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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야 Mar 02. 2021

퇴사 후 어떻게 살 것인가  

[퇴사 후 인생 2막 아빠 에세이]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란 책을 보면 돈 받고 이야기해 주는 전문 이야기꾼 얘기가 나온다. 인도 여행 중 버스 안이 시끄러워 대피하려고 올라간 버스 지붕 위에 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흔들리는 버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도 버스는 그럴 수 있나 보다.) 신화와 설화, 수학과 점성학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던 노인에게 직업을 묻자, 노인은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일정한 금액을 받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문 이야기꾼이라고. 그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온갖 신기한 직업을 봐 왔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귀 후벼 주는 사람, 밤에 손전등을 켜고 도심지의 쥐를 잡는 사람, 둥근 저울로 몸무게를 달아 주고 50파이샥씩 받는 사람, 점심때 집에서 회사까지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사람, 그런가 하면 기차가 역에 들어왔을 때 대신 자리를 잡아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인이 전문적인 스토리텔러라는 말이 더 흥미로웠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인도는 직업의 미래다. 인도에는 이미 귀 청소방, 배달 대행, 심부름 대행 비즈니스 원조가 다 있었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그냥 주고받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 돈 받고 파는 스토리텔링 전문가까지. 4차 산업 혁명 시대, 미국이 아니라 인도를 주목해야 할지도 모를 판이다. 요즘 1인 크리에이터처럼 이런 일이 돈이 될까 싶은 일로 먹고사는 프리랜서가 저렇게 많으니 원. 세상에는 참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더 많은 직업이 생기고 더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 이런 시대, 나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적성 검사다. 적성 검사 후에 재취업을 하든 공무원을 하든 장사를 하든 결정하면 된다. 내면의 소리에 아무리 귀 기울여도 난 도대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 모티브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묻거나 워크넷(www.work.go.kr)이란 사이트에서 직업 적성검사를 해보는 거다.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노란 우산 공제 가입자 대상 교육 문자가 왔었다. 교육 내용을 보니 폐업자를 위한 사업 정리와 취업 교육이 있었고, 계속 운영할 사람을 위한 사업역량강화 교육이 있었다. 일정을 보니 참가 가능한 날에 폐업자를 위한 교육이 있어 신청하고 참가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 폐업하시려는 분이 많았다. 전직 스쿨이란 취업 인식 개선 교육을 들었다. 직업 선택 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심리검사를 통한 자기 이해라며 직업 흥미 검사를 했다. 시간상 간이형으로 검사했는데, 나는 예술형(Artistic)과 사회형(Social)으로 나왔다. 어쩐지 머리를 길러 묶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고. 신기한 것은 다 사업하는 사람들인데 사업가 성향인 진취형(Enterprising)은 한 명도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휴, 여태 가게를 꾸려온 게 그나마 다행인 건가.) 나중에 다시 워크넷에 들어가 정식으로 직업 심리 검사를 해보니 역시 흥미 코드가 SA(사회형·예술형)였다. 다행히 진취형도 예술형과 같은 점수가 나왔다. 놀랍게도 회피 활동이 ‘틀에 박힌 일이나 규칙’이었다. 마음이 시키는 일과 같은 방향이었다. 조직 생활은 역시 나와 맞지 않았다. 나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싶었다. 누구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자신이 갈 길을 알 수 있었다. 검사 결과가 예술형이라고 다 예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술형이 장사한다면 먹는 게 주가 되는 식당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한 카페나 술집이 어울린다. 그래서 내가 가게 꾸밀 때 그렇게 분위기를 따졌나 보다. 술맛 나는 분위기 만드는 데 제일 관심이 많았다. 내친김에 창업적성검사도 해봤다. 뒤늦게. (장사도 적성검사가 있었다.) 천만 다행히도 ‘적합’ 판정을 받았다. 휴~. 서비스업 창업 시 다른 업종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다. 정말 서비스업 외엔 관심도 없었다.

간이형 적성검사 후에는 진로·직업 탐색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적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직업이 있었다. 온라인 평판 관리원과 같이 한국 직업 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직업부터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을 위한 베이비부머 추천 직업, 미래형 신직업까지 실로 다양했다. ‘가정집 펫시터’라는 신직업도 있었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였다. 전문 시터의 경우 월 200만 원, 많게는 월 300만 원까지 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반려동물을 그려 SNS에 올렸다가 반응이 좋아 반려동물 초상화가로 돈을 버는 직업도 있었다. 수입이 대기업 사원보다 높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벌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사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IT 기술 발전 덕분이었다. SNS의 힘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코로나가 변화를 앞당겼다. 한 직장에 충성하고 승진해서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자신만의 콘텐츠만 있으면 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이 직접 프로젝트를 따내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독립 계약자나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으로 계약을 맺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임시직 경제를 말한다. (물론 긱 이코노미가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새로운 프리랜서들: 긱 이코노미에서 재능 활용하기’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노동력이 기존의 ‘값싼 인력’에서 ‘숙련 인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인력 고용 방식도 점차 프리랜서 계약 비중이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이 프리랜서라고 한다. (출처: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0년 후엔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한국도 배민 커넥너나 쿠팡 이츠 배달 파트너로 활동하는 단순직 긱 워커뿐 아니라 크몽과 같은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전문직 프리랜서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주의 깊게 보면 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에 자신만의 컨텐츠를 올리면 필요로 하는 사람과 연결되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그것도 전문가 대접을 받으면서. 반면 IT기술의 발달로 사라지는 직업도 생겼다. 머지않아 그동안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직업이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사업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테일러 피어슨은 자신의 저서 ‘직업의 종말’에서 지난 40년 동안 안정적이었던 직업이 향후 40년 동안에도 안정적일 거라고 말하는 건 비논리적인 결론이라고 말했다. 70·80년대 기업은 호황이었고 많은 직원을 고용했기에 평생직장이 가능했다. 지금은 기업 자체 수명이 줄었다. 오래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늘었다. 그러니 더 이상 정년을 보장해 줄 수 없게 되었다. 더군다나 비용 부담 때문에 종신고용이 아니라 단기 계약으로 고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시대에 맞게 퇴사 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제 적성에 맞는 하고 싶은 일을 콘텐츠로 만들어 온라인에 온(On)하면 무슨 일을 하든 먹고살 수 있는 시대다. 그러려면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적성 검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다음 그 일을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할 말은 있다. 수년간 해왔던 직장 경험이든 취미든 관심 있는 분야의 이야기를 남에게 도움될 만한 콘텐츠로 만들면 된다. 그렇게 만든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에 팔면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 수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만든 콘텐츠를 SNS에 올리거나 책으로 출간하면 사업기회가 생긴다.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물론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단,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꾸준히 하면 말처럼 된다. 하고 싶은 일로 원하는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장기적으로는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할 확률도 먹고살 확률도 높아진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먹고살기 힘들다면 한 번쯤 다른 인생을 꿈꿔도 좋지 않겠는가.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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