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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Oct 24. 2021

대기업이 돈 잘 버는 비결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모 대기업 자기소개서의 지원 동기에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 집에서 해라”는 말을 적어서 합격했다는 이야기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유의 에피소드이겠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이 이렇게 '대기업' 취직에 목매는 현상은 낯설지 않다. 한국경영자 총협회에서 2017년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경쟁률을 조사를 했는데, 300인 이상 기업의 취업경쟁률이 39:1인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6:1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대기업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급여와 복지 수준은 결국 회사의 이익 규모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옛말처럼 대기업은 애당초 돈을 더 잘 벌기 때문에 조직원들에게도 높은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어떻게 더 큰 이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물론 수많은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라는 경제학 개념을 통해 질문의 답을 찾아보자.



▶ 쪽수가 많은 놈이 이긴다?! :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의 사전적 정의는 생산량 1 단위가 증가할수록 단위당 고정비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원가의 기본 개념을 알아야 한다. 


고정비(Fixed cost) : 생산량 1 단위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과 무관하게 발생되는 비용(공장 임대료 등) 

변동비(Variable cost) : 생산량 증감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비용(재료비 등)


    변동비는 한 단위 생산을 증가시킬 때 일률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단위당 평균 변동비는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고정비는 '어떻게 해도 발생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증가시킬 때 단위당 평균 고정비는 하락하게 된다.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의자 공장에서 한 달에 500개의 의자를 생산하고 있는데, 총원가는 1,500만 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1개의 의자를 생산할 때 평균 원가, 즉 ‘단위당 원가’는 3만 원(1,500만 원/500개)이다. 3만 원이란 원가에 원목이라는 재료비(1만 원), 인건비(1만 원), 공장 임대료 500만 원(의자 500개이므로 개당 1만 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원가 항목에서 우선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1개의 의자를 더 생산하기 위해서 추가되는 원목은 변동비(재료비)이다. 만약 의자를 더 생산하기 위해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한다면 인건비도 변동비이다. 하지만 공장 임대료는 의자를 추가 생산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고정비이다. 그럼 의자의 원가는 변동비 2만 원(재료비+인건비)과 고정비 1만 원(임대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면 고정비와 변동비는 어떻게 변할까? 기존 의자 500개 생산에서 500개를 추가로 생산하여 총 1천 개를 제작한다면 총원가는 변동비 2,000만 원(1,000개 x단위당 변동비 2만 원) + 고정비 500만 원(임대료는 변하지 않음) = 2,500만 원이 된다. 그럼 의자 1개당 평균 원가는 기존 3만 원에서 2.5만 원(2,500만 원/1000개)으로 하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자 1개당 가격이 5만 원이라면 의자 500개를 제작하는 기업의 매출은 2,500만 원이고, 총원가는 1,500만 원이 되므로, 1,000만 원의 이윤을 얻게 된다. 반면, 의자 1천 개를 제작하는 기업은 매출 5,000만 원에 총원가 2,500만 원으로 2,500만 원의 이윤을 얻는다. 판매량과 매출은 정확히 2배가 증가했지만, 고정비 하락으로 인해 이윤은 2배가 아닌 2.5배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단순히 판매량, 매출이 커지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량이 늘어나면 단위당 고정비가 하락해 ‘경제성’이 증가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이다.


    이제 대기업이 돈을 잘 버는 비결을 다시 생각해보자. 대기업은 통상적으로 중소기업보다 공장이나 설비 등 생산 시설의 규모가 크고, 이에 따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조직이다. 따라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할지라도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원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결국 저렴한 원가를 활용하여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판매량과 매출을 늘릴 수 있고,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해 확보한 원가경쟁력이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되어 높은 마진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대기업이 가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꿩 먹고 알 먹고? :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


    대기업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다양한 제품군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에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A라는 공장에서 가죽 재료를 활용해 가죽 가방을 만든다고 해보자. 정해진 규격의 가죽 가방을 만들다 보니 자투리 가죽이 발생한다. 아깝긴 하지만 활용할 수가 없어 버리거나 값싸게 도매로 처분한다. 만약 A 공장이 가방을 만들고 남은 여분의 재료로 가죽 구두, 가죽 신발을 함께 생산한다면 손해를 줄일 수 있을까? 정답은 YES, 한 곳에서 여러 제품을 같이 생산한다 보면 생산요소(재료, 자재, 토지 등)의 공동 사용이 가능해져서 경제성이 증가한다.


    경제학에선 기업이 여러 제품을 함께 생산할 경우, 개별 기업 각각 다른 제품을 생산할 때보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을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라고 말한다. 통상 구두 업체로 알려진 금강제화가 가죽 벨트, 가죽 가방도 판매하는 것도 범위의 경제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업에서도 범위의 경제의 예시를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대형 시중 은행들은 보험 상품을 함께 판매한다. 은행 창구라는 공통의 플랫폼을 활용해 예금, 대출 등 기존의 금융서비스에 더해 보험 판매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개념을 '방카슈랑스(Bank + Assurance)'라고 부른다. 


    실제로 만약 당신이 신한은행 창구를 방문하면 신한생명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신한그룹'의 입장에서는 범위의 경제를 활용해 추가적인 고용이나 판매점 설립 비용 없이 추가적인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러 가지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번에 만들어 범위의 경제를 극대화한다. 범위의 경제를 확보한 대기업은 단일 제품, 혹은 소품종의 제품만을 생산하는 중소기업과 대비해서 비용이 절감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쟁력은?


    비록 평범한 직장인일지라도 회사의 경쟁력을 위와 같은 프레임을 통해 분석 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나, 주식 투자를 할 때도 회사의 경쟁력을 판단 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를 갖춘 회사라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않으면서도 차별화된 품질이나 서비스를 통해 틈새 시장 (Niche Market)을 노리는 회사도 있다. 예컨대 초창기 쿠팡이 이마트나 신세계에 비해 규모는 현저히 작았지만 재고를 직매입하여 고객에게 초단기 배송을 제공하는 등 특화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간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도 알쓸 직장인 경제학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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