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잠시 내려가 살았던 시골집은..
병풍처럼 둘러져 있던 뒷산으로 인해..
평범한 시골집이었어도
운치 있고 근사하게 보였었다..
눈이 내린 다음날엔..
알 수 없는 작은 짐승 발자국이 찍혀있었고..
온갖 새들에 지져 김과..
꿩들에.. 주거지이기도..
소극적이고 부끄럼도 많았던 나는
한 없이 길었던 어린아이의 한나절을
뒷산에 올라가..
눈부신 푸른 하늘에.. 뭉글 구름을 지켜보고..
이름 모를 들꽃이 예뻐
한아름 꽃다발 만들며 보내다가...
어스름 어두워지면..
원인 모를 두려움으로 누군가에 의해
뒷덜미 잡힐 것 같아..
오금 저리며 뛰어 내려왔던
기억들...
아이를 벗어날 즈음
그곳을 떠나..
도시로 나오게 되었고... 성장하고..
결혼하여..
타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머니 돌아가셔서 한국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된 그 산..
큰 산자락으로 기억됐던 그곳은
쉽게 오르락 거릴 수 있는..
키 작은 나무들과 잡목으로 이루어진
나지막한 산이었다
집 앞으로 흐르던 맑은 냇가에서
머리 감고 놀던 작은 아이와
그 물줄기는 어디로 흘러가 버렸는가..
코스모스 양옆으로 거느린 신작로 내려가던
샛길도..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쉴 새 없이..
오르락 거리던 단감나무..
안방 창문 앞에 자리 잡은 백합, 난초, 매실나무..
현관 앞 석류나무, 탱자나무..
그 많던 과실나무는.. 꽃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설 유치원이 들어서 있고.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놀고 있는
낯선 풍경이 자리하니..
나 역시 기억 속에 그곳이 맞기 나한지..
집들도.. 거리도.. 가물가물..
영희네, 순근네, 작은 다리, 큰 다리..
그곳이 개발되어 전혀 달라졌다는 소리를
오래전에 들었던 거.. 같기도..
늙은 호두나무와 미루나무..
아 ~뒷산 아래 나란히 있는
밤나무는 그대로네~~
날 기억해 주는 듯 다정한 모습..
삶이 가끔씩 고단하고 힘들게 몰아가더라도..
내 혈관으로 흐르며 나의 순수를 지켜주는
어릴 적 추억 속에 그곳..
내 앞에 더 이상 예전에 그 모습은 아니지만..
나이 들어 그 앞에 서 있는 내 기억 안에서..
영원히 어린 소녀가 뛰놀며...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그 시절 그대로 남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