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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을 켜는 여자 Oct 12. 2017

밤을 켜는 아이

밤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전등 스위치가 무척 싫었다.     
전등 스위치를 내리면
집안의 모든 불빛이 다 꺼졌기 때문이다.

어두워지면
바깥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몹시 외롭고 불행했다.
여름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창문 너머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아이는
집 안 곳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모든 불을 환하게 켰다.

그때 창문을 두드리며
'어둠'이라는 여자아이가 찾아왔다.

'어둠'은 아이에게 외로운지 묻는다.
아이는 밖에 나가서
동네 아이들이랑 뛰놀고 싶지만
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어둠'은 현관 불을 끄며 말한다.


잘 봐, 스위치를 내린다고 
꼭 불이 꺼지는 건 아냐!
스위치로 밤을 켜는 거야.
불을 켜고 끌 수 있는 것처럼,
네 마음대로
밤을 켜고 끌 수 있는 거란다.
똑같은 스위치로 말이야!
네가 스위치로 밤을 켜면,
귀뚜라미 소리도 켜는 거야!
그리고 개구리 소리도 켜는 거야!

넌 또 별도 켜는 거야.


글: Ray Bradbury(1995)

그림: Leo Dillon, Diane Dillon

원제: Switch on the Night



혼자 잠들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불을 끄기 전에 들려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동화다. 


스위치로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어둠을 켠다는 이야기를 통해

두려워하는 대상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밤이 와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어른이 된 나는 이제 밤은 무섭지 않다.

단지 마음속에 밤이 찾아올 때가 

무서울 뿐이다. 


날씨가 쌀쌀해질 때

이유 없이 마음이 텅 비었을 때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짓누를 때

문득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을 때

함께 늙어가고 싶은데 옆에 아무도 없을 때


아이보다 훨씬 더 강한 어른이 되었는데

무서운 건 이상하게 더 많아졌다.


그럴 때 이 동화를 읽으며 상상한다.

마음의 스위치가 꺼져

어두워진 지금 이 시간이

다른 어떤 것을 켜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밤이 와야

삶의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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