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화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하여 약간의 우울감과 함께 끝을 맺는다. 여독의 피로감과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의 직시로 동반되는 우울감은 언제나 약간의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오늘은 그렇게 찝찝함으로 시작한 날이었고, 그래서 출근 전부터 '대충 시간만 때우다 무조건 칼퇴한다!'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밤 10시가 넘어 일기를 쓰고 있는 현실이란.
일이 바빠서라기보다 근처 식물가게 사장님과 놀다 늦은 거긴 하지만. 식물을 팔지 않는 식물가게 사장님이 자꾸 나에게 식물의 매력을 전파해 주셔서 요즘 살짝 식물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던 차다. 새로운 생명이 나고 지는 신비에 빠져들면 출구가 없다더니 정말 맞는 말일지도.
떠나기 전 물을 주었던 화분을 돌아와 살펴보니 새싹이 자라 있다. 아프리카 식물은 되도록 말리면서 키우다 뿌리가 말랑해지면 물을 주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물을 한번 줄 때마다 눈에 띄는 변화가 발견된다. 이번 여행에서 나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아주 잠깐의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 마른 영혼에 물을 적시듯 나를 변화시켰다. 꿈같던 몇 시간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진정한 소비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판매자의 자세 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휴무일을 늘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오늘도 다섯 시 넘어서 개시를 했지만, 매출을 떠나 매우 기쁜 날이기도 하다. 책을 한 보따리 싸가지고 공유서가를 찾아 주신 손님이 계셨던 것! 플로팅에서도 책을 판매 중이긴 하지만, 나는 플로팅이 책을 많이 파는 것은 바라지 않고, 다만 읽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래서 나는 플로팅에서 샘플 도서를 들춰 보다 집에 가서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더라도 그 손님이 야속하기보다 반갑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그게 플로팅이 전 도서 샘플을 구비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부담 없이, 내 책처럼 편하게, 상할까 걱정 말고, 책 그 자체에 집중하여, 최대한 많은 책들을 들춰 보고 읽어 보다 가길 바랄 뿐이다. 그러니까 플로팅에 오신다면 꼭, 사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책을 한 권이라도 집어 종이의 물성을 느끼고 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