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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sdotfive Aug 02. 2017

첫 번째 만남: 마을과 사회적경제 안에서 나를 만나다

내가 다가간 교하, 내게 다가온 교하 #03

내 머릿 속 마을


앞으로 8주간 마을과 경제, 그리고 사회적경제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책방지기, 마을지기, 이야기지기(저자)들을 만나게 되실 것입니다. 그 전에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마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서, 작은 활동을 준비했어요. 금요일 밤 아홉시가 넘은 시간에 활동을 하라고 하는게 너무 죄송해서 아주 간단한 거에요. (웃음) 마을로 만난 오늘의 만남을 기억하고 또 이 만남의 소소한 출발을 위해 사진을 통해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테이블 위에 앞으로 강의에서 소개될 책들이 놓여있구요, 다양한 흑백의 이미지들이 있어요. 한번 쭉 둘러보시고, 내가 평소 마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 바램, 등등이 드러나있는, 또는 있을 것 같은 책을 하나 고르시고, 그 제목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이미지도 하나 골라주세요. 어울리는 이미지가 없으면 빈 종이에 그리셔도 좋고, 그냥 글로 이미지를 표현하셔도 되요. 


자 이제 모두 고르셨죠? 지금 부터는 여러분들이 왜 그 책과, 책 제목을 생각하며 바로 그 이미지를 선택하셨는지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으면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OO: 저는 운정에 산지 8년, 교하에서는 1년 정도 살았어요. 저는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라는 책을 골랐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서울에서 살다가 이쪽으로 오게 되었는데, 뭔가 좀 행복한 마을하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산이 푸르른 곳 같은데서나 가능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럼 그런 자연만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없는 나에게 정작 '행복한 마을'이라는 것은 불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제가 고른 사진은 사람들이 모여서 손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저요저요 하는 모습 같기도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이에요. 결국은 장소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들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행복한 마을'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골라봤습니다.      



강OO: 제가 성이 강이다보니까 늘 이름 가나다 순으로 시키는 것에 있어서 첫 번째에 익숙합니다. 또 이름 중간에 근자가 들어가다보니, 거의 강감찬 같은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항상 제일 먼저거든요. (모두 웃음) 저는 파주에 사는 건 아니고 직장만 파주에 있어요. 한 5년 되었네요. 교하는 수영장 때문에 한달에 2-3번 오는데, 일산과 같은 도시느낌이 나는 운정과는 다르게 이곳은 동네, 마을 느낌이 나더라구요. 발전소책방.5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알게 되었어요. 저는 가구일을 한지 10년이 넘었어요. 예전엔 공방개념을 추구하고 일을 했는데, 일을 하다보니까 치열하게 산업가구쪽에 매달리게 되더라구요.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가구가 아닌 제가 자주 쓰는 말로 '전문바보'가 되어서 소재쪽일을 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섬을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왠지모르게 ‘섬’이라는 맥락과 ‘리어카’가 와닿았어요. 제가 캠핑을 좋아하거든요. 바리바리 싸가지고 어딘가 나가고 싶은, '탈출'하고 싶은 맘이 있어서 이런 이미지를 골랐나봅니다. 






남OO: 저는 옆 신촌동에 살고 있어요. 5-6년 정도 된 것 같구요. 어렸을 때에는 경상도에 살다가 서울을 거쳐 교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단독주택에 살까 말까 하는 개념도 없이 왔다가 살다보니 현재 주택에 살게 되었어요. 대중교통은 1시간에 한 대 정도 오는 곳이라 여기서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도 않은데도 여기와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의 곳이에요. 암튼 서울 나갈때마다 버스시간을 신경써야만 하는 곳이에요, 정말 외딴 곳이죠? 그러다보니 답답해서 교하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요. 그렇게 연이 되어 자연스럽게 마담을 알게 되었고 커피발전소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사람들을 천천히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는 아내와 책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사진 찍기와 노래부르는 것, 멍때리는 것, 산 위에서 멍하니 있는 걸 좋아합니다. (모두 웃음) 그래서 예전에 직장다닐 때는 틈만 나면 산에 올라가서 주목송 아래 앉아 잠을 자면서, 다시 태어나면 주목송이 되고 싶다는 뚱딴지같은 꿈을 꾸기도 했어요. 제가 고른 책은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이에요. 어떤 사회든 항상 사람은 외롭고 혼자이고, 같이 있지만 또 혼자가 되는게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에서 말하는 '자본주의'를 고칠 수 있을 것 같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 그 어떤 것을 붙여놓아도 그 것 또한 고장이나고야 마는, 그러니까 완전하고 완벽한건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항상 혼자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도 안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웃고 싶어 하는게 사람의 본능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진을 선택했어요. 이 사진에는 제가 좋아하는 기타도 보이고, 몇 십년 후엔 벤치에 앉아 있을 할아버지인 내가 보이고, 또 제가 젊었을때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이더라구요. 또 다르게 보면 사진속의 등장 인물들은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청년은 좋은 노래를 만들어 잘 부르고 싶다고, 벤치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나는 외로워보이지만 즐거웠던 젊은 날들을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거리를 걷는 여인은 좀 더 멋진 남자를 찾고 있다고 말이죠. 이렇게 웃고 싶은 삶을 위해 서로 작당하는 방법은 제각각이겠다 싶어서 이 사진을 골랐습니다.


모두: 이 사진에 그런 많은 내용이 담겨있었나요? (모두 웃음)


서OO: 저는 교하와 운정에서 8년 정도살았어요. 

저는 달팽이 세 마리가 가고 있는 사진을 골랐어요. 일단은 귀여워서 골랐어요. 천천히 함께 가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구요.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으로 집 짓기>라는 책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아직은 아는건 하나 없지만 협동조합으로 집을 지으면 괜찮지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우OO:  저는 요즘 매일 아침마다 기다리는게 있어요.그게 뭐냐면 뉴스를 보는거에요. 새로운 대통령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모두 웃음) 근데 또 하나 기쁨을 주시네요. 그 대통령의 마누라가 또 저를 그렇게 기분 좋게 만들어 주시더라구요. 활발하고 소탈한 모습은 예전에 그 누구에게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색다르고 유쾌함을 주는 것 같아요. 촛불의 힘이 저렇게 훌륭한 분들을 우리 앞으로 오게 했구나하는 감사한 맘으로 매번 뉴스를 접합니다.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 마을이라는 오늘의 주제에도 결국 가장 중요한건 소통이 아닐까 해서입니다. 그리고 마을의 힘은 바로 그런게 아닌가 싶어서 <섬을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책을 골랐어요.

외부와 소통이 없는 자기 혼자만의 '섬'에서 탈출해서 발랄 유쾌한 모습을 상상해보며 말이죠. 그래서 제는 타자기 사진을 골랐어요. 소통의 한 가지 방법으로 글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발전소책방.5를 소개해 주시면서 그동안 기록하셨던 글들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우리도 글을 많이 써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OO: 안녕하세요. 커피발전소가 2010년도에 오픈하셨다고 했는데 저도 그쯤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어요. 꽤 오래 이동네에서 살았지만 한 해, 한 해 갈수록 동네가 더욱 풍성해지고 따뜻한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요즘 저는 누구랑 뭘 작당하면서 놀아보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매일 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가더라구요. 회사도 그만두고 싶고, 엄마노릇도 안하고 싶고, 집안일도 뒤로 미루고 싶구요. (웃음) 뭔가 제가 하고 싶은 것 만을 좇아가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감이  많아서 살맛나는 요즘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달팽이 이미지를 골랐는데요. 느리게 가고 있는 달팽이의 모습이 저처럼 아이가 셋 있고, 일도 하고, 놀고 싶기까지 한 사람에게 느리게 멈춰있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달팽이를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책은 <적당히 벌고 잘 살기>를 골랐는데, 이게 저의 목표거든요. 적당히 벌고 어떻게 하면 잘 살수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골라봤습니다. 



이OO: 저는 좀 멀리서 왔는데요. 이렇게 교하분들만 계신줄은 몰랐어요. 저는 일산 정발산동에서 왔어요. 저는 주택에 살고 있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예쁜 주택가는 아니고 다세대 주택이 많은 곳에서 살고 있어요. 제가 이사를 5년 전쯤에  정발산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때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사방을 둘러봐도 아파트가 보이지 않고, 바로 옆에 도서관과 산이 있고 그럼에도 지하철까지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제 맘에 드는 주거지였어요. 살다보니 동네에 예쁘고 작은 가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애기데리고 다니면서 가게 주인들하고 인사하고 그런게 너무 좋았어요. 지금 동네에 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서는 십년을 살아도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더라구요. 집값, 땅값, 전월세가 오르기 시작하는 거죠. 이 동네에 살아서 참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자꾸 사람들이 바뀌고 그러더라구요. 동네에서 뭔가 잘 지내보고 싶었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게 아니고 소통이 중요하겠구나 싶어서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란 책을 골랐고, 이미지는 좋은 얼굴, 슬픈 얼굴 두가지가 다 있는 걸로 골랐네요. 요즘 제 심경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김OO: 저는 교하 10단지에 살고 있어요. 들어온지 5년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 와서는 너무 한적하고 도서관에 심학산에 여유롭고 좋다란 생각을 했었고, 삶의 방식도 그렇게 바뀐 것 같았어요. 요즘 친구 이웃을 알게 되면서 이 동네가 와글와글 재미있는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매일 동네분들이랑 뭔가를 하는걸 보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산다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파트 쪽에서만 살다보니까 이웃들이랑 잘 알고 지내기가 힘든데, 이 동네 분들은 문도 다 열어놓고 사시고, 동네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걸 보면서 참 좋은 동네구나, 요즘에도 이런 모습이 가능하구나 생각했어요. 저는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책을 골랐어요. 이곳에 오기전에 시간이 나서 조금 내용을 보고 왔는데 참 좋더라구요. 우리가 정말 조금만 벌고 공동체에서 서로 나누고, 빌려주고, 아이도 봐주면서 살면 가지려고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라는 생각을 했어요. 쟤네는 저게 있으니 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면 늘 버겁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진은 동네에 아이들이 많이 뛰어노는 사진을 골랐어요.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는 엄마들이 항상 아이들을 봐줘야하는데 이곳 문발동 아이들은 엄마가 봐주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잘 노는 걸 보면서 이런 모습이 되면 좋겠다 생각해서 골랐어요. 






이OO: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제가 하고픈말을 너무나 정확하게 해주셨네요. (모두 웃음) 저도 같은 책 <적당히 벌고 잘 살기>를 골랐어요. 요즘 신용카드대금이 나올 때 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이건 제 손이고 이건 남편의 손이에요. 생활비안에서 적당히 살고자 하나 왜 마트에 가면 살게 그렇게 많은건지 모르겠어요. 좀 덜 소비하면서 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매일 살다 보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저를 보며 '사회적경제'가 저를 도와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모두 웃음) 다음엔 남편의 손도 붙잡고 와야겠어요.



정OO: 저는 교하도서관 대각선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요. 들어보니 여기 오신 분들 중에서 제가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 살았나봐요. 땅팔때부터 살았으니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그 10년 동안 제가 이 마을을 잘 모르고 살지 않았나 싶어요. 동네 이웃으로만 알고 지내던 동생을 좀 더 가까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 커피발전소, 발전소책방.5도 알게 되었어요. 저도 <적당히 벌고 잘 살기>를 골랐어요. 저는 잘 살고 싶고, 또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때로는 내가 너무 하고 싶은게 없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오늘 이자리에서 평소에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이웃 분들을 만나고 여러분들의 숨겨져있던 열정을 느끼게 되니 참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고른 사진은 운동하는 모습같은 사진이에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이 탁구인데, 이 사진이 탁구치는 모습같기도 해서 골랐어요. (웃음)






박OO: 정OO님보다 제가 교하 선배인데요? (웃음) 저는 12년 정도 되었나봐요. 제가 고른 책은 두권인데요.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하고 <적당히 벌고 잘 살기>에요. 제가 처음 교하에 왔을 때에는 저희가 망했을 때에요. 빚 밖에 없으니 몇 년은 돈버느라고 너무 바빴구요. 한 십년 정도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빚을 어느정도 정리하면서 너무 사는게 힘드니까 좀 쉬어야 겠다, 이제는 좀 놀아볼까 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말이 참 공감되는게, 놀기 위해 일을 줄였거든요. 제가 마을에서 어떻게 놀고 있냐면, 월요일 아침을 마당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에서 몸살림 체조를 하면서 일주일을 시작해서 화요일에는 교하도서관에서 시집을 읽는 모임인 ‘시월애’라는 모임에 가요. 수요일에는 아기자기도란도란이라는 소품방에서 아이 학부모들과 이것저것 바느질하고 색칠도 하고 만들기 모임을 해요. 목요일에는 '디어교하프로젝트'인 마을 잡지 만들기 모임을 하고 있어요. 금요일에는 ‘마작회’라고 해서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토요일에는 마당에서 청소년들이 세월호리본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파노라마라는 노래모임을 해요. 일요일에는 '우동탁'이라고 우리동네탁구 모임으로 일주일을 마무리 한답니다. 날마다 마을 사람들과 떠들고 노는거죠. 그래서 '너는 집에만 오면 아프다고 한다'는 남편의 핀잔이 이해가 되기도 해요. (웃음)


모두: 저희의 롤 모델인데요. (모두 웃음)


박OO: 하지만 부작용도 있어요. 저희 집 에어컨이 오래되서 바꿔야하는데 새로 살까하고 알아보니 150만원 정도 하더라구요. 에어컨을 사기 위해 일을 더하느니 그냥 더 놀기 위해 더위를 참아버리자 하고 견디고 있어요. (모두 웃음) 근데 신기한건 많이 놀다보니 이제서야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에요. 지금 제가 생계를 위해 오랫동안 해오던 대필 작업, 남의 책을 만들어 주는 것을 벗어나 제 책을 쓰고 있거든요. 

제가 고른 사진은 텅빈 공간과, 문이 있는 사진이에요. 마을이라는 텅빈 공간이 있는데, 이곳의 문을 통해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모두가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 사진을 골라봤어요.






최OO: 저는 커피발전소 바로 앞에 살고 있어요. 이사는 올 해 6월에 왔어요. 저는 서울 성미산에서 살았었는데, 마을이 너무 좋으니까 욕심이 더 생겨서 더 좋은 마을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단 생각에 파주로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사를 왔더니 그냥 시골인 것 같고 제가 생각한 마을공동체랑은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집만 좋고 마치 섬처럼 사는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차츰 제가 모르고 있던 제가 바래왔던 마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안도감이 들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직 낯가림도 좀 많고해서 적극적으로 마을공동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힘들게 찾아온 만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책을 골랐어요. 정말 적당히라도 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모두 웃음) 요즘 드는 생각은, 마을에 오면서 미래에 대한 욕심이나 걱정은 내려놓고 지금 사는 것을 즐기고 충실해야 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고양이 사진을 골랐어요. 고양이가 행복한 이유가 고양이에게는 미래가 없어서 그렇데요. 고양이는 오늘 배가 부르고 살아있으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고양이가 행복하다라는 말을 들으며 나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너무 많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그래서 10월에 외국 한달살이도 도발적으로 계획중이에요. 동네 기운을 받아 노는 아줌마 대열에 껴보려고 하고 있어요. (웃음) 



장OO: 저는 서울에만 살다가 중2짜리 아들이 학교를 이쪽으로 옮기게 되면서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애 학교 때문에 이사를 왔는데,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곳에서도 책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들과 함께 왔어요. 제가 고른 책은 <협동조합으로 집 짓기>인데요. 서울에서 이곳으로 공간을 바꾸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제 시간이 바뀐 느낌이에요. 시간이 좀 길어졌달까요? 일 년을 살았는데 십 년을 산 것 같아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고 녹지를 보다보니까 삶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았어요. 공간이 주는 여유가 이런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협동조합으로 집을 짓는 다는 것은 짓기는 그냥 평범한 집 짓기랑은 다른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벌어 멋진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다같이 모여 집을 짓는 다면 가장 중요한 건 그 안에서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기대감으로 집을 협동해서 함께 지어보고 싶기도 하구요. 제가 고른 이미지는 시간인데, 나의 시간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보았습니다. 



최OO: 저한테 교하는 먼 곳이었어요. 저희는 현재 교하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정확히 11년 전에 신림동에 살 때 집 주인이 교하에 사셨어요. 계약을 할 즈음에 집 주인이 교하로 오라 했는데 저희에게 조금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려는 심산으로 기꺼이 가겠다고 했어요. 근데 1500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종점까지 가야하는 거에요. 그땐 정말 너무한다 싶었는데 원하는 조건에 계약을 해야하니 어쩔수가 없었죠. (모두 웃음) 여튼 교하는 먼 곳이었는데,  이곳에 사는 지인을 알게 되고 집에 놀러가고 커피발전소에 오게되면서 어, 여기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도 그냥 같은 도시인데 서울을 벗어났다고 해서 꿈꾸는 공간으로 온 것만 같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제가 고른 책은 <섬에서 탈출하는 방법>인데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일’만을 계속 해온 것 같다는 거에요. 그래서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관점에서 섬의 의미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고, 제 스스로를 제한하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렇게 낯선분들 앞에서 제 얘기를 하는게 좀 웃기는 것 같기도 한데 저랑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분들을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까 말씀하셨던 분이 ‘인간은 고독하다’란 이야길 해주셨는데, 제가 좋아하는 책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인데 저도 인간이 늘 고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또 다른 분의 아침뉴스 이야기도 너무 공감했어요. 오늘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어어서 정말 반갑고 좋았습니다.




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과 함께 언급해주신 8권의 책을 가지고 앞으로 8주동안 경제, 마을, 사회적경제 등의 주제로 이야기 해볼 건데요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풍성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어떤 책보다 소중한 여러분 한분 한분이 사람책이 되어주셔서 이자리를 더욱 빛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시간에 만나뵙기를 기대하며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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