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을 놓고 있는 대학원생
논문을 쓰면서 수업 듣고 과제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어찌 됐던 IRB 승인을 받았고 졸업을 위한(?) 연구를 게을리할 수 없으므로 정신을 차리고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
곰국처럼 먹어서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누구든 그렇겠지만 남의 노력을 쉽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넘어서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길 정도랄까. 이번 논문을 쓰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은 "석사 논문은 논문도 아니지", "교수님들은 석사 논문 관심도 없어 ㅎㅎ", "그거 웬만하면 진짜 다 통과함", "요즘엔 대학원도 그냥 돈 내고 들어가면 졸업하는 거 아닌가?"였다.
정말 친한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애매모호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농담 섞어서 한 말인 것도 알고 게중엔 본인도 석사, 박사를 경험했기에 박사 과정에 비하면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표현을 강하게 한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직접적으로 귀에 때려 맞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는 정말 쉽지 않은데', 작성하는 거부터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건가?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당장 할 수 있는 건(해야 하는 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작성하는 것이다.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논문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남들의 평가가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끝까지 마무리해서 통과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설문결과가 차곡차곡 쌓이는데 통계를 내봐야 알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올 거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계속 그럴 것이라고 최면을 걸었을지도).
우선 데이터가 큰 문제없이 잘 모인 것을 확인했고 결측값을 제외하더라도 차질 없이 결과를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본론의 이론적 배경은 조금씩 미리 써두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정말 나중에 시간절약에 도움이 됐다.
참고문헌을 끝없이 검색하고 그 내용을 나만의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는 거 같으면서도 재미가 없었다. 혹시나 카피킬러에 우수수 걸리게 되면 어쩌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교 지침상 카피킬러 %가 내 생각보다는 관대한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한 장, 두 장 채워지는 페이지를 보며 이게 내가 창작해서 출판하는 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훗날 이러한 마음들이 쌓여 결국 브런치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결론적으로 논문은 내게 많은 영향을 준거라고 생각한다.
무튼, 본문에 삽입될 표를 통째로 날려먹고 결과 데이터를 다시 돌리고 돌리는 과정이 반복되었지만(...) 정신줄을 부여잡고 자판을 열심히 두드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논문과 곰국, 내가 둘 다 씹어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