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입학한 지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어느덧 4학기 수강신청이 끝나고 논문 마무리와 심사만 남게 되었다. 나는 조기졸업 신청을 했기 때문에 이번 논문이 무사히 통과되면 조기졸업을 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서 가장 기대되고 그만큼 부담도 걱정도 됐던 ‘임상현장실습’
회사 스케줄을 조절해서 병원에 가야 했기에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신경 쓰였다. 규칙적으로 빠져야 하는 요일이 하루 있었고 나머지 일정은 검사 일정에 맞게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직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보통은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건강임상심리사를 하기 위해 수련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다. 병원을 기준으로 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에서 해당 수련이 가능하다. 우리 학교는 자대병원에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가 모두 있어서 현장실습에 두 트랙 모두 실습이 가능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매주 사례에 대한 스터디가 있었고 풀배터리 검사를 비롯해서 인지치료나 의학 세미나, 행정업무 등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신경과 같은 경우는 신경심리평가 참관과 리포트 작성, 스터디 자료 발제가 있었다. 최대한 과의 특성에 맞게 균형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거 같아서 좋았다.
매주 고정적인 요일에 반가를 내야 하는 걸 설명하기가 어렵고 난감했는데, 상사가 업무에 지장 없는 선에서 괜찮다고 배려해 주셨고 안 좋은 일 때문에 쓰는 것만 아니면 좋겠다고 해서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회사에는 대학원을 다닌다고 말하기는 애매해서(...)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행한 풀배터리 검사 참관은 3-4시간 정도로 가장 하드코어(?)한 과정이었다. 피검자가 검사에 호의적이고 협조를 잘해준다면 시간은 덜 걸릴 수도 있지만 타의적으로 의뢰되어 검사하경우는 검사에 의욕이 없거나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어서 검사시간은 지연될 수 있다.
검사자와 피검자 모두 체력적 소진이 있는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자의 노련한 검사기술과 피검자의 정서를 이해하고 촉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현장에서는 풀배터리 검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검사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는 수련 3년 차 선생님의 풀배터리 검사에 참관하게 되었다. 피검자는 스스로의 인지능력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의뢰하였고 검사에 협조를 잘해주었다.
심리검사를 막힘없이 잘 진행하며 중간중간 피검자가 지치진 않았는지, 세심히 살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수련하면 저렇게 잘 해낼 수 있을까?’
감탄하고 배워가는 게 많은 시간인만큼 내가 해낼 수 있는 영역인건지에 대한 고민도 늘어났던 거 같다(이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참관을 미치고 선생님이 생각하는 피검자에 대한 증상이나 특이사항에 대해 들으면서 궁금한 점도 질문하였다.
그렇게 나의 첫 참관은 마무리되었다. 이 외에도 입원한 환자분들을 대면하며 어떻게 심리치료를 하는지, 행정업무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어딜 가나 행정업무가 참 많다는 생각과 심리검사와 보고서 작성을 하면서도 이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선생님들이 철인처럼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슈퍼바이저 선생님과 수련생들과의 합이 아주 잘 맞아 보였다. 최소 2년 이상을 함께 해야 하기에 서로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심리실의 분위기를 좀 더 유심히 관찰했었다.
슈퍼비전을 해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말하되 열심히 노력하고 잘한 것을 칭찬해 주고, 수련생들에게 ‘나는 너희를 많이 아끼고 존중한다’라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로 배려하는 느낌이 들었다(수련생들이 잘하니까 그만큼 슈퍼바이저도 잘하는 거겠지?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무튼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여서 졸업하면 이곳에서 수련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렇지만 정말 정말 들어오기 힘들다).
신경과에서의 신경심리평가 참관은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난 학기 신경심리평가에서 기말과제로 SNSB-2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봤기에 더욱 집중해서 보았다. 아무래도 인지저하가 있으신 노인분들이 내원하여 검사를 받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겨워하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도 나도 보호자분도 서로가 마음 아프고 힘들었다. 검사 중에 힘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환자분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SNSB는 2시간 정도 검사가 진행되는데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닌 걸 알기에 환자분이 얼마나 힘겨울지 공감이 가서 더 안쓰러웠던 거 같다. 힘겨운 과정이 있었지만 보호자분이 환자분을 격려하고 설득해서 검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검사 스킬과 환자분과 보호자를 대하는 따뜻한 모습에서 배울 점도 많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감정이입이 돼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논문 예심과 본심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예비심사는 최종 결과까지 작성하지 않아도 돼서 부담이 덜 했지만 어쨌든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교수님들께 피드백을 받는 것이니 그것도 긴장이 안될 수가 없었다. 물론 지도교수님이 방향을 잘 잡아주셨지만.
예비심사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해 두었다(내가 준비했던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음). 발표 공포증을 미세하게 극복한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긴장하지 않은 자세로 발표를 마쳤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교수님들의 피드백 시간이 있었는데 우선 연구주제에 대해서는 교수님들 모두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그 외에 내용을 뒤엎어야 한다거나 방법이 잘못돼서 다시 하라는 피드백은 없었던 거 같다(...).
무튼, 연구대상자를 모집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데이터가 잘 나오길 바란다는 모 교수님의 근심 어린 응원을 끝으로 예비심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진짜 조기졸업 가능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