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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

2025.11.21. 금

by 감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인간의 욕심에 끝이 있었다면 인류는 진화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욕심의 다른 말은 성장이다. 목표는 끊임없이 재조정된다. 재조정되어야만 한다. 재조정되는 목표의 간극만큼 인간은 만족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까 인간은 만족을 모른다. 인간이 만족을 알았다면 인간의 욕심에도 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만족을 모르고, 그래서 욕심에 끝이 없고, 그렇게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건 정말 인류의 원죄 때문일까?


<사랑이 한 일>을 읽는 중이라 이승우의 문체를 조금 따라 해 보았다. 실제로 내가 요즘하고 있는 생각들이기도 하다. 올해의 평균 매출은 작년에 비하면 두 배 가량 올랐다. 이건 엄청난 성장률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불안 지수 또한 작년에 비해 두 배 가량 오른 듯하다. 작년의 꿈은 지금이었는데, 지금의 꿈은 또 어느 먼 곳으로 흩어져 떠나간다. 무지개를 잡으려던 소년과 비슷한 심정이 된다. 작년의 꿈을 이루었으니 지금에 만족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끊임없이 목표를 재조정하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더 큰 성취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짊어져야 할 업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했고, 우리는 그렇게 문명의 승리자가 되었고, 우리는 사실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게 바로 인류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그 사이에서 매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 때론 이게 삶이려니 한다. 어느 날은 오늘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했다가, 어느 날은 내일 가질 것을 욕망했다가, 어느 날은 오르지 못할 나무를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기도 하는 것, 그게 인생인 거겠지.


오늘도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얼렁뚱땅 매출은 꽤 괜찮은 수준으로 마무리될 듯하다. 아까 한국 관광 공사 산하 기관에서 진행하는 서베이 전화를 받게 되었다. 질문에 답변을 열심히 하다가 마지막에 어떤 링크를 보내 주겠다며 핸드폰 번호를 달라는 말을 들었다. 별생각 없이 번호를 반쯤 부르다가 혹시 보이스 피싱 아닌가 의심이 들어 조금 코치코치 캐물었고, 결국 번호는 주지 않았다. 전화를 건 상대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부인이었다. 내가 번호를 주지 않겠다고 하자 꽤나 난처한 듯했다.


남편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길에서 절대 할머니를 도와주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아까 그 전화는 정말 한국 관광 공사와 관련된 전화였을 수도 있고 내 의심대로 보이스피싱이었을 수도 있다. 전화번호를 주지 않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 조금 씁쓸하다. 노인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이 두려워지는 세상이라니. 이건 정말 별로다. 그러니까 제발,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사라지기를. 그러나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겠지.

IMG_1574(1).JPEG 어쩌다 보니 멋 부린 느낌이 나게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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