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반년 전쯤 미라클 모닝을 읽고 나도 기적의 아침을 만들어 보겠다며 새벽부터 일어나 조깅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하였으나 아침형 인간의 꿈은 언제나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실패할 때마다 느꼈던 패배감이란!
퇴사를 하고 나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생활 패턴이 무너지기 십상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할 때 일어나 퇴근할 때까지 일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리라 다짐했다. 몸에 밴 습관이 있던지라 첫 한 달 정도는 그럭저럭 잘 지켜졌으나 일어나는 시간이 10분, 20분 늦어지고 잠드는 시간은 30분, 1시간씩 늦어지더니 조금씩 생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찌감치 자리에 눕긴 하지만 말똥말똥한 눈으로 잠을 설치다 결국 늦잠을 자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니 왜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하지?"
그렇게 나는 밤낮을 바꿨다. 거의 평생을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새벽 시간의 집중력은 환상적이었다.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엔 일어나기 힘들고, 주말엔 꼭 낮잠을 자곤 했던 내가 밤낮을 바꾼 뒤로 밤이나 새벽에 졸거나 잠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양이들도 잠드는 밤, 남편의 코골이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인 것만 같은 시간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 달쯤 저녁형 인간으로 살며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느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속이 있는 날마다 생체 리듬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자야 할 시간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 날이면 몸이 물에 빠진 스펀지처럼 무겁고 좀처럼 가시지 않는 두통이 동반되었다. 나는 또 흔들렸다. 인간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동물인 거야. 역시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하는 거였어!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시도했으나 일주일 동안 아침에도 자고,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는 기현상이 벌어지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저녁형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대신 나름의 합의점을 찾았다. 새벽 4시에 자고 오전 11시에 일어나기로. 오전 중에 일어나 해 떠 있는 시간에 할 일을 하고, 6시부터는 저녁 준비를 한 뒤 남편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밤 11시부터는 다시 책상에 앉아 새벽 4시까지 작업을 하는 것. 저녁형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는 왠지 하루가 조금 더 길어진 듯한 느낌 때문이다. 수면 시간은 전과 비슷하니 조삼모사 격이겠으나 오후에 할 일과 새벽에 할 일을 나눠 계획하니 하루를 두 번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아서 가능한 부분이지만, 다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현재의 패턴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되거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당당한 저녁형 인간으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