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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Feb 10. 2021

엄마와 병원에 갔다

돈을 번다는 것, 내 행복을 위한 것

몇 달 전부터 엄마의 어깨 상태가 안 좋아졌다.

어깨를 움직이기 어렵다고 하더니 지난달 말부터는 어깨가 아파 새벽에 잠을 꼭 깬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잠들기도 어렵고 팔 전체가 아프다고.

계속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동네 병원 몇 번 다녀오더니 더 이상 병원에 안 가겠다고 했다.


왜 병원에 안 간다고 하는 걸까? 매일 아프다고 하면서.

엄마는 병원에 가봐야 낫지도 않고 효과도 없고 지친다고 했다.

하지만 갈수록 아파하는 엄마를 보면서 결국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꺼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속상한 일이 있을까.

몸이 아픈데 돈 걱정 때문에 병원을 못 가게 된다는 것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큰 성인에 얼마 전까지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고 있었는데 진작에 책임지지 않았다니...

지금은 백수지만 퇴직금과 모은 돈이 있으니 엄마의 치료비를 하기엔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엄마에게 신용카드를 건네고 병원을 알아보고 상담 전화를 했다.

엄마는 조금 미안한 듯 정말 이 카드를 받아도 되겠냐며 물었지만 기뻐 보였다.

역시 병원이 싫은 것이 아니라 병원비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오늘, 엄마와 병원을 다녀왔다.

정형외과로 유명한 곳이었다. 오전 9시 30분에 도착해 오후 4시 40분에 집으로 향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원장님을 만나고 다시 엠알아이를 찍고 원장님이 최종 진료를 봐주셨다.

중간에 엠알아이를 찍을 순서를 기다리느라 하루 종일 걸렸다.

그 결과 기존에 다녔던 동네 병원에서 엉뚱한 치료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치료비만 비싸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을 계속 받아왔던 것이다.

아픈 것에 비해 다행히 상태는 아주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어깨가 아픈 이유는 근육과 힘줄이 쪼그라들고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MRI 촬영 결과, 끊어진 힘줄은 없었고 다소 헤져있는 상태라고 했다.

수술을 받으면 금방 좋아질 수 있다고 하여 다음 주로 날짜를 잡고 그동안 잠을 잘 수 있도록 약을 처방받았다.


수술비가 많이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엄마는 예상보다 적은 금액의 수술비를 듣고 안도하는 듯했다.

그리고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엄마가 키워주고 그동안 나에게 해 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라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사회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엄마를 위해 돈을 쓸 수 있어 행복했다.


몇 달의 백수 기간이 끝나면 나는 다시 돈을 벌 것이다.

그동안은 단순히 모으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내가 돈을 벌고 그것을 모으는 이유.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쓰고 싶다.
엄마에게 더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

더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아플 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엄마뿐만 아니라 남자 친구, 친구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싶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내 행복이 목적인 것이다.

나의 삶의 여유를 위하여, 내가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기 위하여.


- 2020년 11월 12일 작성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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