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tmi 대방출
날짜: 2020년 4월 29-30일
날씨: 쾌청하다. 달이 얄쌍하고 예쁘게 떴다.
기록자: 수아
집 안의 소리에 관해서 이야기하라면, 나도 자신 있다. 우리 집 앞에는 전철이 다니지도, 경보음이 지나다니지도 않지만 그만큼 끊이지 않는 소리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출근했다가, 혹은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반드시 거치는 몇 가지 루틴이 있다.
1. 조명을 켠다. (형광등 사절)
2. 노래를 튼다.
3. 손을 씻는다. NEW!
그중에서도 노래를 켜는 게 가장 중요한데, 적막 속의 공간에 있는 건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혼자 사는 집에는 늘 소음이 함께 한다. 노래를 틀거나, TV를 틀거나, 혹은 라디오를 틀거나. 1~2년 전쯤에 서울 마포구 KT에서 불이 난 적이 있다. 하필 ‘마포구’에 살고 있던 ‘KT’ 사용자인 나는 졸지에 인터넷도, 핸드폰도, TV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연락을 못 하는 건 둘째치고 집 안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어색하던지! 심지어 당시에는 스트리밍만 되는 음악 서비스를 쓰고 있어서, 음악도 틀 수 없다. 그날 나는 서대문구로 가서 핸드폰 인터넷이 터지자마자 라디오와 씨디플레이어 기능이 함께 있는 CDP를 샀다.
9년쯤 그렇게 살았으니, 음악 취향이 생기거나 조예가 깊어질 만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극강의 귀차니즘 소유자가 그렇지 뭐. 늘 같은 노래만 듣는다. 2014년에 나온 Toy 7집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500번쯤 들었을 거다(심지어 CD도 사버렸다! 토이 ‘팬’까지는 아니다.) 아이돌 노래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남들은 아이돌 좋아하는 게 영 멋이 안 난다고 하는데, 나는 정규앨범이 나오면 모든 Track을 들으며 타이틀곡 이외에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내는 게 취미였다. (특히 스엠빠다. 스엠 가수들 왜 이렇게 취저인데요.)
그러다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중이다. 특히 ‘때껄룩Take a look’이라는 계정을 눈여겨보며 자주 듣는 편이다. 처음에는 ‘내 취향 아닌 것 같은데…’ 싶었지만, 어느새 집에 와서 구글 홈 미니에게 떼껄룩 노래를 주문하는 빈도가 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세수하고, 출근하면서 어지럽힌 집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하는데 딱 적당하다. 가끔 사무실에서도 틀고 함께 듣는데 튀지 않는다. 적당히 공간이나 사람들의 숨소리에 섞여 들어간다.
이 글을 쓰면서 노래를 안 틀어보려고 했는데, 1분 만에 실패했다. 백색소음이라도 있어야만 안정되는 타입이란 걸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떤 노래를 들을까, 고민하다 루시드폴이라는 이름을 검색한다. 평소 출퇴근하거나 일하면서 듣기에 내 취향은 아니지만, 왠지 밤에 어울릴 것 같다. 크게 거슬리는 게 없는 한, 루시드폴의 목소리로 집이 가득 찰 것이다. 적어도 내가 잠들고도 30분은 더.
6개월쯤 전에, 좋아하는 부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호스트가 고른 곡을, 좋은 스피커로, 모든 불을 끄고 들었다. 네 명이 함께 있었고, 불이 끄자 그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실루엣 뒤로는 탁 트인 바깥의 밤하늘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함께 바라보느라 노래에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종종, 3분 남짓한 그 시간이 떠오른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따라 해본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좋아하는 곡을 준비해두고, 모든 불을 끄고 거실에 누워서 노래 한 곡을 모두 듣는 일을. 그리고 자주 실패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우리 집에서는 밤하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비를 지날 즈음에는 이미 손이 근질근질거리고, 간주가 시작될 때는 이미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시도해볼 요령이다. 모두가 캄캄한 가운데 선율만이 울려 퍼지던 그 순간이 생각난다는 건, 아주 큰 위로나 여유가 필요하다는 신호더라고.
P.S. 그때 들을 만한 노래, 댓글로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