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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달래 Jun 05. 2020

오늘의 제목, 큰 따옴표


1. 오랜만에 하는 필사는 설렜다. 필사를 할 때 사용하는 펜의 감촉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잠시 잊고 있던 시를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며 생각했다. 나는 변하지만 시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 결국 돌아갈 곳은 시라는 생각, 시에게 고하는 작별 인사와 다시금 찾아 읊조리는 사랑의 말은 평생에 걸쳐 반복될 거라는 생각.


2.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삶의 제목으로 삼자니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눈앞에 있는 요거트로 할까, 아니면 요거트에 빠진 라즈베리로 할까. 아니다 오늘의 제목은 큰따옴표로 하자.


3. "너는 슬픈 시를 쓰는구나. 슬픔이 시가 되었으니 안 슬퍼야 할 텐데. 시가 된 슬픔은 어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 거야. 어느 날 건강히 다시 돌아올 거란다." 펜에 힘을 주어 큰따옴표를 찍었다. 작은따옴표 보다는 큰따옴표가 좋다. 혼자 하는 생각은 외롭고 쓸쓸할 때가 많아 작은따옴표라는 이름처럼 나도 작아지는 것만 같다. 혼자 하는 생각은 불면을 불러온다. 큰따옴표 같은 삶을 상상해본다.


2018.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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