 마무리를 했다.
자, 일단 논문을 써도 되는 자격을 얻었다.
과연 앞으로 나의 논문은 어떻게 진행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