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Feb 23. 2023
국어 시간입니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는데 사냥꾼에게 쫒기는 사슴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살려 주었더니 사슴이 하는 말이 은혜를 갚겠다 하면서 ‘저는 이 골짜기를 잘 알아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사슴이 무슨 말을 하였을지 각자 생각해 보는 것이 공부할 거리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제가 일러주는 곳으로 가보세요.
맛있는 음식이 있을 거예요. *김0현*
(애들하고 지내면서 가장 잘 통하는 방법이 먹는 걸로 꾀는 겁니다. 공부 잘하면 사탕 준다고 꾀는 것은 일 년 내 써먹어도 통하는 방법이고, 다른 애들 몰래 아이스크림 한번 사주면 그 아이와 저는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겁니다.)
-제가 선녀들이 목욕하는 골짜기를 알려드릴게요. *정0철*
(원본에 충실한 윤철이, 하긴 다섯 살 정도만 되어도 다 아는 얘기니까.)
-제 등에 타세요. 짐도 들어다 드릴게요. *이0하*
(사슴이 뭐 다른 방법 있겠어요? 태워다 주고 짐까지 들어주면 된 거지.)
-저 골짜기 아래로 내려가면 나무가 많아요. 거기 가서 나무를 하세요. *송0규*
(나무꾼에게는 아주 현실적인 도움이 되겠네요!)
-저 골짜기로 가면 임금님이 계실 거예요. 임금님이 상으로 돈을 많이 주실 거예요. *허0비*
“사슴 살려 줬다고 임금님이 상을 주니?”
“네. 착한 사람은 원래 상 받는 거예요.”
-집에 가려면 길이 아주 멀잖아요. 제가 집에 가는 길을 알려드릴게요. *이0현*
“집에 가는 길은 나무꾼도 알고 있지 않을까?”
“아니요, 그러니까 지름길이요. 쉽게 갈 수 있는 길.”
-저 골짜기로 가면 선녀가 있을 거예요. *김0수*
“그래서? 선녀가 있으면 어떻게 하라고?”
“몰라요.”
(소개해 줬으면 됐지. 그 뒷일은 모르겠다...!)
-과일과 고기를 드릴 테니 어머니께 갖다 드리세요. *김0로*
(‘어머니께 갖다 드리세요!’ 애들이 가끔 이렇게 어른 같은 소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저 골짜기로 가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 있어요. 하늘나라로 가서 행복하게 사세요. *김0영*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
어머니께 드릴 고기와 과일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묻습니다.
“하늘나라에 혼자가?”
“그럼 데리고(?) 가라고 하면 되지!”
“언제 가서 어머니 모시고 가냐?”
“나도 몰라~!”
-선녀들이 목욕하고 있는 곳을 가르쳐 줄 테니 가서 옷을 숨기세요 *김서연*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결혼해서 잘 살아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원래 이야기가 그렇게 되어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착한 나무꾼에게 주는 상으로 선녀가 가장 적당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째서 당연히 결혼을 한다는 거니? 선녀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았잖아. 잘 살았다는 건 나무꾼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지 선녀는 혼자서 울고 한숨지었잖아. 자기를 곤란한 지경에 빠뜨린 사람하고 결혼하면 안 되는 거야. 서연이는 집에 엄마가 없으니 신랑감 제대로 고르는지 조언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서0이 신랑감이 똑바른 사람인지 내라도 봐줘야 하나?) 서0이 한테 말로는 못했지만 공연히 혼자서 생각이 길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란 인연은 원래 유효기간이 1년이니 그 뒷일 걱정하는 것은 다 소용없는 짓이고 데리고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내년 3월이면 다른 학교로 가야되는데 그때 다른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떼어놓아도 저 순진한 천방지축 서0이를 떼어놓고는 발걸음이 영 가볍지가 않을 것 같은 마음…… ㅜ.ㅜ
2002.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