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노력만 인정하여야 하는지, 무지를 깨닫게 해 줘야 하는지
최근 세 명의 젊은이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올게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10대 초반, 초등학생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해야 하지만,
영어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초딩인데, 영어학원은 죽어도 싫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엄마로서 포기할 수 없기에 살살 달래도 보고, 윽박도 질러보고 있는 중에
"엄머 나 영어 꽤 잘해~"
"엥? 무슨 근거로 얘기하는 거야?"
"나 학교에서 영어단어 시험이나, 수업 때 잘해
엄마가 몰라서 그래"
....
아이의 실력을 모르는 내가 아니기에, 말문이 턱!
10대 후반, 고등학생
어느 볕 좋은 날, 교회에서 교제를 위해 집사님이 손수 파전반죽을 만들어서 휴대용 버너를 놓고 축제처럼 파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집사님 딸이 엄마를 도와주려 프라이팬 하나를 잡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부침개 만들기 기술의 정점은 뒤집기인 거 아시죠?
프라이팬에 반죽 두 주걱 놓기 - 반죽 잘 펴기 - 뒤집기
이 과정인데 뒤집기에서 자꾸 실패! 찢어지고, 뭉치고~
지나가던 집사님이
"어머 엄마 도와주는 이쁜 딸이에, 착하네"
"네,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이 때, 뒤집을 타이밍~ 휙! 헉!)
"맛있는 파전이 못생겨져 버렸네, 못생긴 파전 누가 먹나~ 호호호"
(이때, 고딩 급발진)
"못생겼다고요? 파전이 못생겼다고요? "(집사님 당황)
"내가 이렇게 힘들게 만든 파전을 못생겼다 하시면 안 되죠. 과정이 중요하죠"
"아이고~ 못생겼지만, 맛있겠네, 맛있게 먹으면 되지~"
(하시며 자리 뜸)
....
옆에서 지켜보던 나와 그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한거 아닌가요?
20대 초반, 신입사원
회사 후배가 신입사원 때문에 너무 고민이라며 얘기합니다.
은행 다니는데, 이 신입사원 때문에 은행 지점 분위기가 많이 다운되었다고요
업무를 알려주면, 노트를 하는 게 기본 아닌가요?
알려주면 옆에서 그냥 끄덕끄덕,
"적으세요. 다음에 또 물어보지 말고~"해도
"다 이해했어요. 할 수 있어요"
역시나 다음에 똑같은 업무를 물어봅니다.
얼마 전 은행지점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는데
문제는 신입사원! 왜 이렇게 처리했냐 물었더니,
"나만 잘못한 거에요? 잘 알려주셨어야죠.
잘 안 알려주셨으니 제가 이렇게 한 거잖아요!"
....
그 지점의 누구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합니다.
우린 이런 것들을 근.자.감이라고 합니다.
정신의학 분야에도 '더닝 크루거 실험'으로 근자감을 설명한 내용도 있습니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0865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도 생각납니다.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근.자.감은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10대, 초등학생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더 만나봐야 하고
10대, 고등학생은 과정만큼 결과도 중요하다는 경험을 더 해봐야 하고
20대, 신입사원은 업무수행보다 업무수행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게 더 어렵다는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은 알면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몰라서, 무지해서 행동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도 많죠
물론 그 과정 중에서 도전, 창의, 혁신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만큼 세상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중요한 가치들도 많다는 건 동의하실 겁니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 '90년대생이 온다' 기억하시나요?
그들이 사회에 진입하며 많은 조직들을 바꾸게 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말은 더 두렵습니다.
"부장님, 저희가 낯설다고요? 조직화되지 않았다고요? 요즘 10대들이랑 얘기해 보세요. 저 속 터져요"
그들이 이제 몇 년 후면, 사회인이 됩니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과정의 노력은 인정하고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기를 기다려야 하나요?
무지를 깨닫게 적시에, 명확하게 알려줘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