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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신 Apr 13. 2021

비타민 D

꽃망울과 책들, 슬픔을 달래주는 이런 위안들 _ 에밀리 디킨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다녀 온 시원이 무심히 말했다.


"엄마, 나 다른 건 다 정상 수치인데

살짝 초기 우울증 증상이래요"


"하긴. 평소 네가 친구들 만나 웃는

총량을 생각해 봐. 그 즐거움을 다 빼앗겼으니,

삶이 우울할 만도 하지"


친구들을 만나면 바람만 불어도 까르르

넘어가듯 웃던 아이가 컴퓨터로 하루 7-8시간씩

줌 수업을 듣고 과목마다 제출할 과제들을 해내느라 종일을  갇혀있다.

그런 날이 계속 이어지며 방이 아니라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곤 했다. 게다가 학생회며 동아리나 모임까지 모두 회의로 이어지니 줌 속으로 삶이 빨려들어 가는 것 같은 시간이 더 짙어졌다.    

그러더니 병원에서 발견한

비타민 D 주사 이야기를 나누어 준다

"엄마, 오늘 병원에서 봤는데 비타민 D주사가 따로 있어요. 아빠도 맞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 10시- 2시 사이에 일정량 햇빛을 쐬어야 비타민 D가 생성되는데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그럼 우울증 증세가 올 수 있어서 주사로 비타민 D를 처방해 준대요.


햇빛 때문이었을까?

여행을 할 수 없는 날들이 길어지고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일상이 지속되면서

삶은 천천히 탄성을 잃어간다.

바람빠진 풍성마냥 간신히 모양만 남은

느슨한 타원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타민 합성을 위해 치료하듯 바깥을 잠시 산책하는 것만으로 치유에 다다르긴 어려웠다.

걷고 싶은 길도, 함께 걷고 싶은 사람도 없는

무미 건조한 일상의 날들 속에서

어떻게 다시 웃음과 산책을,

일상과 여행이 주었던 삶의 리듬과 기쁨들을

회복해 갈 수 있을지가 큰 숙제였다. 


"그래 한 달에 한 번쯤

다른 도시를 여행해 보자.

많이 웃고, 자주 걷고, 작지만 깊게

사람을 만나는 삶의 리듬을 찾아가며

마음에 햇살을 들여보자"


시원이와 함께 자박자박 웃으며

비타민 D 주사보다 먼저,

일상의 기쁨을 회복하는 쪽으로

삶의 처방전을 써 본다.


"꽃망울과 책들,

슬픔을 달래주는 이런 위안들"을 찾아서...



사진 _ 전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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