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영자로 일할 때 부하 직원에게 거의 화를 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화를 냈던 일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니 일 년에 한 번 낼까말까 했을 것이다. 그래도 드물게 화를 낼 때 그 이유는 비슷했다. 직원들이 솔직하지 않으면 화를 냈다.
솔직함은 좋은 일은 좋다고, 나쁜 일은 나쁘다고, 자랑할 일은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보고하지 않거나 늦게 보고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것이다. 사업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근거도 없이 별일 없을 테니 걱정 마시라고 하는 것도 솔직하지 않다. 또한 승진하지 못한 부하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전달해 주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다음에 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것이다. 큰 성과를 거둔 부하를 크게 칭찬해 주지 않는 것도 솔직하지 않다.
솔직해야 상황과 현실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하면 상황은 악화되어 문제가 커진다. 내게 솔직함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어떤 일에 화를 참을 수 없습니까?” 자주 화를 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A상무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다른 부서를 탓하거나 협조하지 않을 때, 사전 연락 없이 회의에 지각할 때, 구두 보고 할 수 있는 것을 서면으로 보고 할 때라고 A상무는 대답했다. “이런 일을 상무님 개인이 중시하는 가치로 바꿔 본다면 무엇이 될까요?” 부서 간 협조, 시간 지키기, 효율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중요시하는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직장에서나 대인 관계에서 양보하지 못하는 규범이나 규칙을 말한다. 양보할 수 없는 개인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경우에 화를 내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시되거나 훼손되었을 때 분노한다.
그런데 이 가치는 개인마다 다르다. A상무와 달리 나는 다른 부서에 잘 협조하지 않는 것에 그리 화를 내지 않는다. 내 부서를 우선시 하는 것은 일종의 이기심이고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냥 부서 간 협조를 강조하고 이해관계를 조절하는데 노력할 뿐이다.
“상무님이 이런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부하 직원들이 알고 있을까요?” 다시 A상무에게 질문했다.
“아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겁니다.”
“모든 직원들이 상무님이 중시하는 가치를 확실히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리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일하는 방법을 부하와 동료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부하에게 명확히 알려 주는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알고 있겠거니 생각하거나 알아서 잘 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관습과 마찬가지이다.
리더가 중시하는 가치를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게 되면 일하는 방법과 조직 문화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조직의 핵심 가치가 조직 문화를 만들 듯이 리더가 중시하는 가치는 부서의 문화와 일하는 방법에 영향을 준다. 부서장이 일의 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맞춤법이 좀 틀렸더라도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보고서를 내는 것이 부서의 룰(rule)이 된다. 사장이 팀웍을 중요시한다면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도 다른 부서와 협력하지 않는 부서장은 승진하기 힘들다.
리더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확실하게 알리고 그 배경과 구체적인 일하는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팀웍을 중시하는 이유는 팀웍은 성과에 일시적으로 지장을 주더라도 조직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체질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구성원이 알도록 반복해서 공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부서에서 의뢰한 일은 반드시 12시간 내에 답하도록 하고 이를 규칙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사가 자신의 우선 순위, 즉 지향하는 가치를 분명히 알리지 않으면 상사와 부하는 다른 꿈을 꾸게 된다. 상사가 부하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리고 부하는 상사와 부서의 가치를 받아들임으로써 불문율(不文律)은 성문율(成文律)이 된다. 마치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구전으로 전해지지 않고 헌법에 반영되듯이 말이다. 조직의 가치가 규칙이 될 때 리더와 구성원은 비로소 같은 꿈을 꾸게 된다. (*)