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을 켜는 여자 Aug 12. 2017

인도에서, 그런 순간들



바라나시: 그 강에서 살고 그 강에서 죽는다.

바라나시에 도착한 건 어두워진 밤이었다.

밤에 보는 갠지스강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새벽이 되니 그 신비로움이 드러났다.

자욱하게 낀 안개는 하늘마저 가리고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성스러운 강에 몸을 담그기 위해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다.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저만치서 연기가 나 가까이 가보니 화장터다.

그곳에서는

죽은 자들이 불에 태워져 강에 뿌려진다.

살아있는 동안은 강에 몸을 담금으로 죄사함을 받고

죽어서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다시 강으로 온다.

화장할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시체를 그대로 강에 버리기도 한다.

인도인들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인 것이다.

그 강을, 사람들을,

나는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았다.

인도에서 본 사람들의 이유 없는 밝음이

이 강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푸쉬카르: White City

아주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어떤 장소와 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때가 있다.

힌두교 성치 중 하나인 푸쉬카르도 그랬다.

첫인상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화이트 시티라는 명성답게

도시는 온통 하얀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늦은 오후 호수 주위를 둘러보다

원숭이들을 만났다.

이곳은 원숭이조차 느긋하고 신비로워 보인다.

걷다가 발견한 어느 노천카페에 앉았다.

이름 모를 인도 악기 소리가 들렸다.

외국인들과 인도인들이 적절히 섞여있어

나도 이방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살과 인도의 향기가 느껴졌다.

머릿속은 이 도시처럼 깨끗한 하얀색으로 변했다.

그때 예감했다.

이 순간을 나중에 미치도록 그리워할 것임을.



푸쉬카르: 낙타는 느리지 않다.

낙타라는 동물이 그렇게나 큰 줄 몰랐다.

푸쉬카르에서 낙타 사파리를 신청할 때만 해도

만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담요로 평평하게 만들려고 애쓴

낙타의 볼록한 등에 올라타니

조금씩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낙타가 구부렸던 다리를 펴고 벌떡 일어날 때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또 낙타가 그렇게나 빨리 달릴 줄 몰랐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반쯤 감은 두 눈에

느릿느릿 걷는 도도한 낙타가 아니었다.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 몸의 근육 하나하나에 힘을 주다 보니

쥐가 날 지경이었다.

다행히 중간에 멈춰서 쉬어 가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도인 가이드와 낙타는

샘이 날 정도로 평화로워 보인다.

두 번째 낙타 타기는 편안하기까지는 못해도

긴장을 풀 정도까지는 되었다.

어두워질 무렵 목적지에 도착해서

야영할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가지고 온 침낭을 편 게 전부다.

사막의 밤은 생각보다 추웠다.

하지만 그때 내 생애 최고의 밤하늘을 보게 되었다.

여백도 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별을 보며

잠깐 잠들었을까.

눈을 뜨니 어느덧 해가 뜨려고 한다.

적막함 속에 차분히 가라앉은 공기가

조금씩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갔다.

그 순간 도도함을 되찾은 낙타는

사막의 주인처럼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감정의 무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