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야 Feb 09. 2021

아빠는 오늘도 달린다

[퇴사 후 인생 2막 아빠 에세이]


장사를 접었다. 장사 책까지 썼는데…. 이런 핑계를 댈 줄 몰랐다. 악재가 겹쳤다. 김영란법 이후 이어진 경기 불황에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식 선술집인데 일본 불매 운동, 이 와중에 연달아 두 개의 경쟁업소 오픈, 응급실에서 버티던 자영업자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마지막 산소 호흡기마저 떼 버렸다. 가게가 세 개라 세 배로 힘들었다. 매출이 급감하여 직원 월급에 월세에 한 달 천만 원가량의 돈이 부족했다. 코로나 정부 지원 대출금이라도 받아 버텨야 했다. 코로나 초기엔 하루 한 팀 받는 날도 있었다. 버티기 힘들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가게 접는 사장님들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세 가게 중 피해가 가장 큰 꼬치집을 접기로 했다. 나머지 가게도 어찌 될 줄 몰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아지기를 기다렸다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정비에 보증금마저 날릴 판이었다. 권리금은 진작에 포기했다.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알리고, 보증금을 받아 다른 가게 직원 월급과 월세를 해결했다. 막상 닥치니 대리기사님들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대부분 나처럼 퇴사와 폐업을 경험한 분들이었다. (저랑 한잔하실래요?)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하고 싶던 장사를 시작했었다.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퇴사를 결심하니 많은 일이 벌어졌다. 가족은 다 그렇게 사니 참고 다니라고 했다. 친구들은 나가도 별거 없으니 처자식 생각해서 더 다니라고 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주변인은 잘 알지도 못하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다 나 잘되라고 하는 소리였지만 고민이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역시 같은 처지를 먼저 경험한 사람의 조언이 와 닿으련만 그런 사람의 조언을 듣는 것도 흔한 기회는 아니었다. 이럴 땐 외로웠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아서. 막상 퇴사해도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퇴사 후에는 또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재취업이라도 해야 하나? 장사라도 해볼까? 그러다 재취업도 해보고, 장사도 해봤다. 한국과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경험하고 세 번의 취업과 세 번의 퇴사를 반복했다. 세 번의 창업과 (최근 코로나로) 한 번의 폐업도 경험했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코로나 시대, 퇴사와 폐업 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재취업이든 창업이든 중요한 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이다. 이왕 엎어진 거, 하고 싶은 일을 해볼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기야 좋은데, 과연 먹고살 수는 있을까?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생생한 경험을 해본 결과,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코로나로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시대가 멍석을 깔았다. 세상이 완전히 변했다. 디지털 기술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넘어진다. 이래도 넘어지고, 저래도 넘어진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해보고 넘어지면 후회는 없다. 왜? 하고 싶은 일, 한 번 해봤으니까. 인생의 마지막 날 돌아볼 때 후회할 일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해볼 걸 하고 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한 번 해볼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이 무엇이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언젠가 꼭 한 번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다. 막히고, 막히고, 막히다 보면 언젠가 내 길이 열릴 것이다.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사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 세상에 공짜는 없다.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도 해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없는가? 그래도 괜찮다. 이 책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지 안내할 것이다. 


얼마 전 이직한 40대 가장인 동생도 퇴사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전 직장이 월급이 적어 이직했지만 이직한 직장은 일이 많아 힘들어했다. 재취업은 했지만, 고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아직 회사에서 살아남은 친구들도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돈 들 일은 늘어나는데, 회사 다닐 시간은 줄어드니 초조하고 불안했다. 동생이나 친구들처럼 대한민국 많은 아빠가 비슷한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다. 그런 아빠들과 친구처럼, 때론 형처럼 술 한잔하며 대화하듯 이 책을 통해 퇴사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빠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남편이 요즘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가족이 아빠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아빠가 직장에서 일하며, 가게에서 애쓰며, 대리 운전하며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런 아빠들을 위하여 건배사를 제안한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아빠를 “위하여!” “위하여!”


아빠는 오늘도 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