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청소당번이 없다. 반 전원이 같이 청소를 한다.”
박 코치가 중학교 2학년이 된 첫날이었다. 종례 때 담임 선생님이 선언하듯이 말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았다. 담임은 자신이 맡은 학급은 항상 반 학생 모두가 같이 교실 청소를 해 왔다고 했다. 다 같이 청소를 하면 열 명 정도의 당번을 정해서 청소를 하는 것 보다 엄청나게 빠르고 또 깨끗이 끝내고 집에 일찍 갈 수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교실 청소는 이런 순서로 진행되었다. 먼저 걸상을 책상에 얹고 교실 뒤쪽으로 바싹 밀어놓는다. 교실 앞쪽을 빗자루로 쓸고 대걸레로 닦는다. 다음에는 책걸상을 교실 앞쪽으로 밀어 놓고 뒤쪽을 쓸고 닦는다. 마지막으로 걸상을 내리고 책상 줄을 맞추고 손걸레로 책상 위를 닦으면 청소는 끝난다.
첫날 종례 후에 청소가 시작되었다. 정말 학급 전원이 청소를 했다. 당시 중학교 한 학급은 70명이었다. 70명이 와당탕 퉁탕 책걸상을 순식간에 옮겼다. 학교에서 지급한 빗자루와 대걸레의 숫자는 인원에 비해 부족했는데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 놓았다. 정말 20분 만에 청소가 끝났다. 열 명의 당번이 청소를 하면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걸 생각하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주일 정도 전원이 청소를 해 보니 미처 생각 못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20분 간 70명이 모두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즉, 인원이 너무 많았다. 빗자루조나 대걸레조는 열 명 정도면 충분했다. 많은 인원이 필요한 작업은 걸상을 올리거나 책걸상을 옮기는 일인데 그것도 스무 명 정도면 충분했다. 70명이라는 인원은 책걸상을 밀어 놓은 교실 반쪽에 동시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사실 남는 사람은 교실 밖에 나가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었다.
한 달쯤 지나니 70명은 두 무리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항상 청소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슬슬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척 게으름을 피우는 친구들이었다. 물론 우리의 박 코치는 후자였다.
자신의 부서에 인원이 너무 많으니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다고 하는 부서장을 본 적 있는가? 단연코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아니 모든 부서장은 자신의 부서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반면에 CEO나 경영자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사장이 싫어하는 이유는 인건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은 생각한다. 맞다. 전문 용어를 써서 이야기하면 CEO는 인건비는 변동비가 아니라 고정비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개 인건비가 증가하는데 비례해서 매출이나 이익은 늘어나지 않는다.
CEO가 인원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는 다른 이유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중딩 박 코치의 학급에도 청소 인원이 많아서 빗자루나 대걸레를 쥐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은 청소할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손걸레로 창틀을 닦거나 비뚤어진 액자를 바로 잡기도 했다. 사실 매일 닦아야 할 만큼 창틀에 먼지가 쌓이거나 액자가 비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무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모습이 선생님 눈에 띌까봐 이들은 굳이 매일 닦지 않아도 되는 창틀을 닦고 또 닦았다.
또한 일이 늘어나면 부서가 만들어지고 부서가 만들어지면 조직 관리의 부담이 생긴다. 박 코치네 담임은 청소할 때 책걸상을 옮기고 바닥 청소를 하는 학생들과 손걸레로 책상과 창틀을 닦는 학생들로 나누어진다는 걸 알아 차렸다. 담임은 반 학생들을 40명의 바닥조와 30명의 손걸레조로 나누었다. 바닥조는 상대적으로 힘이 들고 일이 많았다. 바닥조 학생들이 불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담임은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바닥조와 손걸레조를 할 수 있도록 조 편성을 해야 했다.
피터 드러커는 저서인 ‘자기경영노트’(The Effective Executive)에서 ‘시간 낭비는 인력 과잉의 결과’라고 했다. 인원이 많은 경우에 일 자체 보다 그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즉, 부서가 만들어지면 부서 간 업무 배분이나 소통에 시간을 쏟게 된다.
조직에 인원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철저한 정원 관리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구성원은 언제나 인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CEO는 언제나 인원이 많다고 투덜거리기 때문이다. 적정 인원이란 경영자와 구성원이 절대 타협하지 못하는 몇 가지 중 하나이다.
중학교 때부터 경영자의 싹을 보였던 박 코치는 청소를 땡땡이치는 주제에 반 모두가 교실 청소를 하는 것에 대해 한탄했다.
“아, 선생님의 뜻은 좋지만 무리하신 거야. 인원 배치를 다시 해야 해. 70명은 너무 많아. 스무 명 정도의 청소당번제로 돌아가야 해. 스무 명이 같이 책상을 옮긴 후에 그중 열 명이 빗질을 하고 나머지 열 명이 대걸레질을 하면 충분하지.”
중딩 박 코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뒤에서 들은 선생님은 박 코치의 까까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