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브라질에는 없고, 한국에는 있는 것
한국에서 몇 달 동안 지내야 할 일이 생겨 아이를 한국의 어린이집에 보내게 됐다.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 서류를 작성하다가, 아이를 브라질 유치원에 입학시킬 때는 받아보지 못했던 신기한 서류 한 장이 보였다. 그 서류는
바로 ‘아동의 안전한 보호와 양육을 위한 보호자 동의서’였다.
그 동의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사전 연락 없이 결석했을 경우, 결석 1일 차, 우선
어린이집은 결석한 아이의 가정에 전화 연락을 한다. 2일 차에도 연락이 안 될 경우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가정방문을 실시한다. 가정방문 결과 아동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소재의 안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으로 판단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 또는 수사기관(112)에 신고한다는 내용이었다.
◇ 아동의 '무단결석'에 재량껏 대응하는 브라질
내게는 이런 서류가 존재한다는 것부터 충격이었다. 브라질에서 저런 내용의 동의서는 구경도 못 했다. 언젠가 아이가 아파 연락 없이 유치원에 보내지 못한 때가 있었는데, 그때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우리 집에 전화도 한 통 걸지 않았다.
브라질의 모든 유치원이 그런가, 아니면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만 이런가 궁금해 브라질에 사는 몇몇
지인에게 연락해 "아이가 무단결석했을 때, 유치원에서 연락한 적 있냐"고 물어보니 결석한 지 3일이 지나서야 전화한 유치원도 있고, 결석 당일에 바로 연락을 준 유치원도 있었다. 즉, 브라질은 유치원 재량, 그리고
선생님의 재량으로 아동의 무단결석에 대응하는 듯 보였다.
한국에는 있는 '아동의 안전한 보호와 양육을 위한 보호자 동의서' 서류가 브라질에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이를 배려하는 문화가 한국보다 큰 브라질이지만, 브라질에도 아동학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 같은 제도 없이 유치원이나 선생님의 재량으로 아동의 무단결석에 대응한다면, 그리고 무단결석의 이유가 학대라면. 학대받는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도우러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조차 하지 못한 채 학대 속에서 고통받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제도도 완벽하진 않다. 학대받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무단결석했을 때, 전화 연락만 주는 결석 첫날, 아이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이를 학대한 부모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제도의 부족함은 차차 보완하면 되는 일이다. 브라질에 돌아가면 아이의 친구 엄마들과 이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야겠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