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할 수 없는 엄중한 현실에 직면하기
나는 결코,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거나, 행복이 돈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비교적 가난에 강한 편으로,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몇 차례 극심한 가난을 경험했으나 가난 때문에 불행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니까 '행복'같은 매우 아름답지만 무척이나 의뭉스러운 단어 앞에서의 돈이란 종이 뭉치나 가상의 숫자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그 앞에 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이것은 사실상 돈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을 먹고살던 때가 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일이다. 나는 재주도 많고 똑똑해서 분명 뭐가 돼도 될 위인인데, 당면한 현실은 나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의 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도무지 인정할 수가 없었다.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선택은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정도를 따라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나만의 길을 만든다. 꿈에 대한 나의 집착은 이 다짐과 함께 시작되었다. 많은 것들이 변한 지금까지도 위 다짐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한 번 정도를 벗어나면 다시 그 길로 돌아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 또한 이후로도 한참을, 고독하고 외딴 길을 홀로 헤매야만 했다. 호기롭게 진학한 패션 학교마저 자퇴해 버리고, 꽤 오랜 시간 작가를 꿈꾸며 살았다. 돈만 많았다면 아무 걱정 없이 글만 쓸 수 있을 텐데 한탄하며 흘려보낸 세월은 또 얼마인가. 지금은 안다. 내게는 글쓰기에 유달리 뛰어난 재주도 없었거니와 돈이 많았다 한들 걱정 없이 글만 쓰고 있을 인간조차 되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아주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나에게 꿈이란 단어가 현실 도피의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대단한 이상주의자에서 지독한 현실주의자로 변모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먼 훗날을 꿈꾸지 않는다. 오늘의 내가 별로인데 먼 훗날의 내가 멋질 거라는 착각은 대체 어디서 비롯됐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우습기만 하다. 모든 변화의 출발은 인정이다. 그래서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재주도 많고 똑똑해서 뭐가 돼도 될 위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어쭙잖은 헛꿈을 꾸기보다는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해낼 수 있는 착실한 노동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플로팅은 나의 꿈같은 게 아니다. 플로팅은 나의 직장이고, 나의 생계의 수단이며, 나의 일이다. 착실한 노동자가 되기로 했으니 이왕이면 좀 더 주도적이고 즐거운 노동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단 한순간도 불로소득을 기대해 본 적 없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모든 노동에 반드시 소득이 따라와야 한다고 믿는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너무 좋아하는 일이라면 일정 기간 정도는 무급으로 할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무급을 넘어 지속적으로 내 사비를 투입해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일이 아니게 된다. 나는 플로팅을 취미로 할 생각도 없거니와 당연히 그럴 처지도 못 된다. 플로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결심.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고해지는 다짐. "플로팅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돈 얘기를 불편해하는 걸까? 선비의 나라에서 돈 얘기는 역시 너무 천박한 소재인 걸까? 나는 때때로 그것이 불편해진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지속이 불가능하다. 본 명제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선비보다는 장사꾼이 되기로 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착실히 해내면서, 비관도 낙관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인정하면서, 내가 나아갈 수 있는 만큼 나아간다.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티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할 작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익화에 실패한다면, 나는 미련 없이 플로팅을 접을 작정이다. 인정해야지 별 수 있나.
그러니까 누군가 지금 내게 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되도록 오래, 플로팅의 사장으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