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양선생활

개 발자국과 개똥

by lemonfresh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고 마당에 나오면 개들이 막 달려든다. 정확히 말하면 개 한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다. 웅이와 토리는 그렇게 바짝 달려들지 않는데 순이와 까미, 랑이가 문제다. 까미랑 랑이는 강아지라 그렇다고 하는데 어미 개인 순이가 제일 부산하다. 순이는 덩치가 작아서 벌써 아직 강아지인 랑이한테도 밀리지만 까미를 낳은 어엿한 엄마 개다. 그런데도 내가 개 좋아하지 않는 줄을 아직도 모르다니 참 눈치도 없고 대책도 없다.


개들이 나한테 달려드는 것이 곤란한 이유는 내 옷이나 다리에 발자국을 찍으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면서 한쪽 앞발을 들고는 내 다리를 짚거나 쓸거나 한다.

“야, 이 발자국~!”

내가 쫒으려고 시도를 하지만 여러 마리가 정신을 빼니 참 쉽지가 않다.


그리고 나는 아침 출근 전에 매일 하는 루틴이 있다. 싹 차리고 나와서 마당에서 셀카를 찍는다. 그때는 남편이 개들을 유인해서 대문 쪽으로 간다. 대문을 열어야 차가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남편이 나를 급하게 제지한다.

“가지 마. 그쪽에 개똥 있어.”

엄마야, 개똥이라니~! 하마터면 출근 준비 망할 뻔했다. 가끔 보면 잔디가 한 곳만 수북하게 자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의심을 한다. 그곳이 개들이 변을 보았던 곳 아닐까? 자리 크기가 꼭 그만한 것이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


어제의 일이었다. 보다 나은 뷰 포인트를 찾다가 평소 위치보다 앞으로 더 나갔다. 느티나무 그늘을 피해서 더 밝은 쪽으로 가려한 것이다. 그런데 발걸음 중 밑에 무언가 부드러운 느낌이 스친 것 같았다. 돌아보니 짐작한 대로였다.

“아이유 증말, 결국 당했네!”


남편이 개들 유인하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오늘따라 내가 그쪽까지 나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남편은 개들을 붙잡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출근 차림을 하고 나와서 개똥을 밟다니 이게 보통 사고가 아닐 텐데 내가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얼른 수도꼭지로 가서 밑부분에 물을 흘려 닦았다. 어느 정도 하고 나서 발을 탁탁 털고 그 신발 그대로 차를 타러 가자 남편이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생각해도 좀 잘했다. 오두방정 떨지 않고 스스로 잘 처리했기 때문이다. 개 발자국도 모자라서 개똥 밟은 신발을 물로 닦아 신고 그대로 출근하다니, 참 많이 둥글어졌다. 역시 나이를 먹은 값이 공짜가 아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뭔가 나아지는 게 있는 법이다. 오늘은 내가 나잇값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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