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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Nov 08. 2024

플로팅 일기_루틴한 삶을 기계처럼 살아내기

2024.11.08. 금

 난 오늘부터 기계가 되기로 했다. 생각은 사치다. 할 일을 정해두고 기계처럼 일한다. 임무를 완수하면 그 자체로 만족한다. 내가 정한 기계 라이프의 룰이다. 오늘은 기계로 살기 위한 일주일 루틴을 정해 보았다.

 여기 적힌 것을 최우선으로 얼른 끝내기. 그 후에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기가 나의 계획이다.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지속 가능한 강도로 정해 보았다. 작심 3일로 끝내지 않기 위해 배경화면도 설정해 두었다. 오늘은 1일 차이니 당연히 모두 완수!


 루틴 정리를 할 겸 신상 메모지를 활용하여 릴스도 찍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첫날의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니만큼 약간의 각성 상태가 되어 미친 듯이 많은 일을 했다. 매우 오랜만의 일이다. 할 일을 초과하여하고도 심지어 시간이 남아 버림. (어쩌면 나... 일잘인 걸까..?) 아무튼! 오늘은 뿌듯함으로 충만한 하루인데 심지어 손님도 많아서 이번 주 평일 매출의 암울함을 조금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맛에 장사합니다...) 


 요즘 <슬픔에 이름 붙이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 독서 모임 책인데, 솔직히 책 자체가 막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기획이 신선하여 흥미롭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적확한 단어를 찾아 주겠다는 취지의 신조어 사전(?) 같은 것인데, 우리말로도 이런 기획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제 책에서 발견한 단어 하나가 마음에 남아서이다.

엔드존드

명사)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얻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을 때의 공허한 기분.

 미리 고백하자면 나는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얻어 본 경험이 없어서 저런 감정 잘 모른다. 하지만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아직 오지 않은 '엔드존드'의 순간을 상상해 보곤 한다. 내가 지금 바라고 있는 그 순간에 도달하였을 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현재의 고단함도 기꺼이 견뎌낼 힘을 얻게 된다. 난 역시 비관에서 희망을 찾는 일이 적성에 맞는가 보다. 그러니까 오늘도, 꿈같은 하루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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