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관계, 느슨한 시간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제공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최근 읽은 책에서 공감되는 구절이다. 타인에게 제공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강하게 통제하고 싶은 것은 사회생활인 것 같다.
사회 생활 3개월 차, 선배, 동기, 상사 등등등 내 양 옆, 위 아래, (아 아래는 아니다) 있는 관계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무능하게 보이지 않을지 걱정하고, 말실수 하지 않을지 대화를 점검하고, 할 말과 하지 못 할 말을 구별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워 질 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다. 분명 관계 안에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은 있기에 그 노력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한들 내가 경거망동 할 수 있을까.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지치지 않게 끊임없이 줄다리기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솔직히 지난 몇 개월은 그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너무 지쳤던 것은 사실이다. 잠시나마 그 긴장을 놓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나한테는 느슨한 관계가 그렇다. 느슨한 관계라 하면, 안 만나도 되고 만나도 되는 친구들, 오래봐서 쟤가 뻘소리 해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친구들, 만나서 딱히 뭐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
열 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4명의 친구들은 징글징글하게도(애정표현임) 은평구에 오래 살았고, 살고, 한 명은 그 근처에 산다. 내가 지나가다가 '야, 근처에 맛집 있음 고고?' '주말에 시간되면 가자' 'ㅇㅋㅇㅋ'해서 모였다.
주말 점심이었다. 다들 30분 전에 출발해 털레털레 모였다. 그 중 늦은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나. 일찍 간 사람은 먼저 시켜먹고 있었고 늦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4명이서 메뉴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샤오룽바오, 부추 속이 들어간 튀김 만두, 만둣국, 피단 두부, 조개볶음 등등. 엄청 맛잇었는데, 배불러서 못 먹은 메뉴가 아쉬울 정도로, 사장님의 자부심을 인정할 정도로 맛있었다. 딘타이펑 멀면, 여기 가면 됨.
커피를 사들고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들은 중학교 때랑 똑같이 심즈를 하고, 게임을 잘 못하는 나는 누워있었다. 친구 반려묘인 체다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열렬히 구애를 했지만 보지 못했다. 쫄보 체다.
그 와중에, 친구 집에 충전기를 두고 와서 일요일 오전에 다시 슬리퍼 신고 찍찍가서 친구가 해준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응암역을 향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