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산후조리원 안 부러운 뉴질랜드 출산 병동 후기

Maternity Ward에서 보낸 나흘의 기록

by Leena

뉴질랜드에서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분들께서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시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다시 아이를 낳은대도 뉴질랜드에서 낳겠다"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왜냐,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무시무시(?)했기 때문입니다. 그 풍문을 슬쩍 옮겨보자면 -


1. 자연분만 후, 산모나 아이에게 이상이 없으면 2시간 후에 퇴원해야 한다.

2. 만약 제왕절개 수술을 하거나, 산모의 컨디션이 안 좋다면 입원을 하게 되는데 입원하는 순간 24시간 모자 동실해야 한다. (아이를 부모가 데리고 있어야 함)

3. 신생아실이라는 개념이 없다. 즉, 간호사님이 아기를 봐주지 않는다.

4. 출산 후 바로 샤워하도록 권유한다.

5. 미역국은 무슨. 산모 식사로 토스트에 시리얼도 모자라 디저트로는 심지어 아이스크림!


한국에서 아기를 출산했다면 상상도 못 할 저 다섯 가지 풍문만으로도 충분히 뉴질랜드에서의 출산이 공포스러워졌습니다. 산후조리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어왔고, 심지어 친정엄마는 저를 낳으신 후 제대로 산후조리하지 못해서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하여 제 동생을 또 낳고 제대로 다시 몸조리하셨다고 겁을 주기까지 하셨으니.... 점점 더 산후조리와 멀어도 너무나 먼 뉴질랜드에서의 출산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런데요- 엘림이를 출산한 지금,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 위의 풍문은 모두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저 역시 다시 아이를 낳아도 뉴질랜드에서 낳고 싶어 졌습니다. 왜일까요?


제왕절개 수술로 엘림이를 만난 후, 나흘간의 뉴질랜드 출산 병동(Maternity Ward)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닮아있었던 출산 병동에서의 나흘, 그 이야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엘림이를 자연분만을 할 거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기에, 미드와이프와 함께 출산을 계획했을 때 시내에 있는 Auckland City Hospital에서 아기를 출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티병원에서 출산 후, 두 시간 안에 퇴원해서 근처에 위치한 Parnell Birthcare로 이동할 계획을 세워 뒀습니다. Birthcare란 어떤 곳일까요?


Birthcare is a primary maternity hospital for birthing and postnatal care. We provide free support, care and education to mothers, babies and their families.
You can choose to have your baby at Birthcare, or transfer to Birthcare from another hospital for your postnatal stay.

Birthcare란 출산과 출산 후 케어를 위한 공간입니다. 산모와 아기, 그 가족에게 대해 무료 지원과 돌봄, 교육 등을 제공합니다. Birthcare에서 출산할 수도 있고 원한다면 병원에서 출산 후 Birthcare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Birthcare는 2인실 병동의 경우 3일 동안 무료로 입원 가능합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2인실이 아닌 Private, Premium Room도 이용 가능하며 더 오랫동안 머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산후 조리원에 비할바 못되지만 신생아 모유수유와 목욕 등의 교육에서부터 산모의 건강 검진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https://www.birthcare.co.nz/index.php
더욱 자세한 사항은 웹사이트를 참고해주세요 :)


Auckland City Hospital과 Parnell Birthcare 두 곳에 출산 전 미리 등록을 해둔 상태였지만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십니다.(잠 16:9) 본의 아니게 예정했던 Auckland City Hospital이 아닌 North Shore Hospital에서 제왕절개로 엘림이를 출산하게 되는 바람에 (메거진 전편 참고- 3.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해 엘림아) 저는 계획에도 없던 노스쇼어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뉴질랜드에는 산부인과 병원처럼 출산만을 담당하는 병원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 출산 담당 병원 (Maternity Ward) 이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스쇼어 병원 (North Shore Hospital) 또한 마찬가지였는데요, 저는 이 병원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볼 겨를도 없이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의 각 병원들은 출산 담당 병원에 대해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보지 않고도 웹사이트의 Virtual tour를 해보며 그 병원의 특장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자료조사를 마친 후, 산모는 마음에 드는 병원에 미리 출산 등록을 해두고 진통이 시작되면 미드 와이프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해 출산을 진행합니다.


비록 출산 전에는 찾아보지 못했지만 이번 매거진을 준비하며 노스쇼어 병원 (North Shore Hospital)에 대해서 공부해볼 수 있었습니다. 출산을 마치고서 병원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니 제가 받았던 그날의 서비스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어쩜 저렇게 과장이나 과대평가 없이 병원 소개를 있는 그대로 해뒀는지...ㅎㅎㅎ 정직함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뉴질랜드 국민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뉴질랜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살아갑니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국민성으로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 사람들에 대해 잘 정리해 둔 블로그가 있어 첨부합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arkworth&logNo=220663989626&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nz%2F


아래의 비디오는 제가 나흘간 입원했었던 노스쇼어 병원 (North Shore Hospital)의 출산 병동(Maternity Ward)에 대한 소개 영상입니다. 병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healthpoint.co.nz/public/maternity/north-shore-hospital-maternity-services-waitemata/


https://vimeo.com/232273555




엘림이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직후 회복실로 옮겨진 저는 이제 막 태어난 엘림이를 가슴 위에 올린 채 Skin to skin (갓 태어난 신생아와 엄마가 서로 살을 맞대고 있는 것, 한국에서는 캥거루 케어라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한 후 젖을 물렸습니다. 좀 전에 내 배에서 나온 작고 작은 생명체와 따뜻한 살갗의 온기를 나누는 그 순간을 아마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슴 위에 누워 꼬물거리던 엘림이의 몸짓. ‘엄마 뱃속에서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구나 우리 엘림이...’ 그렇게 엘림이를 품에 안 고있기를 한참. 간호사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모유수유해볼래?' 수술을 마친 지 한 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Yes Please!" 단 한 번도 젖을 물려본 적 없는 초보 엄마를 위해 간호사는 아기가 젖을 물 수 있도록 자세 잡는 일을 도와줬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의 젖을 물던 엘림이, 태어나 처음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엘림 엄마. 하나님의 창조물은 오묘하고 신비롭습니다. 본능적으로 젖을 빨던 엘림이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술후, 회복실에서 엘림이와 첫 Skin to skin.


회복실에서 병실로 올라오기까지 또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엘림이와 함께 병실로 올라온 우리 부부.

한국에서처럼 신생아실로 곧장 가지 않고, 엄마 아빠와 병실로 함께 올라오는 아기. 태어난지 채 몇시간이 되지 않은 아기 엘림이.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는 아직 하반신 마취가 풀리지 않아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태라 소변줄을 꼽은 채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잠시 후 병원 소속 미드 와이프(미드 와이프에 대한 설명은 전편 참고)가 병실로 방문해 “아기에게 옷을 입혀줄까?” 하고 물었습니다. 집에서 설레는 맘으로 챙겨가지고 온 아기 옷을 미드와이프에게 건넸습니다. 초보 엄마 아빠를 대신해 아기에게 옷을 입혀준 미드와이프.


엄마 아빠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첫 옷으로 갈아입은 엘림이.

엄마 아빠가 야심 차게 준비해온 엘림이의 첫 옷은 보기에는 예쁠지 몰라도 실용성은 꽝이었습니다. ( ㅠㅠㅋㅋㅋㅋㅋㅋ) 지금 뉴질랜드는 한겨울입니다. 우리 엘림이 첫 옷엔 미안하게도 다리가 없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춥네요.... (엘림아 미안해 ㅠㅠ 엄마가 예쁜 거만 생각했나 봐....) 엘림이가 너무 추워 보였는지 미드 와이프는 '내가 아기를 쪼금 따뜻하게 해줄게! ^^' 하더니 엘림이를 데리고 나가 니트로 짠 털모자와 하늘색 카디건을 입힌 후, 스와들로 꽁꽁 싸매서 데려왔습니다. 아마도 옷을 미처 준비해오지 못한 산모들을 위해 신생아용 모자와 여벌 옷가지를 병원에서 준비해 놓았나 봅니다.

친절한 미드와이프 덕분에 따뜻한 겨울모자와 옷을 얻어입고 나타난 엘림이.
따뜻한 겨울옷을 껴입고 한결 편안해보이는 엘림이. 아빠 품에 안겨서.


저희가 나흘간 묵었던 병실은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습니다. 1인실 방 안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으며 보호자와 방문객용 1인 소파와 1인 의자가 각 1개씩 준비되어 있습니다. 병실에 보호자를 위한 간이침대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Health & Safety (보건법)에 보호자 침대는 안전하지 못한 시설로 지정되어 있어서 설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응급상황에서 보호자 침대로 인하여 환자의 이동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남편은 두 개의 의자에서 기댄 채 4일을 쪽잠을 자야 했다는 슬픈 사연..... 또 병실 안에는 신생아의 위생을 위해 수시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세면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나흘간 묵었던 병실의 모습. 앞쪽에 준비된 아기 침대에 누운 신생아와 함께 24시간 모자동실 한다.


병실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시설은 다름 아닌 콜버튼 (Call Button)입니다. 사진 안에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해둔 것이 바로 콜버튼 인데요, 저처럼 제왕절개로 출산한 산모의 경우 하반신 마취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침대 가까이에 콜 버튼을 두어 필요하면 언제든지 누르도록 만들어 뒀습니다.


초보 엄마 아빠를 살린 콜버튼


콜버튼을 누르면 병원의 미드와이프 중 병실 담당자, 혹은 그 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미드와이프가 병실로 찾아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개는 콜버튼을 누른 후 1-2분 안에 병실로 와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데, 동시에 여러 병실에서 콜버튼을 누를 경우 한참 동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콜버튼 덕에 초보 엄마 아빠였던 저와 남편은 엘림이와 24시간 모자 동실할 수 있었습니다.

병실에 올라온 후 약 한 시간이 채 안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잘 자던 신생아 엘림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저 대신 남편은 엘림이를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다독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엘림이는 더 세차게 울었습니다. 동시에 패닉이 된 우리 두 사람. "콜버튼 눌러볼까?" 그렇게 처음으로 콜버튼을 사용했습니다. 미드와이프가 곧장 병실로 와주었고 우는 엘림이와 당황한 저희 두 사람을 보며 물었습니다.


"뭘 도와줄까?"

"아기가 우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아기 기저귀는 봐줬니?"

"......???!?!?"


아기가 울면 기저귀를 봐줘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조차도 몰랐던 생초보 엄마 아빠는 갑자기 몹시 부끄러워졌습니다. 아... 기저귀...?


"침대 옆 서랍을 열어봐. 거기에 너희가 쓸 수 있도록 기저귀가 준비되어 있단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이게 우리가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첫 번째 경험인데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래?"

"당연하지! 이런 걸 도와주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거야"


미드 와이프는 직접 기저귀를 갈아주는 대신, 남편이 아기 기저귀 가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옆에서 말로 조언해주었습니다. 엘림이의 첫 기저귀에는 태변이 가득했습니다. 책 속에서만 보던 신생아 태변...! 까맣고 끈적거리며 아무리 닦아도 잘 닦이지 않던 태변을 열심히 닦아주며 엘림이 아빠의 첫 기저귀 갈이가 끝났습니다.


아기가 울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법을 하나 배우고서 한숨 돌린 우리 부부. 그러나 안심할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얼마 못가 다시 울기 시작하는 아기 엘림이. 안고 달래 보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아 배운 대로 기저귀도 갈아주었지만 여전히 그치지 않는 울음... ㅠㅠ 함께 울고 싶은 기분으로 두 번째로 콜버튼을 눌렀습니다.


"아기가 울어서 달래보기도 하고,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또 울어. 어떡하지?"

"아기가 배가 고픈 건 아닐까?"

"아........"

"모유수유를 도와줄게. 아기를 안아볼래?"


배가 고프면 아기가 운다는 간단한 사실조차 실전에 적용하지 못하고 패닉이 됐던 초보 엄마 아빠. 미드 와이프는 친절하게 모유수유 자세를 잡아주었고 아기가 젖꼭지를 잘 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줬습니다. 비록 아직 젖은 돌지 않는 상태였지만 아기 엘림이는 빈 젖을 열심히 빨았습니다.


"신생아는 태어나 이틀까지 엄마 뱃속에서 공급받았던 영양분만으로도 버틸 수 있어. 모유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


대처법을 한 가지 더 배운 우리 부부. 그렇지만 평화는 역시 길지 않았고, 기저귀와 모유수유를 마쳤음에도 여전히 우는 엘림이를 바라보며 좌절감에 콜버튼을 또 눌렀습니다.


"아기를 달래주고, 기저귀도 갈아줬고, 모유수유도 해봤는데 아기가 여전히 울어. 우린 어쩌면 좋지?"

"아기의 자세가 편하지 않으면 울 수도 있어. 아기를 어깨에 한번 슬쩍 걸쳐볼까?"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어깨 위에 살짝 아기 머리가 걸치게 안아주자 엘림이는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너 정말 대단하다. 이건 마치 마법 같아..."

"대단하긴, 난 그냥 경험이 많을 뿐이야. 병원에서 집에 돌아가는 순간, 이 아기를 너희 두 사람이서 온전히 돌봐야 한단다. 모든 아기는 다 다르고 아기가 좋아하는 자세 역시 모든 아기가 달라. 너희 두 사람의 아기가 편하게 느끼는 자세를 너희 두 사람이서 얼른 찾아야겠지?"


아... 그 순간 머릿속에 땡! 종이 울린 듯이 어떤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서 지금껏 막막하고 두려운 순간마다 이 콜버튼을 누르면서 쉽게 답을 얻어내려 했구나. 집에 돌아가서 앞으로는 도와주는 사람 없이 온전히 우리 두 사람이서 이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텐데. 어렵더라도, 정답을 찾기 위해 빙글빙글 돌아서 가더라도 아기 엘림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우리 두 사람이서 스스로 찾아봐야겠다!


아기가 울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을 물리고, 안아주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것들을 배웠으니 이제부터 엘림이가 올 때 어떻게 달래줘야 울음을 그치는지 알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두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부모로서의 어떤 책임감 같은걸 배운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퇴원 전까지 저희 부부는 엘림이가 좋아하는 포지션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고 마침내 찾아낸 엘림이가 좋아하는 자세는 바로바로 - 스쿼트 자세 (....! ㅋㅋㅋ). 엘림이를 품에 안고서 아빠가 스쿼트를 하면 신기하게도 엘림이는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운동도 하고, 아기도 달래고 일석 이조! 아빠의 건강까지 챙기는 효자 엘림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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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저희 부부는 콜버튼을 왕왕 눌렸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신생아 엘림이의 울음은 몇 번씩 이어졌고 배우고 터득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후에도 엘림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그땐 마지막 수단으로 콜버튼을 눌렀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나흘 동안 콜버튼 덕에 대략 스무 명의 미드 와이프를 만난 듯합니다. 스무 명의 미드와이프에게 아기 돌보는 팁을 한 가지씩만 배워도 벌써 스무 가지입니다. 콜버튼 덕분에 저희는 여러 가지 육아 꿀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 20대 초반 미드와이프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미드와이프까지 미드와이프는 인종도, 나이도 다양했습니다. 친정 엄마께서 보시고는, 본인보다 연세가 많은 분이 현직에서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에 놀라셨을 정도로 연세가 많으신 미드와이프도 여러 분이셨습니다. 역시 경험만한 것은 없습니다. 자녀며 손주까지 여럿 돌보셨을 연세 많은 미드와이프분들로부터 얻은 다양한 팁은 이후에 엘림이를 키우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미드와이프를 만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산 병동에서의 경험들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참 많이 닮았구나.’ 작은 퍼즐을 맞춰서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드와이프가 우리를 대신해서 아기를 데려가 돌봐주지는 않지만 우리로 하여금 아기 돌보는 방법을 알게 해 주고, 우리 스스로 아기를 돌보면서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게 하고, 단번에 모든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단계 단계 지나면서 지혜를 쌓아가게 하는 이 귀한 경험...!'


만약, 한국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긴 채, 수유하는 시간에만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했다면 아마도 집으로 돌아간 후 아기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나.. 당혹감에 휩싸였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24시간 모자 동실하는 이 경험에 참 감사하게 됐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 나흘의 경험 덕에 뭔가 아기 돌보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고 아기가 울면 무엇을 해줘야 할지 남편과 착착 - 손발이 맞았답니다. 생각할수록 감사한 경험입니다.



모유수유, 너란 복병!


뉴질랜드는 국가차원에서 모유수유를 권장합니다. 병실의 한쪽 벽면에 위치해있던 게시판에는 모유수유의 장점이 쭈욱- 나열되어 있었는데 게시판을 정확히 찍은 사진이 없어 슬쩍 게시판이 스쳐 찍힌 사진이지만 아래에 첨부합니다. 모유수유에 관한 도움을 원하는 산모에게는 모유수유 전문가와 만나 상담할 수 있도록 세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모유 수유하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 상담할 수 있는 전문 기관도 여럿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랜 진통과 제왕절개 수술로 인해 엄청난 양의 진통제를 사용한 데다가 수술 후 여전히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부모님께서는 그 상태로 모유 수유해도 괜찮은 건지 걱정하시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물어보니 수술에 사용했던 진통제들은 아기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고, 출산 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복용하는 모든 약물은 모유수유에 전혀 해롭지 않은 것들만 골라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안심하고 모유 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산모로 하여금 모유 수유하도록 적극 권장했습니다.

문제는 제 컨디션이었습니다. 제왕절개 산모의 경우 대개 수술 후 4일 차쯤 되어야 젖이 돈다고 했습니다. 젖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젖을 물리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겨우 상반신만 일으킨 상태에서 아기를 품에 안고서 젖을 물리기를 이틀, 그날은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몸이 힘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젖이 빨리 도는 산모의 경우 하루 이틀 안에도 초유가 나온다는데..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엘림이도 지금쯤 배불리 초유를 먹고 있었을 텐데.. '. 좌절감이 찾아왔습니다.

한쪽 벽면 게시판이 모유수유에 대한 게시물로 가득 차있었다.

" I feel frustrated.... (나 되게 좌절감 느껴....)"라고 울먹이며 말하는 저를 미드와이프는 따뜻하게 안아주며 격려했습니다. "괜찮아, 지금은 '젖이 왜 안 나오지?'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단다.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란다. 그런데 있지,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땐 '왜 이렇게 젖이 많이 나오지?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올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 너의 몸이 이미 젖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 힘을 내!"


그 따뜻한 격려 덕에 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아기 엘림이에게 젖을 물릴 수 있었고,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젖이 안 돈다고 걱정하고 있었던 그날부터 이미 엘림이는 제게서 초유를 먹고 있는 상태였답니다. 할렐루야! 퇴원하는 날, 아기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Birth Weight)로부터 얼마큼 몸무게가 빠졌는지 재보는데 보통의 경우 태어날 때 자기몸무게에서 10%까지 감소해도 괜찮으며, 생후 2주이내에 태어난 몸무게로 회복되면 정상 이라고 합니다. 양수에서 불어있던 아기의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젖이 돌기까지 며칠간 아기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엘림이의 체중변화는 고작 4%! 미드와이프는 엘림이가 초유를 상당히 잘 먹었던 걸로 보인다며 퇴원하는 날 제게 칭찬에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열심히 젖을 빨아준 엘림이에게 참 감사했던 순간입니다.


병원에 있는 4일 동안 미드와이프들에게 얻은 육아 꿀팁이 상당합니다. 앞으로의 글들에 육아 꿀팁도 종종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퇴원은 캡슐(Capsule, 신생아용 카시트)과 함께 안전하게!


뉴질랜드 출산 병동에서 퇴원하기 위해서 꼭 갖춰야 할 것이 바로 캡슐(혹은 신생아용 카시트)입니다. 엄마와 아기가 건강해도 캡슐이 없다면 병원에서 퇴원을 시켜주지 않습니다. 뉴질랜드의 법은 아기의 캡슐이나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퇴원하기 전, 미드 와이프는 아기가 캡슐에 잘 타고 있는지, 캡슐의 벨트는 아기에게 적당 한지등을 마지막으로 모두 점검합니다. 엘림이도 캡슐에 탄 채 마지막 점검을 받고 퇴원했습니다. 이로써 나흘간의 병실생활도 끝이 났습니다.


캡슐(혹은 신생아용 카시트)이 없이는 퇴원이 불가능하다. 병원 홍보영상에서 캡쳐.
엘림이의 첫 카시트 탑승. 세상 서럽게 울다 지쳐 집까지 왔다는것은 안비밀.


엘림이의 병원생활.
신생아 엘림이, 병실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연세가 지긋하신 미드와이프님으로부터 육아 꿀팁을 전수받는 엘림이 아빠 모습.
엘림이의 병원생활. 추억.


다음 포스트부터는 퇴원 후 집에서 엘림이와 함께 겪은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퇴원 후 집에서 이어지는 엘림이와의 생활은 또 얼마나 재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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