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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영 Aug 23. 2024

20만 원 절약 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월요일 아침에 노트북이 이상했다. 한글 파일 여니까 자기 혼자서 ‘ㅓ’를 끝없이 치는 거다. 인터넷 들어가도 마찬가지. 일을 할 수 없어서 LG 서비스 센터 갔다.


아니이. 왜 멀쩡한데?


원인을 알고 싶다고 하니까 기사님이 노트북 키보드를 뜯어서(?) 보여주었다. 서로서로 다 연결되어 있어서 ‘ㅓ’ 하나만 문제여도 싹 다 갈아야 한다고. 가격은 19만 얼마. 그러니까 20만 원.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도 노트북은 이상했다. 근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또 너무나 반듯했다. “얘 쫌 이상하다고요.”라고 말하는 내가 불안정한 사람(자주 그래요) 같았다.


내일은 당진시립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 있고, 오늘은 한길문고 책 쓰기 중에서 편집 수업. 책나물 출판사 김화영 편집장님 오니까 미리 일을 해야 한다. 무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켰는데.


키보드가 지랄옆차기 난리부르스를 추는 거다. 전원을 껐다 켰다 해도 말이 전혀 안 통했다. 너무 외롭고 너무 울고 싶은데 어디에 표현할 수도 없었다. 히힝. ㅠㅠ 무릎은 꿇으라고 있는 거. 나는 절대 약자의 자세로 읍소했다.


“제발요.....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고, 집에 오면 저 먼저 샤워하지 않고 노트북 님을 책상 위에 편히 모셨잖아요. 호흡 곤란하다고 하실까 봐 지민 스티커도 딱 두 장만 붙였잖아요.”


아침 8시에 강성옥 씨가 컴퓨터 전문가에게 노트북을 갖고 갔다. 예상하시는 대로 이상 무!


노트북은 내 책상에 놓이자마자 또 본색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키보드가 아예 안 눌러지니까 작업하고 있는 한글 파일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사실 노트북 자판하고 헤어질 결심은 서비스 센터에서 했더랬다. 기사님의 명함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아침 9시 되자마자 기사님한테 노트북 자판 주문 전화하려고 했는데.


나는 일할 때 키보드 따로 쓴다. 노트북하고 연동 되어있는 그게 뒤집어진 채로 눌려 있었던 거다. 강성옥 씨가 원인을 밝히고 해결한 뒤에 물었다.


“배지영, 이해했어?”


나 이해력이 심하게 떨어진다. 포크댄스 도는 방향은 만날 헷갈렸고, 바느질과 뜨개질 그림(오른손잡이용밖에 없던 시대)을 아예 이해 못 했고, 장구 배울 때도 완전 똥멍청이 같았고, 세상 쉽다는 이유식 레시피도 읽으면 아는 것 같은데 막상 하려고 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어.”


일단 대답했다.


“정말 이해했어?”


살짝 이해 못 했지만, 노트북 모시듯 키보드까지 잘 떠받들면 되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절약가

#전자제품을잘모시자

#오늘도서관자리잘잡았다

#벽옆에앉고싶었는데

#맞은편에는복사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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