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1999)가 처음 나왔을 때, 매스컴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에이전트 간 총격신 연출(옥상에서 총알을 림보 하듯이 피하는 장면, 아래 이미지)을 칭찬하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고 그때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 총격신이 보고 싶어서 비디오 대여점에 매트릭스가 들어오길 목 빠지게 기다린 기억이 난다.
막상 영화를 봤을 땐 매스컴에서 극찬하던 총격신보다 모피우스가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 약을 주며 진실을 향한 선택을 제안할 때 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고 가짜일까? 어느 날 모피우스가 나타나 나에게도 같은 제안을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해 보기도 했다.
이제 곧 마흔을 목전에 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며 다시금 매트릭스를 떠올린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삶이 더 수월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짊어져야 하는 무게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더 불확실한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다.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들 때, 불안감의 원인을 찾고자 조용히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나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부모와 사회가 나의 무의식에 각인한 방식대로 살면서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 만약 내가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 공허함과 회의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정말 지금의 삶이 정말 스스로 원했던 삶이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를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답을 찾고자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마음을 들여다본 지 3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답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 숱한 물음 속에서 한 가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가지는 앞으로의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나이, 직업, 연봉, 재산 등)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질주하던 삶이 아닌 나의 가슴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스스로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방식과 기준으로 살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는 없다. 깨어날 시간이다.
네오가 선택한 빨간약을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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