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y Jun 26. 2022

[은평] 응암동 니하오 중국 손만두

느슨한 관계, 느슨한 시간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제공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최근 읽은 책에서 공감되는 구절이다. 타인에게 제공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강하게 통제하고 싶은 것은 사회생활인 것 같다.


사회 생활 3개월 차, 선배, 동기, 상사 등등등 내 양 옆, 위 아래, (아 아래는 아니다) 있는 관계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무능하게 보이지 않을지 걱정하고, 말실수 하지 않을지 대화를 점검하고, 할 말과 하지 못 할 말을 구별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워 질 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다. 분명 관계 안에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은 있기에 그 노력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한들 내가 경거망동 할 수 있을까.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지치지 않게 끊임없이 줄다리기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솔직히 지난 몇 개월은 그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너무 지쳤던 것은 사실이다. 잠시나마 그 긴장을 놓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나한테는 느슨한 관계가 그렇다. 느슨한 관계라 하면, 안 만나도 되고 만나도 되는 친구들, 오래봐서 쟤가 뻘소리 해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친구들, 만나서 딱히 뭐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


열 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4명의 친구들은 징글징글하게도(애정표현임) 은평구에 오래 살았고, 살고, 한 명은 그 근처에 산다. 내가 지나가다가 '야, 근처에 맛집 있음 고고?' '주말에 시간되면 가자' 'ㅇㅋㅇㅋ'해서 모였다.


주말 점심이었다. 다들 30분 전에 출발해 털레털레 모였다. 그 중 늦은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나. 일찍 간 사람은 먼저 시켜먹고 있었고 늦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4명이서 메뉴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샤오룽바오, 부추 속이 들어간 튀김 만두, 만둣국, 피단 두부, 조개볶음 등등. 엄청 맛잇었는데, 배불러서 못 먹은 메뉴가 아쉬울 정도로, 사장님의 자부심을 인정할 정도로 맛있었다. 딘타이펑 멀면, 여기 가면 됨.


커피를 사들고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들은 중학교 때랑 똑같이 심즈를 하고, 게임을 잘 못하는 나는 누워있었다. 친구 반려묘인 체다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열렬히 구애를 했지만 보지 못했다. 쫄보 체다.


그 와중에, 친구 집에 충전기를 두고 와서 일요일 오전에 다시 슬리퍼 신고 찍찍가서 친구가 해준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응암역을 향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고.

작가의 이전글 [은평] 연신내 에키소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